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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학생넷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평등한 민주사회 건설, 청년/대학생 문제 해결을 위해 공부하고 행동하는, 실천 공동체입니다. 올 11월 진보대학생넷은 국방부의 국방예산안에 대해 공부하고, 국방예산 삭감으로 민생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약 3주간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대학가와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를 찾아다니며 진행한 캠페인을 취재하고, 참가자들의 후기를 모아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캠페인은 강원, 경남, 서울, 인천, 제주 등지에서 진행됐으며, 기사는 주로 서울, 인천, 강원에서 진행한 캠페인의 내용을 담았습니다.[기자말]
캠페인을 마치고 사진을 찍은 진보대학생넷 회원들
▲ 캠퍼스 캠페인 사진1 캠페인을 마치고 사진을 찍은 진보대학생넷 회원들
ⓒ 이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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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이 이렇게나 많이?

국방부는 52조 9천억 원에 달하는 2021년 국방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부터 최근 10년간 20조 이상 늘어난 국방예산. 최근 4년 동안에만 10조 원이 증액되었다고 하는데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1인당 국방비 부담액은 880$로,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2020년 국가별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세계 5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진 국민들이 많아서, 예산이 복지에 집중되리라 생각했는데. 국방예산이 이렇게나 높게 책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습니다." - 강00 회원의 후기 중
 
한 회원의 후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온 국민이 재난을 이겨내기 위해, 비상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 국방예산이 이렇게 높이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저희는 모두 놀랐습니다. 그래서 국방예산이 왜 그리 늘어났는지 알아봤습니다.     

17조! 방위력개선비라 쓰고 '군비증강'이라 읽는다

국방부의 자료와 기사들을 살펴보니, 2021년 국방예산안은 크게 병력운영비, 전력유지비, 방위력개선비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각 항목마다 꽤 큰 규모의 증액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병력운영비와 전력유지비는 장병들의 급여인상과 여러 처우개선을 위한 비용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징병제도 때문에 일상과 단절되어야 하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필요한 비용이라 생각했지요.

문제는 바로 방위력개선비였습니다.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거나 연구하는 비용이었는데요, 이 중에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사들이는 비용이 5조5천억 정도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국방부는 이미 2019년 미국으로부터 F-35A 전투기와 글로벌 호크 등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구매해왔습니다. 심지어 국방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300조 규모를 들여 방위력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왔습니다.

2021년에 구매하겠다고 제출한 미국 무기들은 LPX 경항모, 중장거리 요격용 SM-3 미사일, 핵잠수함 등이었는데요. 경항모와 핵잠수함은 타 해역에서의 작전에 필요한 무기로서, 한반도방어보다는 공격작전에 유용한 것들입니다. SM-3 미사일은, 미사일이 날아와 목표를 타격하기까지의 거리와 시간이 무척 짧은 한반도보다는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는 데 더 유용합니다.

이 무기들은 방어보다는 공격에, 한반도보다는 미국에 의미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방부가 이야기하는 방위력개선비는 한마디로 공격적인 '군비증강'이라 부르는 편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거, 남북합의 위반아닌가?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 4.27 판문점 선언 중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 판문점 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중
 
실제로 국방부의 군비증강은 판문점 선언과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내용에 위배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지난 여름, 대북심리전단살포 문제로 불거진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남북합의가 무색해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남북의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판문점 선언으로 돌아가 합의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방부의 군비증강은 남북합의 이행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요.

우리 정부의 군비증강은 단지 2021년 국방예산안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최근 4년 동안에만 군비지출이 10조 원이 늘어났고, 늘어난 군비지출의 많은 부분이 F-35A 전투기, 글로벌호크 등 공격과 적대적 정찰을 위한 무기 도입에 사용되었으며  북한지역을 대상으로 한 전쟁연습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요.

군비증강 17조의 문제를 알리자!

저희는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허덕이는 이 시점에, 군비증강에 사용하는 17조라는 돈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17조를 다르게 사용하면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알아봤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니 17조는 혼자서 매일 1000만 원씩 사용해도 400년이 넘게 써야 하는 어마어마한 돈이었습니다. 월세 걱정 없이 등록금도 내고, 생활비도 내고 일주일에 한 번 소고기도 사 먹어도 주체할 수 없는 돈이었지요. 사실 저희로서는 어디에 써야 할지 알 수도 없는, 쓸모없이 많은 돈이었습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보니 6개월 동안  200만 명 정도를 고용할 수 있겠네."
 
17조 원이면 최저임금으로 주 5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200만 명 정도 고용할 수 있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올해 3월 한 달에만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 12만 명이 해고를 당했다던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17조를 긴급한 일자리 보장에 사용했다면 코로나19로 갑자기 해고된 사람들의 생계를 보장해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인천 초등생 화재사건 있잖아, 그 애들한테 보육교사를 보내주거나 아니면 어머님께 유급휴직을 드릴 수도 있었을거야."
 
한 친구가 인천 초등생 화재사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생활보조인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사용했다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친구의 주장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전국 대학의 1년 등록금이 14조네? 17조면 등록금 무상화할 수 있는거 아냐?"
 
평소에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불만이 많던 친구가 이야기를 던졌습니다. 찾아보니 전국 대학의 1년 등록금이 14조, 그중 장학금으로 사용되는 금액 3조를 빼면, 순수하게 학교운영에 사용하는 등록금은 11조 정도였습니다. 등록금이 무상화되면 장학금이 별로 필요 없으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전국 대학의 1년 등록금 무상화에 11조가 든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의 얼굴에는 흥분과 허탈함이 교차했습니다.
 
"등록금 무상화 별것 아니네?"
"올해 그렇게 깎아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고작 11조?"
"11조가 라면값이냐? 너네 간도 크다!?"
 
사실 10조 넘어가는 돈을 평생 만져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하지만 저희가 군비증강 17조를 감히 문제 삼고, 11조면 등록금 무상화 어렵지 않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상반기 전국민재난지원금에 13조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정부가 마음먹으면 10조 정도는 국민을 위해 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7조를 어디에 쓸 수 있을지 김칫국부터 마시며 행복한 상상을 펼치던 찰나. 거리의 시민들도 저희와 마찬가지로 '간이 커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덕분에 캠페인 주제가 정해졌습니다. 코로나19 재난상황에 민생지원에 더 써야할 돈을, 남북의 약속까지 어겨가며 미국만 득 보는 군비증강에 쓸 이유가 없다! 이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로 결정하고, 저희는 '간 큰'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가자고 결심했습니다. 비록 사람들을 모을 수도 없었지만, 소규모로 흩어지더라도 직접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내심 '간이 커진' 시민들을 만나보고픈 마음도 있었지요.
 
국방예산의 증가폭과 한국의 국방예산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 진보대학생넷 학생들이 제작한 유인물 국방예산의 증가폭과 한국의 국방예산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 이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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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력개선비 17조에 대한 문제, 특히 미국무기 구매에 드는 5.5조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 진보대학생넷 학생들이 제작한 유인물 방위력개선비 17조에 대한 문제, 특히 미국무기 구매에 드는 5.5조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 이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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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착각이었을 뿐

캠페인의 내용과 방법을 계획하며 11월 첫째 주를 보내고. 11월 둘째 주부터 저희는 캠페인을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계획은 이러했습니다. 11월 둘째 주부터 일주일간 단체 회원들이 다니는 대학에서 점심과 저녁 2번씩, 유인물 나눔과 피켓팅을 진행하여 유인물 4000부를 배포할 것. 11월 셋째 주부터 11월 마지막 까지 2주간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1인 피켓팅을 진행할 것.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는 모두 걱정 반, 긴장 반이었습니다. 코로나19에 거리로 나와서 캠페인을 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불쾌하게 다가올 수도 있었고. 인터넷 뉴스와 댓글들을 살펴보면 군비증강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캠페인을 시작하자마자 깨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관심있어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하루 만에 없어졌습니다. 시민들은 그냥 지나가다가도 피켓 내용을 보면 멈춰서 읽어주었습니다. 유인물을 나눠줄 때는 유인물이 없어지는게 모를 정도로 잘 받아줘서 놀랐습니다. 심지어 지나가다가 다시 와서 유인물을 받아가는 시민,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 박00 회원의 후기 중

"학생들과 지나가는 시민분들은 대화를 하다가도, 횡단보도 신호에 뛰어가다가도 피켓을 유심히 보고 지나가셨습니다. 지나쳐 가다가도 다시 돌아오셔서 유인물을 여러 장 더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금세 유인물이 다 떨어져서 조기 종료를 하기도 했습니다." - 임00 회원의 후기 중

"우리 주변에 서성이시던 경비 노동자분도 여기는 그늘이 없어서 얼굴이 타니까 그늘이 진 반대편으로 가면 사람도 많고 얼굴도 타지 않을 것이라고 따뜻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 임00 회원의 후기 중
 
캠페인에 함께한 친구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피켓 문구를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살펴보고 가시고, 찾아와서 유인물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무엇보다 뿌듯했던 순간은 유인물과 피켓을 보시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분들을 볼 때였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접촉을 최소화한 다소 소극적인 캠페인이었음에도, 저희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기분에 무척 기분이 들떴습니다.

이렇게 생각보다 열띤 호응 속에서 준비한 유인물 4000부는 일주일 만에 모두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유인물을 모두 배포하고, 흥에 겨운 자축과 함께 저희는 11월 14일에 열린 '국방비는 내리고! 민생예산 올리고! 대학생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국방부 앞에 모인 여러 대학생들과 함께 저희는 행진까지 하며 국방예산 축소, 무기구매 반대 등을 외쳤습니다.
     
학교에 사람이 없을 때는 유인물을 부착하기도
▲ 캠퍼스 캠페인 사진2 학교에 사람이 없을 때는 유인물을 부착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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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정문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진보대학생넷 회원
▲ 캠퍼스 캠페인 사진3 대학교 정문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진보대학생넷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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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믈 나눔을 준비하는 진보대학생넷 회원
▲ 캠퍼스 캠페인 사진4 유인믈 나눔을 준비하는 진보대학생넷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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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지 않은 피켓팅

11월 셋째주가 찾아왔습니다. 계획대로 저희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를 찾아가 피켓팅을 2주 동안 진행했습니다. 1인 피켓팅은 심심함과 싸우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사건사고에는 덜 휘말릴 수 있으니 마음은 편했지만, 가만히 혼자서 서 있자니 참 심심했습니다. 그러나 1인 피켓팅을 하고 있었음에도 정말 많은 분이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저희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으시더라도, 심하게 대하지는 않으셨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저희에게 음료수나 먹을 것을 주시며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많은 시민분들의 관심을 받은 실천이었습니다. 힘을 내라고 박카스를 주시기도 하고, 응원의 한마디를 건내 주기도 하셨어요." - 김00 회원의 후기

"한 시민분은 본인도 대표적인 적폐언론 조중동 철폐운동을 하셨다며, 파이팅하라고 응원해주신 기억도 납니다." - 박00 회원의 후기

"응원의 한마디를 해주시거나 힘내라며 음료수를 주고 가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 최00 회원의 후기
  
지나가는 시민께서 주신 박카스
▲ 응원의 선물 지나가는 시민께서 주신 박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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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시민께서 쥐어주고 가신 음료수
▲ 응원의 선물 지나가는 시민께서 쥐어주고 가신 음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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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신기했던 경험은, 국회의원 사무소에서 직접 내려오셔서 이야기를 하자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서울 중구성동구의 박성준 의원 사무소에서는 비서관님이 나오셔서 저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말씀을 주셨습니다. 물론 저희의 이야기가 처음 접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알아보고자 하셨던 것이긴 하지만 덕분에 국방예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저희의 의견을 직접 전달 드릴 수 있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의 안규백 의원 사무소에서는 사무국장과 직원분들이 피켓 내용을 읽고 꼭 의원께 전달하겠다고 약속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한 분께서는 개인적으로는 여러분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사무국장과 직원분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피켓에 쓰인 내용을 꼼꼼히 읽고, 사진을 찍어 의원에게 전달한다고 약속하였습니다." - 강00 회원의 후기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 피켓팅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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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 피켓팅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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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 피켓팅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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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 피켓팅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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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 피켓팅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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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 피켓팅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진행한 피켓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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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항모 예산 삭감, 그 보다 값진 확신

이런 캠페인 덕분이었을까요? 얼마 전 국방부가 제출한 예산안 중 경항모 도입을 위해 편성한 101억 원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캠페인에 함께한 친구들은 그대로 우리의 활동이 의미가 있었다고 소소한 기쁨을 맛봤습니다. 물론 저희는 국회의원 사무소에서 사람이 내려와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에 신기함을 느낄 정도로, 정치권력과 거리가 먼 학생들입니다. 국방예산 확대를 우려하는 여러 단체와 정당, 시민들의 목소리가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경항모 예산의 삭감 소식보다 뜻깊었던 것은, 한 달 동안의 캠페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시민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저희는 뉴스와 댓글을 살피며 걱정과 좌절도 했습니다. '국방예산 확대가 국가를 위한 일이기에 필요하다' '북한은 믿을 수 없으니 우리가 더 강한 무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무척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달랐습니다. 많은 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은 전쟁과 외세에 돈을 쓸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춥겠다며 따뜻한 꿀물을 사주시기도 하고. 남북이 서로 싸우면 외세만 득을 본다고 젊은이들이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뿌듯함에 괜히 울컥하기도 했지요. 한 회원은 이런 후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뉴스 기사 댓글을 보면 국방예산을 늘리는 게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 여론이 우세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익명의 세계와 현실세계는 다르고, 국민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 강00 회원의 후기
 
신영복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옛날 공자란 사람도 이렇게 말을 했지요.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뜻이 같은 사람을 만날 때 가장 기쁘고, 뜻이 같은 관계가 가장 깊은 관계라는 말씀들입니다. 저희는 이번 11월 거리에서 수많은 벗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이도 성별도 지위도 다르지만, 적어도 외세와 전쟁이 아닌 민족과 민생에 힘을 써야 할 때라는 한뜻을 확인했으니까요. 기쁜 한 달을 보낸 한 회원의 후기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누구나 기침 소리의 환청을 듣는 나날들이다. 손 맞잡고 걷기도 어려운 요즘이다, 그럼에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은 숨을 내쉰다고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다." - 이00 회원의 후기

태그:#국방예산, #코로나19, #남북평화, #민생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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