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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소리가 연화대에 가득 차는 순간 “불, 법, 승” 외침과 함께 월주 대종사의 법구는 홀연히 허공을 휘돌며 솟아오르는 불꽃과 연기 따라 서서히 지수화풍으로 돌아가 자취를 감췄다.
▲ 태공당 월주 대종사 다비식 염불소리가 연화대에 가득 차는 순간 “불, 법, 승” 외침과 함께 월주 대종사의 법구는 홀연히 허공을 휘돌며 솟아오르는 불꽃과 연기 따라 서서히 지수화풍으로 돌아가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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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입적한 태공당 월주 대종사가 26일 금산사에서의 다비식으로 모악산의 지수화풍으로 돌아갔다.

조계종 17‧28대 총무원장 태공당 월주 대종사 종단장 장의위원회(집행위원장 금곡 스님)는 26일 김제 금산사에서 태공당 월주 대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을 봉행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결식장에 입장이 제한되자 추모객들은 스님의 법구가 다비장으로 이운되는 길가에서 마지막 삼배를 올리며 스님과의 이별에 눈물을 뿌렸다.

영결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독과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가운데 봉행됐다. 명종 5타로 시작된 법회는 개식 및 삼귀의, 인묵·덕산 스님의 영결 법요, 도영·도법 스님의 헌향 및 헌다, 지명 스님의 행장 소개에 이어 추도입정, 생전 육성 법문, 영결사, 법어, 추도사, 조사, 추모의 글, 헌화, 인사말, 사홍서원으로 마무리됐다.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는 법어에서 “월주 대종사는 산중불교만이 아닌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이 중생교화를 위해 몸소 사바세계에 뛰어들어 중생과 함께하며 동체대비의 보현행원을 시현했다”고 말했다.
▲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 법어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는 법어에서 “월주 대종사는 산중불교만이 아닌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이 중생교화를 위해 몸소 사바세계에 뛰어들어 중생과 함께하며 동체대비의 보현행원을 시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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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를 비롯해 원로의장 세민, 부의장 원경, 총무원장 원행, 중앙종회의장 정문,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경우,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일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등 종단 안팎의 주요 스님들과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주윤식 조계종중앙신도회장, 이원욱 국회 정각회장, 송하진 전라북도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국가의 원로로서 지혜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월주 대종사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조전에서 "구도의 삶과 이웃의 고통을 품어주는 이타행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몸소 보여주신 스님의 입적이 안타깝다"며 "스님께서 말씀하신 동체대비의 마음으로 아프고 힘든 이웃을 보듬고 함께한다면 우리 국민은 코로나의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스님의 가르침을 새겼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영결사에서 "50여 성상을 넘게 보아온 모악산의 산사락은 오늘 왜 이리도 처연하고 적말할 뿐입니까"라며 "출가사문으로 생사와 별리의 경계는 마땅히 넘어서야 하겠지만 스승을 보내드려야 하는 이 비통한 마음, 가눌길이 없다"고 한국불교의 스승이었던 은사를 보내야 하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결사 도중 젖어드는 눈시울을 숨기지 못한 원행 스님은 "홍대(澒大)한 스승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의 삶은 보살도와 보현행원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씀하신 대종사의 삶은 실제로도 그러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매사 공심을 앞세우며 종단 발전을 위해 헌신하셨던 대종사의 삶은 우리 종단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결사 도중 젖어드는 눈시울을 숨기지 못한 원행 스님은 “홍대(?大)한 스승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의 삶은 보살도와 보현행원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씀하신 대종사의 삶은 실제로도 그러하였다”고 말했다
▲ 총무원장 원행 스님 영결사 영결사 도중 젖어드는 눈시울을 숨기지 못한 원행 스님은 “홍대(?大)한 스승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의 삶은 보살도와 보현행원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씀하신 대종사의 삶은 실제로도 그러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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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는 법어에서 "월주 대종사는 산중불교만이 아닌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이 중생교화를 위해 몸소 사바세계에 뛰어들어 중생과 함께하며 동체대비의 보현행원을 시현했다"며 "종단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총무원장 소임을 맡아 종단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불교의 역할이 편안과 안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늘지고 고통 받는 중생과 함께하는 것이기에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비행을 실천하신 종장이었다"고 추모했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는 "월주 스님은 이웃 종교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종교간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이는 조화와 화합의 화쟁사상을 실천하고자 하는 월주 스님의 고귀한 헌신 덕분"이라고 말하고 스님의 소중한 가치를 더욱 발전시킬 것을 약속했다.

문도대표 인사에서 금산사 회주 도영 스님은 "삼복더위와 코로나19로 힘든 시절에 은사스님을 보내드리는 자리에 참석해준 대덕 스님들, 사부대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제자들은 스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앞으로도 서로 화합하고 뜻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스님의 법구가 다비장으로 이운되는 길가에서 마지막 삼배를 올리며 스님과의 이별에 눈물을 뿌렸다.
▲ 마지막 가는길에 삼배의 예 추모객들은 스님의 법구가 다비장으로 이운되는 길가에서 마지막 삼배를 올리며 스님과의 이별에 눈물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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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이후 월주 스님의 법구는 금산사 초입에 마련된 연화대로 이운됐다. 처영기념관을 나와 보제루 앞마당을 크게 돈 운구행렬은 대적광전과 미륵전 부처님께 세간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자신이 기거했던 만월당을 잠시 바라보다 금강문을 건너갔다. 문도와 장의위원, 스님, 포교사, 신도들이 만장과 함께 뒤를 따랐다.

스님의 법구와 만장 행렬이 연화대에 도착하고 이어 다비식이 엄수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비식 동참 인원이 제한됐다. 사부대중은 멀리서나마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했고 염불성은 메아리가 돼 모악산을 울렸다. 염불소리가 연화대에 가득 차는 순간 "불, 법, 승" 외침과 함께 월주 대종사의 법구는 홀연히 허공을 휘돌며 솟아오르는 불꽃과 연기 따라 서서히 지수화풍으로 돌아가 자취를 감췄다.

한편 월주 대종사 문도스님들은 25일 김제 금산사 보제루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태공당 월주 대종사가 남긴 업적을 기리고 유지 계승과 선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나눔의집 논란에 대해서도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월주 스님의 제자 실상사 회주 도법, 금산사 주지 일원, 동국대 이사장 성우, 금산사 총무국장 화평 스님이 동참했다. 이번 자리는 월주 스님이 남긴 업적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큰스님의 유지 계승과 선양에 대한 계획을 밝히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태공당 월주 대종사가 7월26일 금산사에서의 다비식으로 모악산의 지수화풍으로 돌아갔다.
▲ 다비식과 연꽃상여 태공당 월주 대종사가 7월26일 금산사에서의 다비식으로 모악산의 지수화풍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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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이사장 성우 스님은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나눔의집이 언론으로부터 공격 받은 후 경기도의 편파적인 행정으로 명예가 실추되는 일을 당했고 이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는 원인이 됐다"며 "월주 스님은 헌신적으로 할머니들의 인권침탈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고 그 결과 나눔의집은 세계적 역사의 장이 됐고 나눔의집이 발전될 수 있도록 제자들이 역량을 모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산사 총무국장 화평 스님은 "행정적으로 미비한 상황이 있다면 시정하고 잘못이 있다면 수용해 세상 사람들이 나눔의집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할 것"이라며 "큰스님에 대한 명예회복이 하루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월주 대종사 문도스님들은 월주 스님이 대사회적 활동에 적극 나서며 큰 족적을 남긴 만큼 이를 선양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덧붙이는 글 | 법보신문 인터넷 판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월주스님, #총무원장, #다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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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이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계기로 불교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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