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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
 지난 12일 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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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고객센터 직영화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대략적으로 확인되는 노동자들의 주된 요구는 정리하면 생활임금 쟁취, 근로기준법 준수,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 고객센터 직영화 등의 요구로 요약된다.

노동자는 노동의 대가로 생활할 수 있는 적정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근로기준법은 지키라고 만든 법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보험 역시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에 공공성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생소할 수 있는 직영화를 보다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직영화는 특정한 기관에서 일정한 사업을 직접 관리하는 경영구조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대부분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이 전화를 받는 줄로 알지만 사실은 외주화된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고객센터가 원래부터 민간위탁은 아니었다.

2006년 이전에는 공단 직원들이 맡았던 업무였지만, 공단은 "대국민 서비스개선을 혁신적으로 추진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단을 만들기 위해" 고객센터를 별도로 출범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간위탁이라는 비용절감,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공공서비스 사업은 민간참여를 대폭 허용하는 민영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민영화는 우리 사회 깊숙이 있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지관 같은 시설은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의 사례처럼 대부분 간접적으로 고용되어 있다.

복지시설을 가보면 수녀나 신부, 승려 등이 직원으로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건 종교법인이 복지시설을 위탁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노동권 탄압에는 진보 기독교 교단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6월 30일 성공회의 노동권 탄압을 규탄하는 사회복지노동자들.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노동권 탄압에는 진보 기독교 교단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6월 30일 성공회의 노동권 탄압을 규탄하는 사회복지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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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법인까지 민영화된 공공서비스 시장에 뛰어드는 판이라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종교를 강요하는, 공공성을 상실한 종교법인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뉴스 검색만 해도 흔히 찾을 수 있고, 사회복지 현장의 인권침해나 괴롭힘 유형에 흔히 등장하는 내용 중 하나다.

강요를 통해 직원들에게 종교적인 가치를 강요하는 이런 시도는 복지시설이 갖춰야하는 공공성을 훼손하는 매우 부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신의 사랑과 자비는 강요나 공공성을 훼손하면서 내려오지 않는다. 

반면 민간법인과 달리 국가가 직접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오로지 공공성을 띨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사회서비스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착취를 통한 이윤을 추구하려고도 하지 않고 종교를 강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사회서비스 기관의 직접운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 설립 본연의 목적대로 운영되는 것이다. 주민센터를 이용하면서 그곳에서 종교강요나 후원강요 등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흔히 복지시설이라고 부르는 사회서비스 기관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공성이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자격관련 업무, 보험료 부과 관련 업무, 징수관련 업무 등 1000개가 훨씬 넘는 다양한 건강보험 관련 통합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모두 영리적인 업무가 아닌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업무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국민의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민간용역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건강보험공단과 민간 용역업체 중 누가 마련해야 하는걸까?

직접고용 문제를 보더라도 공공성과 따로 분리하기 어렵다. 사회서비스 본연의 목적인 공공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민간위탁 노동자가 필요한가? 위탁이 끝나면 책임도 끝난다. 하지만 공공성에 있어서의 책임은 위탁기간을 넘어서는 문제이다. 오히려 공공성에 있어서 민간위탁 구조가 걸림돌이 된다. 민간위탁 방식에서 오는 공공성 저해는 직영화, 직접 고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올 2월에 나온 사회공공연구원의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민간위탁 문제와 직영화 필요성'이라는 연구에서도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민간위탁은 민간의 전문성 활용 여지나 경제적‧행정적 효율성, 경쟁 효과 등은 고사하고, 오히려 안정적이고 내실있는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위‧수탁 구조에서 실적과 수량적 평가 중심으로 개인과 팀, 그리고 업체 간 경쟁과 통제방식의 노무 관리가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면서 "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영화는 건강보험 상담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뿐 아니라, 가입자의 건강권 및 다양한 참여 보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간위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의 문제는 현재 사회서비스 시장 전체가 앓고 있는 여러 병폐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최대 사용자로서 공공부문 또한 효율성 중심의 경영혁신을 추구하면서 비정규직 확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책임을 인정하였기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약속했고 시행해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단체들이 각종 처우개선 요구 발표를 하지만 절대 하지 않는 요구가 있다. 바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직영화, 직접고용, 공영화' 요구들이다. 사회서비스 현장은 민간이 운영을 맡는 민영화의 큰 시장이다. 그곳에서 직영화나 직접고용이 일어난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밥그릇을 국가나 지자체에 빼앗기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5월 13일 취지 훼손 없는 "진짜 사회서비스원법" 통과촉구 기자회견. 그동안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민영화된 사회서비스 시장에서 공공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2021년 5월 13일 취지 훼손 없는 "진짜 사회서비스원법" 통과촉구 기자회견. 그동안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민영화된 사회서비스 시장에서 공공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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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어져온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에 있어서도 민간의 반발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 민영화된 시장에서 위탁운영 시 제공되는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지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그 거위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은 민간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생각이다.  

직영화를 비롯한 직접고용은 민간의 목적을 위해, 민간을 위해 일하는 노예들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사회서비스 시장에서 민간의 역할이 없어짐을 의미하고, 그 말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에서 본인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다보니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을 위한다고 하는 협회나 다른 단체도 직영화나 직접고용은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사회서비스는 사회유지에 필요한 그 성격상 절대 황금알을 요구하는 영리추구의 성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과 시민들은 공공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현장노동자를 대할 때 공공성을 가지고 대한다. 하청노동자를 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공무원이라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런 현실이지만 사회서비스 노동자들 대부분이 민영화된 하청노동자의 신분에서 온전하게 공공성을 띄고 일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만이 느끼는 비애다.

노동자 스스로 이 거대한 간접고용 노동시장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가 과연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영화가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 뿐만 아니라 공단의 공공성 강화에도 이바지할 것은 분명하다.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를 통해 다른 사회서비스 현장의 노동자들도 직접고용의 꿈을 품어봤으면 좋겠다. 종교강요와 후원강요, 각종비리에 얼룩진 민간위탁 체계를 벗어나 공공의 이익이란 본연의 가치를 위해 땀 흘리는 순수한 노동을 꿈꿔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영화를 쟁취하는 과정을 통해서 민간위탁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동안의 생각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것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체념하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뒤집을 때 현장은 변화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아래에 펄럭이는 고객센터노조의 깃발. 이들의 고객센터 직영화 요구는 공공/사회서비스 현장에서의 공공성을 담보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아래에 펄럭이는 고객센터노조의 깃발. 이들의 고객센터 직영화 요구는 공공/사회서비스 현장에서의 공공성을 담보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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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사회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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