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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세상> 사회적 협동조합에서는 코로나 이후 전환의 시대에 대응하는 틈새전략으로 '작은책' 출판을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책으로 김윤상 교수(경북대 명예교수)의 <토론으로 찾아가는 이상사회>(2021, 경북대출판부)가 나왔다. 저자 김윤상 교수는 진즉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1997)을 번역한 이래, 토지 불로소득으로 인한 불평등 문제를 일관되게 연구․주장해 왔다.

이 책의 토론을 이끄는 사회자는 이상향님이고, 토론자로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고복지님(복지와 정치 분야 전문가), 신자유님(시장경제 전문가), 그리고 나중도님(자유교양인)이 참여한다. 그들 이름이 상징하는 것처럼 각각 진보와 보수, 중도의 세계관을 견지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게다. 이들은 토론을 통해 일련의 합의방식을 통해 이상사회를 만들어 가는 꿈을 공유하고 있다.
 
<지식과 세상>사회적협동조합에서 기획시리즈 제1권으로 <토론으로 찾아가는 이상사회>를 펴냈다.
▲ <토론으로 찾아가는 이상사회>(김윤상, 2021) 책 표지 <지식과 세상>사회적협동조합에서 기획시리즈 제1권으로 <토론으로 찾아가는 이상사회>를 펴냈다.
ⓒ 김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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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필자는 위 세 사람의 토론자 가운데, 대체로 나중도님의 주장에 좀 더 공감한다는 걸 미리 밝힌다. 본래 '중도'(中道)는 불교의 본질을 잘 반영하는 말이다. 불학에서 '중도'는 곧 '쌍차쌍조'(雙遮雙照)다. 여기 '중도'는 절충적 중간이 아니라, 양극단을 버리되 동시에 양변을 함께 아우르는 회통․ 융합이다. 결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보게 되면, 좌와 우 혹은 진보와 보수는 둘이 아니라(不二)는 게다.

저자는 작금의 한국사회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이상한 일이 이제는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라고 우려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화 세대(70대 이상)와 민주화 세대(소위 386세대)는 보수-진보라는 양극단의 내전상황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의 결과, 세대 간 갈등과 진영(보수-진보) 간 갈등이 유독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갈등의 주원인으로 자기중심적인 경쟁풍토와 이념의 차이를 든다. 어느 나라나 이념 차이는 있기 마련이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 성향이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이게 좀 더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사람의 성향을 이기와 이타로 나눌 때, 사람들은 대체로 이기적이지만 제도의 지지율에서는 이기형 제도가 오히려 낮게 나타난다. 이것은 이상사회를 향한 합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시사해 준다.

해서 우리는 설사 인간의 이기적 본성(유전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비열한 현실에 살면서도 합의를 반영하는 민주정치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는 게다. 역지사지로 서로 공감하는 토의 과정에서 도출된 합의에 따라 우리 힘으로 세상의 품격을 더 높일 수 있다는 희망의 끊을 놓지 않는 게 뭣보다 긴요하다.

토론과정에서 균형형 제도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고(신자유님조차도), 세계적 동향이 균형형 제도를 위주로 하되 기본생계에 위협을 받는 국민을 위해서 이타형 제도를 보완하는 것(고복지님)을 말했다.

토론에서 좌도우기(左道右器)의 나라 율도국(공정이 지배하는 상상의 나라)이 소개된다. "율도국에서 '좌도우기'란 좌파가 추구하는 이상을 우파도 동의하는 방식으로 달성한다"(고복지님)는 게다.

말하자면 이타형 제도로 실현하려는 결과를 균형형 제도를 통해서 얻어 낸다는 게다. 이 대목에서 "율도국에서는 기본적인 상시비용을 보장하기 위해 '생존권보험'이 있다"(나중도님)고 했다. 이 생존권보험금에는 상환의무가 따른다.

토론이 활기를 더하자 사회자(이상향님)는 "민주사회에서 조차 강자에게 유리한 특권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요?"라고 묻는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성향 분포를 보면 "민주사회에서도 강자에게 유리한 특권이 존재하는 이유"(고복지님)가 확연히 보인다고 했다.

다시 "경실련 집계에 따르면, 작년 4.15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의 신고자산이 평균 21억 8천만 원으로 국민평균 자산의 5배가 넘는다"(나중도님)고 응수했다. 해서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속한 부유층에 유리한 정책으로 기울지 않을 수 없다는 게다. 결국은 강자에게 유리한 선거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공정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왜 사회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까? 사회자는 "제도가 아니라 구체적 사안이 쟁점화 될 때는 그 사안에 이해관계가 얽힌 이기적 주민 간의 대립으로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에 "민주사회에서 원칙과 제도는 주민합의에 의해 정하고, 그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는 업무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공공기관이 담당하게 좋다"(고복지님)고 응수했다.

내친김에 그는 "국민 중에 무작위추첨으로 대표를 선발․구성하는 '국민판정단'을 제의" 한다. 혹여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버나드 쇼의 말을 인용해 "모든 전문직은 일반인을 기만하기 위한 음모"일 수 있다고 일축한다. 해서 "직업정치인과 일반국민, 그리고 전문가의 건강한 조합은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사회의 목표"라는 게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사회는 '깨어 있는 시민, 행동하는 시민'이 이끄는 정치개혁에 달렸다는 게다. 우리가 이론상으로는 합리적 진보와 건강한 보수가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토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들이 정치․ 사회문제에 무관심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그 하나는 소위 '먹고사느니즘' 때문에 정작 사회문제를 깊이 고민할 여유가 없다는 게다. 다른 하나는 민주시민으로서 "개인의 인간적 발달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맹자의 항산(恒産) 연후에 항심(恒心)이 가능하다는 말을 되짚게 된다. 나아가 인간적 성장을 위한 교육, 특히 생애에 걸친 교육의 과정을 더욱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 말미에서 "좋은 제도에 맞춰 사람들이 행동하면 자신도 그 제도에 호응하게 되고, 그것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선순환"(나중도)을 말한 것은 결국 역사는 노력하는 만큼 좋은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라는 합리적 낙관론을 반영한다.

마침내 <토론으로 찾아가는 이상사회>의 결론은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말한 것에 기대어 이렇게 맺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도 같은 별을 본다는 사실을 알 때, 더 확신을 가지고 그 별을 보게 된다." 우리가 함께 가면 길이 된다. 그리고 그 길은 닦아야 길이 된다.

토론으로 찾아가는 이상사회

김윤상 (지은이), 경북대학교출판부(2021)


태그:#이상사회, #지식과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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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둥이로 태어나 지금은 명예교수로 그냥 읽고 쓰기와 산책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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