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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에 대해서는 더 높은 비율로 과세해야."

유시민 작가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주제로 진행한 유튜브 방송에서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를 언급했다.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 내지는 환수 주장은 계속해서 언급되어 왔다. 최근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마주한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유시민 작가는 특별히 '부동산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한 높은 비율의 과세를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불로소득'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의미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시대의 '불로소득'은 어떤 의미일까? 육체적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을 제외한 모든 소득이 '불로(不勞)소득'이라는 단순한 정의에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시점에서 '불로소득'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30대 중반의 A씨 부부. 주변 집값이 무섭게 오르기 시작하자, 부동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현지답사를 뜻하는 '임장'도 다녔다. 아파트 시세 변동, 실거래 가격, 개발 계획 등 나름 꼼꼼한 조사 끝에 매수 결정을 내렸다. 동원 가능한 모든 자금을 모으는 소위 '영끌'을 해야했다.

집값은 계속해서 오를 거라고 말하지만, 전 재산을 걸고 거기에 상당한 대출까지 더해서 집을 매수하는 상황이라 마음은 계속 불안했다. 혹여 집주인이 가계약을 취소할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날까지 밤잠도 설쳤다. 계약금, 중도금, 잔금까지 집을 매수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게 수개월이 걸려 매수한 집에 겨우 이사하여 일상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부부가 집을 매수한 후에도 집값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가상의 30대 부부 이야기이다. '불로소득'이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을까? 최선의 노력과 엄청난 위험 감수를 통해 집을 구매한 이 부부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우리는 누구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불로소득' 문제는 '정당한 소득'의 문제로 뒤집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어떤 소득이 사회적 인정을 받는 정당한 소득인가?

첫째 사회적 부가가치가 창출되는가 살펴보아야 한다. 도박을 통한 수익을 정당하다고 하지 않는다. 도박은 부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가져올 뿐 어떠한 긍정적인 가치도 생성하지 않는다. 일년 내내 농사를 지어 곡식을 생산하는 일을 우리는 귀하게 여겼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땀을 흘려 농사를 지으면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곡식이 생겨났다.

공장에서의 노동도 마찬가지이다. 공장에서 다양한 생산품을 만들어내면 필요한 곳에서 사용되어지고, 경제 활동을 촉진시킨다. '불로소득'이 언급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주식거래는 어떤가? 주식거래는 좀 더 폭 넓은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주식시장이 있고, 주식의 거래가 활발함에 따라 기업의 자금 조달이 원활해 진다. 이는 결국 기업의 성장, 사회적 부가가치의 창출로 이어진다. 

둘째 투입된 자원(노력) 대비 주어지는 소득(이익)의 크기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누군가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무엇을 해서 그 돈을 벌었는가?'를 묻는다. 그런 댓가를 받을 만한 노력이었느냐를 평가한다. 평생동안 새벽에 일어나 빵을 구워 팔아서 수십억 원의 돈을 벌었다면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렇게 노력했으면, 그 정도 뛰어나다면" 이런 전제에 부합하다면 정당한 소득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한 소득은 어떤가. 부동산 거래는 시장을 활성화시켜, 추가적인 건설을 유인하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일으키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 중과세 이슈는 사실 노력 대비 소득의 크기에 그 원인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산을 구매하고, 가격이 올라서 차익을 거두는 행위 자체를 죄악시할 수는 없다.

다만 그 행위에 따르는 소득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고, 사회적 부작용을 크게 일으킨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아파트 거래 한 번으로 수억 원의 차익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사회 전반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부동산 거래로 인한 비정상적인 소득을 '불로소득'이라고 하며, 세금으로 환수하여 나누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앞으로 소득은 더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육체노동, 지식의 활용, 자본의 활동.... 새로운 형태의 소득에 대해 우리는 도덕적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강력한 세금을 통한 소득의 환수를 주장하기 이전에 '정당한 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과정 또한 정당할 것이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불로소득, #정당한소득, #부동산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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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분야에서 오랫 동안 일해오고 있습니다. 역사, 인문 등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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