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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가 운영하는 헬스장이 90세 이상 노인의 시설이용을 금지했다.
 주민센터가 운영하는 헬스장이 90세 이상 노인의 시설이용을 금지했다.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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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90세가 되어 운동할 수 없다니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네요."

김세환(91·가명) 할아버지가 서울 금천구 독산3동 주민센터가 운영하는 헬스장(체력단련실)에 등록을 못하자 발길을 돌리면서 이같이 푸념했다.

올해 91세를 맞는 김 할아버지는 과거 3년 동안 이곳 헬스장에서 체력을 다져왔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몸과 마음이 한층 젊어지고, '장수 건강노인'이라는 칭송도 듣고 있다. 

올해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헬스장이 다시 운영을 시작해 등록을 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주민센터 담당자는 주민자치회 운영규정에 따라 90세가 넘으면 회원이 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김씨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관련 규정을 살펴봤다. 그러나 90세 이상 주민에 대해 자치회관 프로그램 이용을 제한한 규정은 따로 없었다. 주민자치회가 운영하는 자치회관 운영세칙도 그런 연령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심신이 미약한 자'에 대해 안전상 이유로 이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90세 이상 노인 모두가 무조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3동 주민자치회 및 자치회관 운영세칙. 90세 이상 노인의 체력단련실 이용 제한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내용은 없다.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3동 주민자치회 및 자치회관 운영세칙. 90세 이상 노인의 체력단련실 이용 제한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내용은 없다.
ⓒ 자료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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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를 구가하는 요즘 세상에 90세 넘었다고 운동하지 말라는 것은 그야말로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노인을 '귀찮은' 관리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이 깔려있는 건 아닌지 묻고싶다. 

백세시대에 부응하는 초고령자 운동시설 투자 확대해야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20년 기준 현재 90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25만7490명이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에게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여건과 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령화 선진국은 초고령자들을 '장애인 인권'에 준해 특화된 건강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추세다.

90세 이상 노인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몇가지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주민센터 헬스장에서 '연령제한'을 철폐하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연령제한보다는 운동시설에서 초고령자 회원의 안전사고 예방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개방하는 '재활체육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90세 이상 노인들은 청각과 시각 장애를 한 두 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수영과 헬스, 재활프로그램을 갖춘 재활체육센터는 현재 장애인 뿐 아니라 노약자 비장애인에게도 재활운동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90세 이상 초고령자들이 많다. 이들에게 운동은 '권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용 지출은 2019년 32조2000억 원, 2020년 35조6000억 원, 2025년 58조원(예상)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10%를 상회한다.

90세 이상 노인을 위한 맞춤형 운동시설과 프로그램 투자 대폭 확대가 장기적으로 고령자에 대한 의료 및 건강관리비 등 국가적 사회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태그:#주민센터, #자치회관, #헬스장, #연령차별, #초고령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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