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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5월 10일 진행된 항소심에 불출석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3월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광주 시민들이 전씨가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5월 10일 진행된 항소심에 불출석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3월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광주 시민들이 전씨가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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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두환 없는 전두환 재판'은 시작도 못한 채 5분 만에 끝났다.

사자명예훼손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씨는 자신이 항소해 놓고도 항소심 첫 재판에 나오지 않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였고, 재판부는 다음 재판기일에도 불출석할 경우 전씨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부, 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전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앞서 재판에 출석할 것처럼 이야기했던 전씨 측은 재판 며칠 전 입장을 번복했고, 결국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특히 인정신문(피고인의 신분 등을 확인하는 절차)이 진행되는 첫 공판과 선고가 이뤄지는 마지막 공판엔 피고인의 참석이 필수다.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2회 연속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는 그대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는 피고인이 사실상 방어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판부 "피고인, 불출석 허가 받고 싶다면 다음 기일에 나와야"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의 항소심 첫 공판이 예정된 1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전씨 측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홀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의 항소심 첫 공판이 예정된 1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전씨 측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홀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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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전씨 측은 '재판에 불출석하겠지만 방어권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형사소송법 365조는 형식적으론 정당한 사유 없이 피고인이 불출석할 경우 그대로 판결해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부여하는 규정이다"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론 출석이 어려운 피고인에겐 출석 의무를 완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법정 출석을 위해 꽤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피고인이 출석할 경우 법정에서도 다수의 경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곧바로 항소심을 계속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검찰 측은 "형사소송법 248조에 따라 인정신문 절차가 진행되는 기일은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라며 "나아가 이 재판은 무고한 광주시민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진정한 사죄표현을 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다. 특혜를 요구하며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면 적절한 양형이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 인정신문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불출석 허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 2회 연속 불출석할 경우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을 개시하겠다고 판단했다. 즉 전씨가 계속 출석을 거부한다면 방어권 보장의 핵심인 피고인의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는 이 사건 피고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전국 모든 법원의 절차를 말씀드리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전씨 측이) 불출석 허가를 신청한 것이라면 (오늘) 허가해줄 수 없다. 왜냐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인정신문이 이뤄진 뒤 불출석 허가 유무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피고인이 불출석 허가를 받고 싶다면 다음 기일에 나와서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라면 구속돼도 할 말 없을 것"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의 항소심 첫 공판이 예정된 1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조영대 신부가 전씨의 재판 출석 등을 촉구하는 발언하고 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의 항소심 첫 공판이 예정된 1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조영대 신부가 전씨의 재판 출석 등을 촉구하는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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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사자명예훼손 혐의)해,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고 조비오 신부 측 김정호 변호사는 "(전씨 측은) 1심에서도 비슷한 방법을 동원해 재판을 끌었고 결국 2년 6개월 만에 선고가 내려졌다"라며 "형사재판 피고인으로서 재판을 받는 전씨가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성실히 재판에 임하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태도라면 2심에서 법정구속형이 내려져도 전씨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재판부는 원칙대로 사법정의를 위한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재판에 앞서 "항소도 정말 불쾌한 일인데 재판에까지 불출석한다는 건 이 재판과 광주를 우롱하는 작태"라며 "본인이 떳떳하면 법정에 서서 진위를 가려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자꾸 재판을 거부하는 건 꼼수"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24일 오후 2시로 잡았다.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다음 기일에도 (전씨는)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씨 측이 재판부의 판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태그:#전두환, #광주지방법원, #재판, #불출석, #5.18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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