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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494명의 후보가 당선됐다. 2명까지 뽑는 2인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각 한 명 씩 사이좋게 두 명만 출마해서 자동으로 당선이 확정이 된 것이다.

역대 선거 중 가장 많은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고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다. 선거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결정할 수 있는 힘과도 연결된다. 시민은 선거를 통해 자신의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자를 통해 자신의 삶과 관련된 것을 결정한다.

대표자들이 조금이라도 눈치를 보는 사람은 '표가 되는 사람'이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능동적인 시민이 될 수 있는 도구로서 선거권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많은 이들의 선거권은 박탈됐다.

유권자들은 어떤 정책을 가진, 어떤 지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도록 하고 싶은지를 고민할 권리를 박탈 당했지만, 우습게도 이번의 현상은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시스템을 하나도 어기지 않고 일어났다.

청소년의 일상은 늘 '무투표 당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청소년 단체들은 100번째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새 대통령의 취임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어린이·청소년인권 보장을 위한 핵심정책요구를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출마선언과 공약말하기 형태로 발표합니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는 단순히 정책에 지지하는 것을 넘어, 청소년 참정권을 제한하는 정치적 현실에 저항의 의미를 담은 ‘청소년이 자리 홀라당(黨)’이라는 당명으로 출마했다.
▲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청소년 단체들은 100번째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새 대통령의 취임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어린이·청소년인권 보장을 위한 핵심정책요구를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출마선언과 공약말하기 형태로 발표합니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는 단순히 정책에 지지하는 것을 넘어, 청소년 참정권을 제한하는 정치적 현실에 저항의 의미를 담은 ‘청소년이 자리 홀라당(黨)’이라는 당명으로 출마했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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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일상은 언제나 이와 같았다. 나이를 잣대로 한 무의미한 기준에 가로막혀, 자신이 전혀 원하지 않는, 오히려 자신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 것이 뻔한 사람들이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출되는 것을 보고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은 제도권 정치의 바깥에서 끊임 없이 목소리를 내며 싸웠다. 이번 지방선거에 '청소년이자리홀라당'을 당명으로 걸고 출마한 '기호 0번 청소년' 역시 이러한 행동의 일환이다. 

최근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제한이 하향돼 18세 청소년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선거란 본래 현재로부터 5년 뒤, 10년 뒤 등 당선자의 임기와 그 임기 이후까지 고려해서, 여러 정책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고민하며 참여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끝자락에 서 있는 18세만 제도권 정치에 슬쩍 끼워주고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했다"고 생색을 내도, 청소년의 실질적 삶의 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했다고 하기 힘들다. 

'기호 0번' 청소년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당선돼 자리를 차지할 수 없음에도, 후보가 대표하고자 하는 청소년에 대한 정책에 관해서는 가장 충실하고 풍성한 정책을 내놨다.

자신이 대변하고 싶은 이들이 있고, 이를 위한 고민과 정책을 꽉꽉 채워 놔도, 제도의 벽에 가로막혀 선거기간에 선거관리위원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는 말 한마디 내뱉기 힘든 청소년들이 있다. 그런 반면 별 다른 고민과 절실함이 없어도 피선거 가능 연령이라는 이유로,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유권자들의 의사와도 무관하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말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기호 0번' 청소년이 만들고 싶은 세상은
 
▲ 기호 0번 청소년 출마한다! 청소년의 말할 자리를 내놓아라 ??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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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0번 청소년 후보'는 단순히 정책에 지지하는 것을 넘어, 청소년 참정권을 제한하는 정치적 현실에 저항의 의미를 담은 '청소년이자리홀라당(黨)'이라는 당명으로 출마했다.

청소년이자리홀라당은 한 표가 없는 이들의 움직임이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의 출마 선언은 한 표가 없는 이들의 외침이다. 우리는 표가 없는 자들의 표를 외치기 위해 출마한다. 우리는 어린이 손님을 거부하는 노키즈존 가게, 폭언과 폭력, 두발⋅복장규제가 만연한 학교를 본다. 각자도생의 사회를 따라 입시경쟁의 판을 까는 학교와 학원과 교육당국, 청소년의 노동을 착취하는 고용주가 만연한 일터를 본다. 또한 청소년이 폭력적인 학교와 가정을 넘었을 때 어떠한 교육자원도, 돌봄자원도 없는 사각지대를 본다. 그렇기에 '입시경쟁 폐지 및 대학평준화', '차별금지법 제정', '학생인권법 제정', '청소년 노동인권 보장', '학습시간 줄이기', '성평등교육 및 스쿨 미투 해결', '청소년 탈시설과 주거권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호 0번 청소년 SNS 해시태그 인증샷 릴레이'를 통해 누구나 기호 0번 청소년 후보가 되어 청소년 관련 현안 및 정책에 관하여 자유롭게 공약을 발표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교',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학업스트레스 없는 나라', '등하교시 교통비 보장', '국수사과영 같이 재미없는 과목 말고도 원하는 내용 공부할 수 있는 기회 마련', '대학교 제비뽑기', '청소년 기본소득 보장', '청년주택을 이을 청소년주택', '노키즈존 없는 동네' 등의 공약을 내건 다양한 기호 0번 청소년 후보가 출마했다. 우리는 이 사회의 동등한 시민으로서 한 표를 행사할 때까지, 표를 위해 유세할 수 있을 때까지 기호 0번 청소년의 정치를 이어가겠다.

태그:#청소년, #인권, #참정권,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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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광장의 동료였던 청소년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모인연대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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