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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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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현상과 돌아온 보수의 시간

2021년 6월은 이준석의 시간이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주목도는 가히 '현상'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 정도였다. 이는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율을 상회하는 결과를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 지점에서 과감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한국 정치에서 국민의힘, 더 넓게는 보수정치의 시간이 도래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준석 현상만 놓고 보면 보수정치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고 볼 수도 있다. 위의 정당 지지율 역전과 함께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년 대선 주요 후보 지지율 역시 보수진영이 더 높게 나오는 것이 그 사례로 볼 수 있다.

한국 보수정치는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지난 9년 간 패배해왔다. 특히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의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 보수정치는 그 존재 자체가 종말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이준석 현상은 위와 같은 보수정치의 종말론을 역전시키고, 한국 보수정치가 다시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2021년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 선거 모두에서 승리한 것을 보아 이준석 현상만이 이러한 환경을 만든 것이 아니며, 이준석 현상 자체가 일시적인 바람몰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한국 보수정치가 새로운 정국을 맞이 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9년 간의 패배를 끊어낼 수 있는 기회가 한국 보수정치 세력에게 쥐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보수정치는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다시 승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수 있을까.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보수정치 세력인 영국 보수당으로 볼 수 있다. 

영국 보수당, '변화' 선택했기에 살아 남았다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다』, 강원택, 2008, EAI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다』, 강원택, 2008, EAI
ⓒ 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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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한국의 보수정치는 종말이라는 선고를 딛고 살아남아 다시 기회를 잡게 될까. 이러한 질문에 가장 적절한 대답을 찾을 수 있는 사례는 영국 보수당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강원택 교수의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영국보수당의 역사>를 참조했다.

보수정치의 연원을 찾는 분석에는 대개 영국, 그 중에서도 토리(Tory) 정파를 꼽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토리 정파는 1670년대 후반 탄생했다. 그 뒤를 이은 영국 보수당의 역사까지 살펴본다면 영국 보수당은 300년을 존속해온 보수정치세력이다. 정당정치가 확고하게 이루어진 1830년대를 기준으로 해도 200년을 이어져 온 게 영국 보수당이다.

영국 보수당은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올 수 있었을까. 참고문헌의 저자는 보수주의 그 자체의 이념보다는 보수정당의 생존 기술에 대해 주목한다. 보수당의 역사가 이념적 순수성 보다는 실용성과 유연성을 중시해온 연원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는 변화가 몰고 올 불확실성, 즉 어떻게 될 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신과 거부감을 담고 있으며, 반대로 현재 편하고 익숙한 것에 대해 애정을 느낀다. 보수주의자들이 전통과 기존 제도를 중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19쪽)

영국 보수당은 변화를 거부한 것은 아님을 주장한다. 보수당이 거부한 건 급진적, 전면적 변화였을 뿐이다. 보수당은 변화의 요구가 거세어졌을 때 보수당이 지키고자 하는 이익과 가치를 보호하는 데 변화가 필요하다면 보수당은 가장 먼저 개혁안을 제시해왔다는 점에 저자는 보수정치의 생존에 본질이 있었다.

실제로 저자는 영국 보수당의 리더들의 역사를 살펴 보면 위기의 상황 속에서 변화를 택하며 보수정당의 성공을 이끈 리더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캐닝, 고더리치, 웰링턴은​ 영국 보수가 도저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가톨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톨릭에 대한 양보라는 변화를 선택했다.

로버트 필 경은 당시 산업화라는 변화를 마주하며 도시, 노동자, 산업세력을 위한 정책을 만들었다. 더 나아가 디즈레일리는 사회개혁 법안을 통해 노동자 민중의 삶을 개선코자 했다. 볼드윈은 전세계 경제가 불황이던 당시 노조파업에 대해 유화책을 제시했고 사회개혁을 주도했다. 버틀러 역시 청년보수당 운동을 통해 노동당에 호감을 가지던 청년층의 지지를 다시 보수당으로 가지고 오기도 했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살펴보면 영국 보수당을 성공으로 이끈 리더들은 모두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보수당을 통해 적절하고도 안전한 변화를 주도했던 인물들이었다. 반대로 실패한 보수당 리더들은 시대의 변화를 끝끝내 읽지 못했던 이들이었다.  참고문헌의 저자 역시 이러한 영국 보수당의 생존력의 원인으로 세 가지 원인을 지적한다.

첫쨰, 권력에 대한 열망이다. 이들은 집권을 위해 이념적 독단보다는 현실과 타협했다. 권력쟁취라는 목적을 위해 실용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것에 실패하여 집권하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툭유의 실용주의를 통해 빠르게 회복하여 재집권하였다.

둘째, 유연함이다. 보수당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왔다. 보수당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할지라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여 자신들의 뿌리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을 절대 만들지 않았다. 위와 같은 양보는 프랑스혁명과 같은 급진적 변화를 피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저자는 유연성의 원천으로 보수당의 리더들을 꼽는다. 리더들의 강력한 리더십이 내분 속에서도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한 것이다.

셋째, 보수당은 외연을 끝없이 확대해왔다. 토지소유 계급과 귀족의 연합으로 시작한 보수당은 산업혁명 이후 성장한 상공업자와 노동계급까지 자신들의 지지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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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시대의 변화를 마주했을 때, 그 변화를 주도해왔기에 영국의 보수정치는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정치는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고, 이를 주도할 수 있을까. 이준석 현상은 한국 보수정치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이준석 현상 하나만으로 한국 보수정치가 지난 9년의 패배를 끝낼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국 보수정치의 주류인 국민의힘은 지금 두 가지 길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하나는 앞서 소개한 이준석의 길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현 원내대표 김기현의 길이다. 이준석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송영길 대표와의 대화 속에서 억까(억지로 까는)를 지양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는 비생산적인 말싸움에 지친 일반 국민들의 욕구를 잘 짚은 제안이었다. 또한 상대 당이 빌미를 주기만 한다면 일단은 공격을 해야 했던 기존 정치권의 문법과는 다른 제안이었다.

반면 6월 17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김기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꼰수기(꼰대, 수구, 기득권)라는 노골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이는 야당이 다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기세를 올리기 위해 지도부가 상대 당에 대한 맹렬한 공격을 가하는 기존 정치 문법이었다.

정당의 양대 리더인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모습이 양극으로 나타난 순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과연 한국보수 정치는 이준석과 김기현의 모습 중 어떤 모습을 채택하여 내년 대선을 임하게 될까. 아마 그 선택이 현재 9년 만에 다시 기회를 잡은 보수정치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험대가 2022년 20대 대선과 8회 지선이 될 것이다.

태그:#이준석, #김기현, #국민의힘, #보수당, #강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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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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