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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 출신이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인 사진작가 호맹(Romain)이 한국 풍경 촬영기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풍경 사진은 물론, 이에 담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기자말]
*"빨갛고 노랗고... 뻔한 단풍 사진은 싫어서"에서 이어집니다. 

가을은 나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다. 가을만 되면 어릴 때, 혹은 오래전의 행복한 순간으로 나를 데려갈 만한 피사체를 찾게 된다. 또 한 번의 가을을 맞아, 사진 한 장의 추억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고 싶다.

때는 2011년, 나와 나의 친구 존(John)은 일출 촬영을 위해 도봉산에 올랐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세 번의 가을을 보냈었고, 꼭대기에서 화려한 색상으로 수놓은 산을 내려다본 모습이야말로 한국 최고의 절경이라고 생각하던 터였다. 이는 마치 우거진 초목이 불꽃놀이를 하며 스스로를 불태우는 모습 같았다고나 할까! 곧 다가올 추위에 굴복하기 전, 이들의 마지막 저항을 목격하는 듯했다.

나뭇잎은 정점에 도달한 이후, 사라진다. 이런 자연은 진실로 낭만적이다. 덕분에 나 같은 사진사는 항상 서둘러야 한다. 대충 2주 정도 되는 이 아름답고도 짧은 기간에 그 모습을 놓치면, 다시금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막차를 타고, 쪽잠을 자며 찍은 이 풍경 

2011년에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존과 나는 고대해온 가을 풍경을 망월사의 일출과 함께 담아내기 위해 도봉산에서 하룻밤을 꼴딱 새기로 했다. 게다가 그날 밤 대기 오염 지수는 최저 수준이어서, 최고의 빛이 기대됐다. 다음 날 아침에는 구름 한 점 없을 것이란 예보가 있기도 했다. 별들이 찬란하게 하늘을 수놓고 있던 밤, 우리는 도봉산행 마지막 지하철을 탔다.

그 날의 기온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리 춥지는 않았기에 우리는 한 지점에 멈춰, 목적지를 바라보며 야경을 포착했다. 아름다운 별들의 자취를 감상했다.   
 
이 곳에서 우리는 가능한 많은 별들을 담아보겠다는 목표로 두 시간 동안 머물렀다. ⓒ Romain

다행히 존이 게임용 카드를 가져왔기에 카메라에 별 촬영을 맡긴 뒤 즐겁게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이땐 졸음을 참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촬영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쏟아지는 잠을 어찌할 수 없었다.

조금씩 걷고 별 사진을 찍으며 깨어있어 보려 했지만 졸음은 쉽게 달아나지 않았다. 결국 일출 전 촬영 목적지까지 갈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는지 계산하고, 알람을 설정한 뒤 쪽잠을 청하기도 했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우리는 정상에 도달했다! 소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값싼 200mm 렌즈를 카메라에 고정시켰다. 해는 이미 떴지만 동쪽 수락산에 살짝 가려져있었기에, 촬영 구도를 좀 더 생각할 시간이 남아있었다. 마침내 찬란한 공은 수락산의 능선 위로 떠 올랐고, 나무와 바위와 지붕 위에 따스하면서도 정열적인 빛을 순식간에 끼얹었다.

무조건 사진을 찍을 때였다. 이야기할 시간도, 잘 시간도, 졸음을 느낄 순간도 없다. 이러한 측광은 지금이 아니면 절대 돌아오지 않는 것이기에, 필사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망월사 영산전이 절벽 위 능선에서 수수한 멋을 뽐내며 자리잡고 있다. 사실 일출 전에 찍은 것임에도 가을의 절정이었기에 사진에 보랏빛이 돌고 있다. ⓒ Romain
망월사 관음전이 담겨있다. 아직 완전한 일출의 빛을 받지는 못한 상태, 적절한 빛이 오고있음을 감지하고있던 흥분되는 순간이다. 일출의 도입부와 일출의 절정 그 중간의 모습을 포착하고 싶었다. ⓒ Romain
드디어 기다리던 아침의 모습이다! 구성상의 실수가 보이긴 하지만 내게 이 촬영의 추억은 아주 생생하다. 정중앙에 위치한 매력 넘치는 붉은 나무는 정말이지 활기차다. 멀리서도 이 나무는 단연 눈에 띄었다. ⓒ Romain
 
십 분 뒤, 그 적절했던 빛도 결국 떠나갔다. 아드레날린 또한 사라졌지만 우리의 목덜미에 앉은 따스한 태양 빛에 우리는 편안함을 느끼며, 이윽고 졸음이 찾아왔다. 벌써 이 훌륭했던 밤 등산을 뒤로하고 집에 갈 때가 온 것이다.

태어나 가장 길었던 하산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은 더욱 느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산행 촬영 사진은, 내가 특별히 애정을 담아 간직하고 있는 결과물 중 하나가 되었다.
 
* 원고 번역 및 정리 : 김혜민

덧붙이는 글 | 사진작가 호맹의 홈페이지 호맹포토(http://www.romainphoto.com)의 Blog에 가을산 풍경은 물론, 다양한 풍경 사진 촬영기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romainphoto_outside)에는 하이킹 사진을 포함한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주세요!

태그:#가을산행, #단풍촬영, #산행촬영, #도봉산망월사, #도봉산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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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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