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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판권을 살 엄두도 못 내고 있다가 최근에 들어와서야 겨우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판권을 사려고 한다."

최근 중국의 한 예능프로그램 제작회사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중국의 Q사는 최근 종영한 우리나라의 음악 예능프로그램 판권을 구매하려고 제작회사와 협상을 하고 있다. Q사는 한국 제작회사로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Q사 한국 담당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악화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국 제작회사와의 거래가 끊어져 걱정했다"라면서도 "요즘은 양국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2016년 7월 미국 사드(THAAD, 종말고고도지역방어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중국 정부가 내린 '한한령(限韓令, 한류제한명령)'이 최근 들어 완화되고 있다.

방송프로그램 수출은 이 시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는 '방송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 5866만 달러였던 대(對)중국 방송프로그램 수출액이 지난 2017년에 1108만 달러로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듬해인 지난 2018년에는 300만 달러로 줄었다. 이어 지난 2019년에는 약 995만 달러로 회복됐으나, 한한령 전의 수출액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에 적대적인 내용 빠진 한미 공동성명
 
대한민국 정의용(왼쪽 세번째부터)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 안토니 블링컨(왼쪽 두번째)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의용(왼쪽 세번째부터)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 안토니 블링컨(왼쪽 두번째)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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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18일 한·미 2+2(외교·국방 장관)회담 후 채택된 공동성명에 중국에 적대적인 내용이 모두 빠지자 한한령 완화를 넘어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미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가입 요청 중인 미국과 일본·호주·인도의 대(對)중국 안보협력체 쿼드(Quad, 4자 안보대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이라는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지난 16일 개최된 미·일 2+2회담 후 채택된 공동성명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공동성명을 통해 쿼드가 '(중국의) 강압적인 힘에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행동이 동맹국들과 국제사회에 정치·경제·군사·기술적 도전'을 야기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강압성과 불안정한 행동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해당 공동성명에는 중국에 민감한 사안인 대만 안보의 중요성과 홍콩인 및 신장 위구르족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다.

중국의 반응도 달랐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한·미 2+2회담 후에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18~19일에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에 앞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한국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미·중 고위급 회담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만 대답했다.

이는 지난 17일 미·일 2+2회담 후에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 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의 내용을 겨냥해 "악의적으로 중국의 대외정책을 공격하고 중국의 내정을 심하게 간섭하고 함부로 중국의 이익을 해했다"라며 "대단히 불만족스럽고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비판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고려한다면 중국과의 협력도 눈감을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애써 잡은 한한령 해제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국가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라면, 미국과 중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할 것인데 우리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중국, #정민욱, #중국경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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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매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베이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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