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 준법지원센터 도착한 조두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아동 성범죄자이자 8세 학생을 강간·폭행했던 가해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출소했다. 그가 출소하기 몇 년 전부터 그의 출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해당 사건 피해자가 거주하는 경기 안산시에 돌아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고, 이렇다 할 성과가 없자 피해자 가족이 안산을 떠났다.

이로 인해 조두순과 같은 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해 시민의 곁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대하는 청원에 불이 붙었고, 많은 사람들이 현행법을 비판하며 조두순 출소를 반대했다. 수많은 청원과 반대에도 그러나 조두순은 예정일에 출소했다(관련 기사:  조두순 돌아온 경기 안산... "답답하다, 추방하라").

이에 많은 시민들이 반발했다. 오전 6시쯤 조두순이 출소하는 교도소 앞에는 시민들이 그의 출소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도소 앞에 시위대 참여 인원이 드러누우면서 그의 출소가 지연되기도 했다. 교도소에서 안산준법지원센터를 거쳐 자신의 거주지까지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시위대는 과격한 반응을 보였고, 이는 거주지에 도착한 관용 차량의 앞 유리 일부가 깨지고, 뒷좌석 문이 패이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악명 높은 범죄자의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과 그로 인한 출소, 그로 인한 지역 사회가 받을 부정적 영향과 피해를 생각하면 이와 같은 반응은 일견 자연스럽고, 이해도 된다. 그러나 조두순의 출소에 대한 어떤 반응들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방법으로 나타났다. 조두순 거주지에는 기자와 경찰을 더불어 방송 BJ, 유튜버들이 가득했다. 조두순이 출소하는 교도소부터 많은 유튜버, 인터넷방송 BJ들은 '조두순 응징'과 '정의 구현'이란 표어를 달고 앞다퉈 방송에 나섰다.

유명 유튜버 송대익은 '곧 출소하는 조두순 우리 아파트에 산다고?'라는 제목으로 조두순을 사적으로 응징할 예정임을 밝혔고, 이종격투기 선수 명현만도 개인 영상을 통해 조두순에 대한 '응징'을 예고하며 시청자들에게 출소 장소를 제보해달라고 밝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이 조두순과 같은 범죄자들을 강하게 처벌하지 못했으니, 자신이 직접 국민의 분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는 말이다.

자경단 뜻하는 '비질란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경단을 뜻하는 영어단어 '비질란테(vigilante)'는 '바짝 경계하는, 조금도 방심하지 않는'이란 뜻을 가진 단어 'vigilant'에서 유래한다. '자신의 안전과 재산을 스스로 경계하여 보호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라고 사전은 명시하고 있으며, 주로 지역사회 주민들이 지역사회 내의 실존적 문제와 잠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송대익과 명현만을 비롯한 많은 유튜버들이 내세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은, 아마도 영화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배트맨처럼 사회의 악당들을 처치하는 정의의 사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다. 많은 네티즌이 그들의 행동을 일컬어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건을 이용한 돈벌이 수단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시청자가 많을수록 많은 수익을 제공하는 유튜브 콘텐츠 특성에 따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주제와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와 수입원을 늘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조두순 사적 보복을 예고한 유튜버 중의 한 명인 송대익은 이미 '치킨나라 피자공주' 주작 방송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바 있기 때문에, 그를 비롯한 많은 유튜버들이 비난을 받고 있다.

설령 진정 조두순에 대한 법 당국의 처벌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마음으로 그들이 직접 사적 보복에 나섰다고 해도, 그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 준법지원센터 도착한 조두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한국 사회에서 범죄에 대한 처벌은 대개 법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처벌은 헌법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개인은 다른 개인에게 죄를 묻고 처벌할 권리가 없다. 처벌의 권한은 국가에 있으며, 국민은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 이게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 상식이다. 유튜버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행동임을 차치하고서라도, 법적 권한을 가진 국가 기관이 아닌 그 누구라도 다른 개인을 처벌할 수는 없다. 그 배경이 아무리 합당한 이유,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인한 행동이라고 해도 말이다.

'정의'를 위해 비질란테의 활동을 보장하고 인정한 사회를 가정해보자. 각자 나름으로 세운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나설 때 마주해야 할 의문이 있다.

첫째, 정의는 누가 규정하는가? 정의는 '~것이다'라고 규정할 수 없는 주관적 가치이다. 절대적 진리로서의 정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법률 또한 절대적이지 못하기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둘째, 칸트의 정언명령을 빌려 가정해보자. 각자가 정립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사회의 보편적 준칙이 되었을 때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확실한 정의가 세워지기보다는 안정은 없고 혼란만 가득한 사회일 것이다. 절대적 기준으로서의 정의를 규정해 줄 절대자의 부재와 보편적 원칙이 된 사회를 가정하는 것만으로도 비질란테의 존재, 혹은 존재 가능성이 얼마나 큰 불안을 초래할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냥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국가라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정의를 실현하면 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법에서 보장하는 대로 행하면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두순이란 범죄자가 심신미약을 근거로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현해 부당하다고 국가 기관에 호소할 수 있고, 정치의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이것은 사유함으로써 가능하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분별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견고한 생각이 우리 안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이뤄진다. 발로만 뛰는 사람보다, 머리로 깨우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그리고 발로 움직이는 우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서의 진정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태그:#조두순출소, #유튜버, #응징, #비질란테, #정의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청년이 바꾸는 세상을 꿈꾸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