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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송기력 서산시 보건소장(사진 맨앞쪽 가운데)을 비롯해 보건소 직원들이 코로나 19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송기력 서산시 보건소장(사진 맨앞쪽 가운데)을 비롯해 보건소 직원들이 코로나 19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 서산시 보건소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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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6개월을 앞둔 공무원은 보통 공로연수 대상자에 포함된다. 공직사회에서 나와 제2의 진로를 잘 찾을 수 있도록 일종의 준비기간을 주는 것이다. 그동안 몇십 년간 일한 공무원에 대한 일종의 배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공로연수를 포기하고 현직으로서 조직과 운명을 같이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택한 이가 있다. 송기력 충남 서산시보건소장이다. 송 소장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에 맞서느라 공로연수를 포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공로연수를 잊은 것이다.

그는 지난 2019년 7월 충남도 보건위생과에서 서산시보건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충남도의원 당시 송 소장의 업무능력을 눈여겨 봐오던 맹정호 서산시장이 그를 영입한 것.

송 소장이 서산시보건소로 온 지 약 7개월 뒤인 지난해 초,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 충남도에서 오랜 기간 보건업무를 담당했던 송 소장의 진가는 이때 다시 발휘했다. 지난해 3월 서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해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송 소장은 직원들을 격려하며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이후 확진자가 추가 발생해도 보건소 직원들은 서두르지 않고 체계적인 대응을 보여줬다.

이같은 송 소장의 모습에 서산시 관계자는 "송 소장님은 관리자형보다는 직원과 함께 일을 처리하는 실무형에 가깝다"라면서 "도청에서 오랜 경험으로 업무를 보는 시야가 넓고 세밀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역량도 향상되고 있다"며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고 있어서 보건소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다"고 강조했다.

금방 종식될 것만 같았던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어느새 1년이 지난 가운데, 송 소장의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송 소장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으며, 불필요한 외부접촉을 완전히 차단한 채 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송 소장은 지난해 12월 말 보건소장 임기를 마감하고 공로연수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고생하는 후배 직원들과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공로연수를 포기하고 코로나19 대응에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송 소장은 지난해 11월 말 서산의 한 주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과 관련해, 이전과 다른 감염 형태를 이상하게 여기고 대응에 나섰다. 20여 일 동안 철저히 감염경로를 추적하고 건물의 환기 상태 등을 정밀 분석했다. 이를 두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세밀함과 치밀함을 다져온 송 소장만의 진면목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시민 위해 일하는 공직자의 전형"
 
송 소장은 정년퇴임을 앞두고 공직생활의 마지막까지 후배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송 소장은 정년퇴임을 앞두고 공직생활의 마지막까지 후배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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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위험과 감염병 장기화로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코로나19를 종식시키겠다는 각오로 지금껏 버텨온 송 소장.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되면서 정년을 앞둔 송 소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마음은 무겁다.

두 차례의 취재요청에 송 소장은 "개인적인 기사는 좋아하지 않는다"라면서 "말씀은 감사하지만, 그냥 조용히 일하다가 갔으면 좋겠다"며 관계자를 통해 정중히 인터뷰를 사양했다.

한사코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는 송 소장에게 더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맹정호 서산시장은 13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온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며 "그중에서 방역과 의료를 책임진 사람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소장은 정년을 앞두고 1일자로 공로연수를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의 엄중함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서 공로연수도 포기"했다면서 "서산시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뜬 눈으로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맹 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송 소장에게 늘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라면서 "시민의 마음도 저의 마음과 같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취임 당시 "시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역사회의 보건의료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던 송 소장. 정년퇴임을 앞둔 그는 공직생활의 마지막까지 후배 직원들과 함께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송 소장은 퇴임 이후에도 지역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인 보건의료에 대해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오가며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태그:#서산시보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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