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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도서관, 복지관 등도 문을 닫고 비대면 활동을 진행했다. 사람들로 북적대던 많은 공간이 텅 비어갔다. 코로나19가 바꾼 장면들이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는 달랐다.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점은 하교 후에 센터로 오던 아이들이 아침부터 센터를 찾았다는 것뿐이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가 3단계여도 지역아동센터는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긴급 돌봄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긴급 돌봄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은 없었다. 마스크, 방역용품 제공은 물론이고 센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 식사지원 등이 뒤따라야 했지만 센터에는 긴급 돌봄 의무만이 주어졌다. 

지역아동센터의 현 주소를 직접 듣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누리사랑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다음은 이재현 누리사랑지역아동센터장과 나눈 이야기다. 

- 지역아동센터는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역아동센터의 뿌리는 빈곤운동에 뿌리를 두고 자생적으로 시작된 공부방, 야학 등이에요. 정부에서는 2004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지역아동센터(구 무료공부방)'를 아동복지시설로 법제화하고 총 895개소 시설에 23,347명 아동서비스 지원을 시작했어요. 민간영역에서 일구어 온 '지역 돌봄'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2004년 지역아동센터 법제화는 의미가 컸습니다." 

- 그러고 보니 지금은 보기 힘든 무료 공부방, 야학 등이 있었네요. 
"네, 지역아동센터 법제화 배경에는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듯이 방과 후에도 동네 곳곳의 아동복지시설을 보편적으로 이용하게함으로써 모든 아동 청소년들에게 동일선상의 출발을 통한 사회적 계층화에 대한 안전망 구축'이라는 취지가 작용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센터에서 식사를 제공받을 때 대상의 구분을 두지 말라는 지침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낙인감을 주지 말라는 이유죠."
 
이재현 누리사랑지역아동센터장 (사진 : 정민구 기자)
 이재현 누리사랑지역아동센터장 (사진 :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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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제화 이후 센터 운영에 필요한 지원 등은 문제가 없나요? 
"법제화를 할 때는 지역마다 지역아동센터가 있으면 아이들이 방과 후에 이용하는 보편적인 시설로 역할을 할 거라는 중장기 계획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센터를 이용하는 형태가 조금씩 달라졌어요. 이명박 정부 때는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던 지역아동센터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50%는 받아야 한다고 바꿨어요. 아이들을 계층화하기 시작한 거죠. 박근혜 정부 때는 이 비율을 90%까지 올립니다. 나머지 10%도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만을 받으라고 하면서 심각하게 낙인화를 시켜버렸어요." 

- 아이들을 계층별로 나누고 낙인찍는 결과가 되었겠네요.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어떤가요?
"저희는 당연히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센터로 다시 돌려놔야 한다고 생각하고 요구했어요. 지역아동센터 정상화 요구라고 할 수 있죠. 문재인 정부는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중심의 초등 공적 돌봄을 확대하겠다는 '다함께돌봄사업'을 시작해요. 요즘 지역에 많이 생기는 키움센터가 바로 '서울형다함께돌봄센터'에요." 

- 그럼 지역에서 돌봄을 맡은 곳이 지역아동센터와 키움센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 기관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사실 차이점이 없죠. 마을 돌봄의 롤모델은 지역아동센터니까요. 그런데 지역아동센터는 사비로 공간 만들어 운영하고 교사들은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수준이고 운영비 지원도 거의 없죠. 하지만 후발주자인 키움센터는 공간도 마련해주고 센터 운영비도 나오고요, 급여 기준도 있어요. 지역아동센터는 초중고 아이들이 다 올 수 있는 공간이고 키움센터는 초등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차이점이 있어요. 그리고 키움센터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국가차원의 홍보와 지역아동센터는 대상기준이 충족할 때 이용할 수 있다는 낙인감이 차이이기도 하네요."

- 센터 교사들이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연차별로 급여차이가 있지 않나요?
"작년 기준으로 49인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에 매월 719만원 운영비가 나왔어요. 이 돈은 교사 3명 인건비와 4대 보험에 운영비, 49명 아동의 한 달 프로그램비가 포함된 금액입니다. 센터 교사들은 몇 년을 일했건 상관없이 그 해 최저임금을 받아요. 수당도 한 푼 없죠. 올해는 지원금이 786만원으로 조금 오른 것 같지만, 기존에 별도로 주던 공기청정기 렌탈비와 전자출결을 의무화로 인한 전자출결 사용료를 운영비에 포함시켰어요. 결국 운영비는 증액되지 않은 셈이죠."

- 같은 돌봄 노동을 하는데 차이가 많이 나네요. 
"지역아동센터와 키움센터는 유관기관이니까 파트너쉽을 갖고 함께 해 나가야 하는데 행정에서 이런 차별을 두면 안 되죠. 그런 차별은 결국 아이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어요. 지역아동센터에서 열심히 일하던 교사가 처우 때문에 키움센터로 옮기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그걸 보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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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로 지역아동센터의 돌봄 역할이 커졌을 거 같은데 어떤가요? 
"갑자기 학교가 문을 닫으니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센터로 올 수 밖에 없었죠. 보통은 아이들 방과 후에 오니 점심에 문을 여는데 코로나19로 아침부터 문을 열었어요. 아이들이 학교 온라인 수업은 해야 하는데 장비도 없어서 여기저기서 빌리고 교사들 갖고 있는 거 썼죠. 누가 알아달라는 건 아니지만 행정의 지원이 너무 없어서 힘들었죠. 

사실 2019년 겨울방학부터 지금까지 지역아동센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문을 열고 있는 상태에요. 우리 아이들 돌보는 일에 대해서 교사들은 불만이 없어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아이들이 더 오랜 시간 센터에 머물게 되면 그에 맞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고 식사, 간식 제공도 등 할 일이 많아졌지만, 인력지원이 없어 교사들도 지칠 수밖에 없죠. 코로나19 초기에는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1년 넘게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행정의 지원대책이 나올 시기가 지나 무관심인 건 아닐까요?"

- 책임만 주고 지원은 없었네요.
"2019년에 은명초에서 큰 불이 났죠. 그 때 구청이랑 교육청에서 긴급하게 요청이 왔어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 돌볼 수 있냐고요. 센터별로 몇 명 수용이 가능한지 긴급하게 조사해서 알려줬고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센터로 왔죠. 두어 달 정도 많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매일같이 센터를 이용했지만, 화재 당일 이후로 구청도 교육청도 별도의 연락조차 온 적 없이 온전히 센터에서 번외의 아이들에 대한 돌봄을 한 경험도 있습니다."

- 교사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한 상황이군요.
"고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에 있는 모든 사회복지사들이 어디에서 일하던 동일한 임금체계를 갖추겠다고 약속했어요.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단일임금체계'를 시행한다고 하고 지역아동센터도 적용대상에 포함시켰죠. 저희는 환호했죠. 그런데 서울시가 법인시설에게 대해서만 우선 적용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지역아동센터는 개인이 국가가 방치한 돌봄을 시작하면서 출발한 거라는 특성을 완전 무시하는 거죠." 
 
전국 지역아동센터 노동자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차별없는 단일임금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국돌봄노동조합)
 전국 지역아동센터 노동자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차별없는 단일임금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국돌봄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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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이용하던 지역아동센터가 가난을 증명해야 올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여기서 돌봄 노동을 하고 있는 교사들은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네요.
"네, 그래서 지난 2019년 지역아동센터 관련단체에서 헌법소원청구를 했어요. 아동보호자의 소득기준으로 지역아동센터의 이용을 제한하는 지금의 제도가 이용 아동들에게 못사는 가정의 아동처럼 낙인을 찍을 수 있고 특정 기준으로 이용을 제한해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들의 직업수행 권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 거죠. 

지난 2월에는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전국돌봄노동조합이 출발했어요. 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동조합 인정, 단체협약 쟁취', '지역아동센터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지역아동센터가 전국적으로 몇 곳 정도 있나요?
"지금은 약 4천2백 개소에 이용 아동수는 11만 명 수준이에요. 2004년 985개소에 23,347명이용이던 규모에 비해 엄청 많이 늘었죠. 은평구는 27곳으로 서울에서 제일 많아요. 이용 아동수는 8백여 명 이에요. 식사지원을 해야 하는 아이들도 서울에서 제일 많고요. 돌봄 사각지대에서 지역아동센터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잘 모르시더라구요."

-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한지 15년이 넘었는데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을 거 같아요. 
"센터에서 자란 아이들은 명절 때면 항상 자기 집 오듯이 찾아와요. 모든 아이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센터를 안 만났으면 어쩌면 더 힘들게 살았을 아이들이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기 몫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쁘죠. 

전국의 수천 개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자란 수만 명의 성인이 있는데 지역아동센터를 홀대하는 건 결국 이들을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봐요. 센터에서 만난 사람이 사회복지사이다 보니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아이들도 많고 실제 성인이 되어 센터에서 일하는 일도 있고요. 이제는 국가가 지역아동센터를 인정하고 교사들이 이 곳에서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차별 없는 지원을 하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은평, #지역아동센터, #아동, #돌봄,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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