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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밌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룬 <마인>이다. 특히 지난주에는 젠틀하고 인텔리한 효원가 둘째 아들 한지용(이현욱 역)의 실체가 드러난 장면이 흥미로웠다.

그는 아이의 생모 강자경(옥자연 역)을 아내 서희수(이보영 역) 몰래 아들 튜터로 들이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서희수가 튜터를 내보내려 하자, 한지용은 생모인 강자경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생모를 튜터로 들인 이유를 말한다.

"하준이를 낳아준 너... 키워 준 희수, 함께 하준이를 위해서 공생하란 거야. 그럼 내 아들은 더 완벽해지니까."

다들 어딘가 아프고 그 아픔과 상처가 각기 다른 형태로 드러나는 재벌가. 그 중에서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큰 며느리 정서현(김서형 역)이다. 그런 그가 한지용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자, 한지용은 형수의 가장 아픈 부분을 찌른다.

"우린 중량이 비슷한 비밀을 서로 공유했다. 형과 이혼해도 재혼하지 않을 거란 걸 안다. 재혼을 한다고 해도 남자가 아니란 것도. 성소수자, 그게 뭐 어떠냐."

모든 자극적인 요소들이 잘 버무려진 덕분인지 드라마는 꽤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화제가 되었다. 정서현의 옛 연인 최수지로 등장한 배우 김정화의 남편 유은성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스포일러가 화근이었다.

"저희 부부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라고 한 배우 남편
 
 드라마 마인의 한 장면
 드라마 마인의 한 장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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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찬양 사역자인 그는 한 누리꾼이 '아내 분이 동성애자로 추측되는 역할로 나오시던데 동성애를 이해하고자 하는 뜻으로 그 역할 맡으신 거냐'라고 묻는 질문에, 이런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었다. 

"드라마 내용을 스포할 수 없어 더 말씀 못 드리지만 한 사람이 그 상황에 고뇌를 겪다가 결국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되는 내용이다... (아내 김정화의 연기는) 동성애가 아니다. 아내도 저 역할에 고민이 많았는데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 제작진이 동성애로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 같다. 저희 부부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성소수자는 물론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 시청자들을 모두 무시한 경솔하고 무례한 발언이었다. 아내가 맡은 성소수자 역할이 마지막에는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을 보며 쓸쓸한 질문이 올라왔다.

그는 한 번이라도 '비정상'으로 치부된 삶을 살아봤을까. 그렇게 한켠으로 몰려나 설 자리가 없는 작고 연약한 존재가 되어 봤을까. 논란이 커지자 유씨는 '제작진 분들의 의도와 관계없는 개인적인 추측으로 신중하지 못한 발언과 행동을 했다'라고 사과했으나 동성애 차별 발언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반쪽짜리 사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내가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지도 30년이 지났다. 교회에서 만나 꽤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몇 년 사이에 멀어졌다.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나의 입장과 기독교적 관점에서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 이외의 것을 '비정상'으로 보는 그의 입장이 도무지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사는 환경이 다르고, 처한 입장이 다르기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친구가 단체 카톡방에 올리는 글들과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그에게 나는 친구라기보다는 교화의 대상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정화의 남편이 '아내가 맡은 역할은 동성애가 아니다. 노이즈 마케팅이다. 우리는 동성애에 반대한다'면서 찬물을 끼얹었을 때, 그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도대체 정상이 뭐길래

이번주에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장로교 고신 재단의 한 언론사가 성경 읽기 운동을 하는 '성서유니온선교회'를 집중 공격했다. 기독교 대안운동 단체인 청어람아카데미를 후원한다는 이유였는데, 청어람이 "기독교 안에 페미니즘 유입 최선봉" "동성애 옹호" "차별금지법 찬성" 단체이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그들의 맹공에 결국 성서유니온은 청어람 후원을 중단했다. 청어람이 건강한 기독교 대안운동을 펼치던 곳이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이런 와중에 누군가는 떠난 사람들의 빈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 중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다른 사람 입장과 상황,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상대를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무례함. 기독교적 관점에서 '정상'이 아니면 모두 '비정상'으로 편을 가르는 편협함, 평등의 가치를 기독교의 질서를 깨는 위험천만한 것으로 보는 두려움. 사랑보다 혐오를 일삼는 오만과 독선. 예수님은 사랑하는 분이었다는 걸 잊은 걸까.

그들은 남들이야 곤란해지든지 상처받든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이 정한 기독교적 '정상'이라는 기득권을 지키고 싶은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들은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처절하게 자신들만의 성을 지키려는 드라마 <마인> 속 효원가의 모습과도 닮았다.

같은 기독교 안에서도 '동성애' '차별금지' 같은 말만 나오면 달려들어서 융단 폭격을 해대는 등 '다름'을 조금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변화'에도 꽁꽁 문을 닫으니, 있던 사람마저 떠나는 건 당연하다. 하물며 외부에서 보는 기독교야 오죽 할까.

지난 5월 한국 갤럽이 조사한 결과, 무종교인이 60%를 기록하고, 비종교인 중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는 답한 사람은 61%, 가장 호감가는 종교로는 불교가 20%, 가톨릭이 13%, 개신교가 6%에 불과했다(뉴스엔조이 5월 21일 기사 "개신교 인구 17%, 호감도 6%..." 참고).

소외되었던 곳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평등을 외치는 요즘. 그 목소리만큼 평등의 가치가 도가 지나칠 정도로 공격당한다. 정상과 비정상 싸움으로 차별, 편견, 혐오가 이뤄지는 곳에서 평등의 가치가 고생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도대체 정상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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