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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한국청과부 과일 경매장
 가락시장 한국청과부 과일 경매장
ⓒ 김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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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아래 가락시장)은 대표적인 농수산물 시장이다. 전국의 대량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가락시장은 한동안 극심한 코로나 여파로 인해 활기 넘치고 붐비는 시장 분위기를 잃어버리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세상이 깊은 잠에 빠져들 무렵, 자정을 갓 넘긴 9일 오전 0시 40분경. 가락시장에 들어서자 수시로 오가는 큰 트럭, 지게차, 오토바이와 많은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빈 공간에 가득 채워지는 농수산물, 알아들을 수 없는 경매사만의 언어,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덩달아 활기가 살아나는 듯했다. 가락시장의 농수산물 가격은 우리가 잠들어 있는 사이 결정된다. 그래서 가락시장엔 밤이 없다. 가락시장은 한밤중이 대낮처럼 환하고 바쁘다. 

시간이 자정을 지나 새벽 2시가 되어 청과물 시장 경매가 시작되었다. 알아듣기 힘든 경매사의 말에 연신 리모컨을 재빠르게 누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이른 새벽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체구 작은 여성이 있었다.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남성이었는데 그 중 유일한 홍일점 여성으로 기자의 동생이기도 하다. 

내 동생 김은영은 국산 및 수입 과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과일 중도매인 (주)수지청과후레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잔인한 코로나에 정면으로 맞서 고민 끝에 도전을 선택하고 가락시장 한국청과 내 국산 및 수입 과일 전문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가락시장이 한때 연이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매스컴에 집중 보도되자 도전은 시련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동생은 처음 시작부터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가게를 오픈한 이래 고민과 걱정이 계속됐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지독했던 코로나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면서 가락시장에도 다시금 활기가 되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가락시장도 예전 같지 않지만"
 
가락시장 수지청과후레쉬 김은영 대표가 경매 본 과일을 점검하고 있다.
 가락시장 수지청과후레쉬 김은영 대표가 경매 본 과일을 점검하고 있다.
ⓒ 김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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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때와 비교해서 지금은 상황이 어떤가? 
"코로나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고물가에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가락시장도 예전 분위기가 아니다. 아직 피부에 와닿을 만큼 차이는 못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경기가 풀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상황을 지켜보면서 버티는 중이다." (웃음) 

- 장사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코로나가 한창일 때 가게를 오픈해서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멈춤으로 인해 가락시장 내 상인들은 물론 시장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이 출입에 제한을 받다 보니 장사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게다가 빈번하게 바뀌는 격리 정책이나 행정명령 등에 따라 어떨 때는 거의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다 보니 상인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리 가게 확진자는 물론이고 옆 가게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영업정지까지 겹쳐 마음고생이 심했다. 여기에 매출 감소와 나처럼 처음 시작한 신생 업체에게 가장 중요한 신규거래처 확보가 난관에 부딪히고 매달 결제금 입금이 밀리는 등 현상 유지조차 힘든 상황을 겪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상황을 어떻게 버티고 지나왔는지 싶다." 

- 어떤 과일이 맛있는지 추천 부탁한다.
"요즘은 뭐니 뭐니 해도 신선한 제철 과일이 제일이다. 요즘 계속 날씨가 더워서인지 맛 좋고 당도 높은 수박, 복숭아, 자두 등이 인기 품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고, 바나나, 멜론 등 수입 과일이 인기였는데 요즘 열대지방의 우기철 영향인지 수입 과일 맛은 좀 덜한 편이다. 미국산 체리는 가격은 비싸지만, 맛이 좋아서 단골 고객 위주로 잘 팔리고 있다." 

"손님들이 과일 맛있다고 할 때 보람 느껴"

-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손님들이 우리 가게 과일이 제일 맛있다고 할 때다. 장사 초기에 신규거래처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서 거래처를 확보해야 하는지조차 몰라서 그 자체가 큰 산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거래를 통해 우리 가게의 과일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정받고 고정 거래처가 늘어날 때마다 성취감도 맛보고 보람을 느낀다. 이제는 어딜 가도 과일이 먼저 보인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가격을 매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이제 과일 장사꾼 다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웃음) 

- 본인처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코로나 상황에서 처음 가게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가족과 지인들은 모두 반대하며 말렸다. 나 또한 중간에 힘들 때 포기할까 여러 번 망설이고 후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락시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전혀 모르고 살았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선택은 나 자신 몫이다."

- 마지막으로 바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예전처럼 자유롭고 편하게 가락시장을 찾아와서 시장 경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다. 요즘은 어딜가도 다 죽겠다는 소리만 들린다. 하루빨리 경기가 좋아지고 장사가 잘돼서 모두가 잘살았으면 한다." 

인터뷰 중에도 경매에서 낙찰받은 과일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손놀림을 계속한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당차고 자신 넘치는 모습으로 여운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동생의 바람대로 우리 모두가 웃으며 잘 사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IMB통신에도 송고됩니다.


태그:#가락시장, #과일, #국산과일, #수입과일, #수지청과후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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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언론인연대 IMB통신 선임 기자 김혜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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