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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동아제약 면접과정에서 발생한 채용성차별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 피해자는 면접 당시 "여성은 군대에 가지 않았으니 남성보다 임금을 덜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를 갈 생각이 있냐"는 업무와 전혀 무관한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다.
 3월 15일, 동아제약 면접과정에서 발생한 채용성차별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 피해자는 면접 당시 "여성은 군대에 가지 않았으니 남성보다 임금을 덜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를 갈 생각이 있냐"는 업무와 전혀 무관한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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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이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 등의 질문을 여성 면접자에게 던진 사실이 지난 3월 드러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성차별적 질문은 남녀고용평등법으로 처벌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모집과 채용'을 규정한 고평법 7조에서는 차별적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선 안 된다는 것이지, 차별적 질문을 하지 않아야 된다는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서 고용상의 모든 차별을 규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현재 존재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차별 없이 노동할 권리'의 내용을 확립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202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서류지원 및 면접 시 직무와 관련 없는 성별등의 정보를 제시요구하거나 채용 시 성별등을 평가 기준으로 하는 행위"를 '차별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존재했다면, 동아제약 성차별은 명확한 '위법' 행위로서 처벌이 가능하다.

"차별금지법은 모두를 위한 법"... '법 사각지대' 없앤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사람 2층 한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사람 2층 한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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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사람 2층 한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복합적인 차별과 괴롭힘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차별금지법 제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장혜영안'은 국회에서 계류중이며,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할 계획이었던 '평등법' 역시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해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5%가 '평등권 보장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할 정도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는 마련된 상황이다. 하지만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을 문제 삼은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와 국회의 소극적인 태도가 제정 논의 자체를 막고 있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이 특정한 집단만의 차별을 구제하거나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은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복합차별 등을 통합적으로 규율하게 된다.

특히 차별금지사유를 이유로 한 '괴롭힘'은 우리 법제에 새롭게 들어오는 개념이다. ▲ 회장 생일 축하 자리에 여성 직원들에게만 참석을 강요하며 병풍처럼 세워두는 사례 ▲ "여자가 커피를 타야 한다"고 발언하는 상사 ▲ 얼굴과 몸 평가 등은 지금까지 '성차별적 괴롭힘'에 해당하는 일임에도 법적인 제재가 어려웠다. 이같은 행위들을 차별 행위의 하나인 '괴롭힘'으로 규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차별금지법을 통해 성희롱의 정의 역시 확대된다. 그동안 남녀고용평등법은 '고용'에 관한 성희롱,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고용과 공공기관에 관한 성희롱에 대해서만 규율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고용, 재화·용역, 교육 행정 등까지 포함해서 성희롱의 법적 개념을 확장한다.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이라는 문구도 삭제되어, 성희롱이 개인의 성적 문제가 아니라 '차별이자 괴롭힘'의 문제라는 점이 강조된다.

'간접차별' 부분도 눈에 띈다. 채용 공고 등에서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으나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경우"를 '간접차별'로 분류하는데, 남녀고용평등법에 간접차별 조항이 있음에도 성별을 이유로 한 간접차별을 명시한 판례가 현재까지는 없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간접차별을 직접차별과 동일하게 차별의 일반개념으로 규정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차별을 금지할 수 있게 한다.

그밖에도 '차별받지 않아야 할 노동자'의 범위가 확대되어, 비전형 노동(간접고용, 특수고용) 관계에서도 사용자는 차별금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외국에서도 차별금지법에서의 근로자·사용자의 범위는 노동법상 근로자·사용자의 범위보다 넓게 규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차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의 범위를 현실의 일터 세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고용 차별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을 통일성 있게 제시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처벌을 받지 않아 논란이 됐던 택시기사의 성매매 제안, 산부인과에서의 괴롭힘과 성희롱 등을 예시로 들면서, '사각지대'에 있었던 재화용역과 교육 부문의 차별을 차별금지법을 통해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오는 25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국회에 직접 알리는 국민동의청원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행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태그:#차별금지법, #동아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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