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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미는 낱마리 조황이었지만 꾸준하게 올라왔다.
 참가자미는 낱마리 조황이었지만 꾸준하게 올라왔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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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다. 생선이 가장 흔한 철이다. 온갖 생선들이 산란을 위해 근해로 이동하면서 풍성하게 잡히는 시기다. 5월 넷째 주 주말, 울진군 죽변항은 초봄부터 시작된 참가자미 낚시 시즌이 한참이었다.  

손맛이 그리워졌다. 지난해 11월 충남 무창포로 주꾸미 낚시를 갔다 온 후 6개월여를 바닷가 내음을 못 맡았더니 안달이 나던 참이다. 지난주 수요일 단골 낚시 가게에서 보낸 한 통의 문자에 죽변항 참가자미 낚시를 예약하고 기대감에 시간을 보냈다.

금요일 밤 11시 출발한 낚시 버스가 어둠을 뚫고 내달려 죽변항에 닿은 건 지난 토요일(22일) 새벽 4시 무렵이었다. 식당에서 이른 아침을 챙겨 먹고 승선한 게 평강호다.

선장은 이 동네 토박이라고 하는 명기훈(52). 아직은 사방이 어둑어둑한 가운데 평강호는 푸른 동해 바닷물을 헤치며 거침없이 내달렸다. 낚시꾼은 5명. 핫시즌인데도 코로나19로 낚시객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이십여 분 수면 위를 질주했까? 사진 속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 시야에 잡힌다. 돔 형태의 지붕이 특징인 원자력 발전소다. 평강호는 10여 분을 더 내달리더니 울진 원전이 닿을 듯한 거리에 닻을 내렸다. 200~300m쯤 될까 말까 한 거리다.

우럭 낚시나 참돔 등 다른 선상 낚시는 엔진을 켜놓은 채 조류를 따라서 이동하면서 선상 낚시를 한다.

낚싯대에 계속 걸려오는 참가자미 
 
죽변항 참가자미는 대체로 씨알이 굵었다.
 죽변항 참가자미는 대체로 씨알이 굵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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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참가자미 낚시는 닻을 이용해 한 자리에 정박한 상태에서 집어를 한 후 낚아내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을 택하는 건 참가자미가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먹잇감에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습성이 있다 보니, 포인트로 이동하면 먼저 낚시대를 1미터 이상 들었다 놨다 반복하면서 봉돌로 바닥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렇게 바닥을 봉돌로 흔들어 충격을 주면 모랫바닥에 흩어져 있던 참가자미가 먹이가 나타난 줄 알고 모여든다. 

다른 어종의 선상 낚시의 경우에는 낚시객들 간의 간격이 멀수록 엉킴은 물론 조과도 훨씬 좋다. 이에 반해 참가자미 낚시는 가능하면 낚싯대가 가까이 붙어야 집어 효과가 뛰어나다. 바다 밑바닥이 시끌벅적해야 멀리 있던 참가자미도 무슨 일이지? 하면서 모여들기 때문이다. 집어 방식이 재미있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부터 시작한 낚시. 낚싯대에 낱마리씩 참가자미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낚시꾼들이 '깻잎'이라고 표현하는 작은 가자미가 아니다. 제법 씨알이 굵다. 성인 남성 손바닥만 하다. 
 
항구를 출발할때는 어둑어둑했는데 구름 사이로 빛을 발하면서 갑자기 환해 졌다.
 항구를 출발할때는 어둑어둑했는데 구름 사이로 빛을 발하면서 갑자기 환해 졌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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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바닥에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게 참가자미다. 뼈째 썰어놓으면 그 식감은 쉽게 잊히지 않는 맛이다. 참가자미 조림과 무침은 또 어떤가. 여기에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그 고소한 맛은 일품이다. 

죽변항을 나설 때만 해도 제법 거칠었던 파도는 해가 떠오르면서 점차 낮아지더니 이제는 가볍게 일렁이는 정도다. 바다 낚시를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참가자미 낚시도 손맛이 제법이다. 가지 채비에 갯지렁이를 바늘에 끼워 수심 25m 정도 내리니 바닥을 찍는다.

그런 후 부드럽게 고패질을 계속하던 순간, 바다 저 밑바닥에서 우두둑하는 신호가 줄을 타고 전해온다. 낚시대를 30cm 정도 들어보니 참가자미가 바늘을 단단히 문 듯 끝이 흔들린다.

릴을 감아올리는데 한 번씩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게 기분 좋은 기대감을 선사한다. 참가자미 낚시의 즐거움이다. 올라온 참가자미를 쿨러에 넣으려다 가까이 놓고 보니 그 둥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재미있게 친구들하고 노는데 갯지렁이로 유혹해 왜 자기를 잡았느냐'고 따져 묻는 듯하다. 한 마리는 사진 속 모델이 되고는 출연료를 대신해 바다 물속으로 다시 되돌려 보냈다. 
 
울진 원전이 바로 코 앞에 있는 듯 했다.
 울진 원전이 바로 코 앞에 있는 듯 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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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무렵에는 미끼를 끼우기가 바빴다. 이날 낚시는 두 대를 펼쳐 놨기 때문에 그만큼 바쁘게 손발을 움직여야만 했다. 더구나 배에 릴 전용 전기가 없어 전동릴을 사용 못 하고 손으로만 감아올려야 해서 중노동이었다. 

오월의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스쳐 지나간다. 햇볕은 구름 한 점 없어 마치 한여름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가면서 쿨러에는 가자미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참가자미 낚시는 아침 6시 무렵부터 시작해 오후 2시쯤 마무리하고 죽변항으로 철수했다. 8시간쯤 낚시를 하는 것이지만 낚싯대를 두 대 사용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달렸다.

올여름 동해안으로 휴가를 가게 되면 가자미 선상 낚시를 빼먹어선 안 된다. 오지게 재미있고 또 잡은 가자미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잡는 재미도 좋지만 먹는 재미가 더 뛰어난 게 참가자미 낚시다. 

낚시를 마치고 쿨러를 정리하는데 제법 묵직하다. 씨알 좋은 참가자미가 쉰여섯 마리다. 올라오는 낚시 버스에서 오늘 잡은 참가자미로 무엇부터 해 먹을 것인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선상 낚시는 적당한 체력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 여기에 시간이 허락되어야 하니 쉬운 조건은 아니다. 이 정도면 하는 만족감이 가슴을 채운다. 

죽변항을 출발한 버스가 동해 고속도로를 내달린다. 동해시와 묵호를 지나는데 동해의 퍼런 물결이 시원스럽게 다가오는 듯하다. 해변에 쏟아져 내리고 있는 강렬한 햇볕은 어느새 한여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와 비슷한 기사가 법률닷컴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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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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