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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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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름이다. 대걸레를 쥔 손이 연신 이마로 향했다. 머리에 둘러맨 손수건은 15분 만에 흥건해졌고, 하얗던 팔 토시엔 금세 덕지덕지 얼룩이 나붙었다. "여름이라 더 힘드시죠"라고 물었더니 옅은 미소와 함께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사계절 땀 흘리는 건 똑같습니다."

더 힘들거나, 덜 힘들거나 둘 중 하나였다. 승강기 없는 4층 건물을 쉼 없이 오르내렸고 키만큼 널브러진 쓰레기 더미를 차곡차곡 다시 쌓아올렸다. 쓰레기통 옆 벽면 분리수거 안내문엔 "비운다, 헹군다, 섞지 않는다, 분리한다"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는 연신 비우고, 헹구고, 섞인 걸 분리하고 있었다. 쓰레기봉투 위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습기 가득한 샤워장 물청소는 몸의 습도를 더욱 높였다. 세탁기 배수필터 세척을 위해선 연신 허리를 굽혀야 했다. 휴게실 싱크대 옆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자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코를 찔렀다. 졸졸 따라다니기만 한 기자의 등도 금방 땀으로 젖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뒤라 학생들이 많이 빠져서 일이 좀 수월한 편입니다. 그래서 오늘 기자님이랑 이렇게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네요. 특히 코로나19 한창 때나 학기 초엔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개강파티 같은 날엔 화장실에 토를 그렇게들 해놔요(웃음)."

노동자 위한다던 외주화, 실제 현장에선 
 
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화장실에 새 휴지를 보충하기 위해 건물을 오르내리고 있다.
 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화장실에 새 휴지를 보충하기 위해 건물을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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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인근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인근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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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다. 지난해 6월 26일 서울대 기숙사(관악학생생활관)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 이아무개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씨의 죽음은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산재로 인정받았다. 과노동과 직장 내 스트레스 등이 겹쳐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과노동이 주된 사망 이유였던 만큼 서울대의 조치에 이목이 쏠렸다. 그런데 서울대는 '외주화'를 택했다. 노동자들의 과노동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주말 청소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긴 것이다. 이씨가 세상을 떠난 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22일 만난 서울대 청소노동자 최주환(가명)씨는 "주말 수당이 없어지면서 임금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주말 수당이 급여의 1/10 수준"이었다던 그는 "(줄어든 임금 때문에) 넣고 있던 적금도 바꿨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숨진 이씨처럼 기숙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씨는 "오다가다 마주쳤던 분이라 (이씨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며 "충격이었다. 죽은 사람만 안 됐다"라고 떠올렸다. 휴식 중이던 다른 청소노동자 박찬배(가명)씨도 "(이씨 사고) 전날 퇴근 즈음에 다 같이 간식을 먹었는데 (그 뒤에 이씨가) 집으로 퇴근하던 모습이 선명하다"며 "처음에 누군가 '(이씨가) 돌아가셨다'라고 하길래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박씨는 주말 청소 외주화와 관련된 질문에 말을 아끼면서도 최씨처럼 "급여가 좀 줄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최씨는 "얼마 전 제초작업 때문에 아직도 팔이 부어 있다"면서도 "이번 주 토요일 희망자에 한해 진행되는 제초작업에 자원했다. 수당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샤워실과 화장실 물청소를 하고 있다.
 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샤워실과 화장실 물청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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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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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주중 노동 강도가 획기적으로 준 것도 아니었다. 최씨는 "한 번은 주말에 (외주업체가) 제대로 일을 안 해놓고 가서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쓰레기통이 막 넘쳐흘러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며 쓴웃음을 내보였다.

서울대 청소노동자들과 꾸준히 소통 중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18학번)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주말 청소를 담당하는 외주업체의 청소 범위가 기존 청소노동자들이 하던 일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주초 (기존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노동자들이) 생활임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말 업무 수당은 생활에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그걸 받지 못하니 오히려 주말에 따로 아르바이트나 부수입원을 찾아야 하는 이들도 생겼다"며 "노동 강도나 낮아지든가 임금이 보전되든가 둘 중 하나는 이뤄져야 하는데 둘 다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함께 만난 이은세 학생대표(20학번) 역시 "서울대는 면적을 기준으로 기숙사 청소 인력이 충분하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같은 면적이라도 공간 특성에 따라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며 "기숙사의 경우 거주 공간이다보니 (다른 곳에 비해) 청소양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면적만을 기준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곳곳 추모공간과 대자보
 
2019년, 2021년 서울대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기리는 대자보가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게시판에 붙어 있다.
 2019년, 2021년 서울대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기리는 대자보가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게시판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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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21년 서울대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21일 서울대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공과대학 302동, 관악학생생활관 920동에 추모공간이 차려졌다. 사진은 22일 관악학생생활관 920동 추모공간의 모습이다.
 2019년, 2021년 서울대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21일 서울대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공과대학 302동, 관악학생생활관 920동에 추모공간이 차려졌다. 사진은 22일 관악학생생활관 920동 추모공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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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이씨가 숨진 기숙사 관리동을 비롯해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공과대학 302동에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흰 국화꽃 너머 벽면에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진짜 서울대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적힌 메모가 붙어 있었다. 서울대 곳곳 게시판엔 "두 차례의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추모공간 중 한 곳인 공과대학 302동은 3년 전 다른 청소노동자가 숨진 곳이다. 폭염이 기승이던 2019년 8월, 이 노동자는 냉난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지하 계단 아래 휴게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 이후 청소노동자 휴게실 정비는 나름의 진전을 보였다. 사각지대가 있긴 하지만 상당수 노동자가 면적, 환기, 냉난방시설 등을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청소노동자의 죽음은 지난해에 되풀이됐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아래 비서공)'은 2018년에 생겼다. 서울대가 '정규직화'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던 시기, 그 정규직화가 불완전·불충분하다고 비판하면서 학내 여러 조직이 연대했다. 이재현 학생대표는 "정규직 전환보단 무기직 전환, 총장 직접고용보단 학내 기관 및 단과대에 의한 고용으로 이중적·차별적 고용구조가 계속 이어졌다"며 비서공의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2019년, 2021년 청소노동자 사망은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대가 '정규직화'를 강조한 이후에 벌어졌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규직화 조치에도 이런 일이 반복된 이유를 묻자 이재현 학생대표는 비서공의 설립 이유를 그 답으로 내놨다.

그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총장과 대학본부가 직접 책임지도록 고용주체를 총장으로 하는 등 고용조건 개선이 이뤄져야 했는데 미봉책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망한 청소노동자들은 물론 이날 만난 두 청소노동자 또한 서울대 법인이 아닌 하위 기관(기숙사, 단과대 등) 고용돼 있었다.
 
2019년, 2021년 서울대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21일 서울대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공과대학 302동, 관악학생생활관 920동에 추모공간이 차려졌다. 사진은 22일 관악학생생활관 920동 추모공간에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이재현(앞쪽)·이은세 학생대표가 헌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9년, 2021년 서울대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21일 서울대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공과대학 302동, 관악학생생활관 920동에 추모공간이 차려졌다. 사진은 22일 관악학생생활관 920동 추모공간에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이재현(앞쪽)·이은세 학생대표가 헌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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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21년 서울대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21일 서울대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공과대학 302동, 관악학생생활관 920동에 추모공간이 차려졌다. 사진은 22일 관악학생생활관 920동 추모공간의 모습이다.
 2019년, 2021년 서울대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21일 서울대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공과대학 302동, 관악학생생활관 920동에 추모공간이 차려졌다. 사진은 22일 관악학생생활관 920동 추모공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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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학생대표는 "법인이 고용한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 사이에 임금 격차가 클 뿐만 아니라, 인사관리 등 책임을 대학본부가 지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 후에도 문제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선 대학본부의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고용구조 때문에) 대학본부는 책임을 회피한다. 그러다보니 기숙사 측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2021년 청소노동자 사망 후 주말 청소 외주화 같은) 이중적 고용체계를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세 학생대표는 "2021년 돌아가셨던 청소노동자가 제가 살던 기숙사 바로 옆 동에서 일하던 분이었다. 우리 생활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며 "서울대에서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장기적으로 지켜보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업무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던 청소노동자 최씨가 기자에게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의 청소복 상의 왼편에 새겨진 서울대 마크가 눈에 들어왔다. 이 마크에 적힌 라틴어 'VERITAS LUX MEA'는 '진리는 나의 빛'이란 뜻이다.
 
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샤워실과 화장실 물청소를 하고 있다.
 2019년,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3주기, 1주기를 앞둔 22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샤워실과 화장실 물청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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