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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올해 2분기 형사부 우수 검사로 선정된 박세혁 인천지방검찰청 형사2부 검사가 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계곡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검찰청 올해 2분기 형사부 우수 검사로 선정된 박세혁 인천지방검찰청 형사2부 검사가 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계곡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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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 남편분이 특별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방송에 나왔던 쓸쓸한 그 모습 그대로더라고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나니 결과적으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수사팀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3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박세혁 검사가 '계곡살인 사건'을 수사하며 겪은 일을 설명하는 도중 "피해자인 이은해의 남편 양아무개씨를 꿈에서 만났다"며 한 말이다. 그는 "이은해와 조현수가 구속되기 직전 잠적해 버린 상황에서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에 많이 시달렸다"면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상황을 우리의 무능함 때문에 저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지난 4월 16일, '계곡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가 인천지방검찰청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에 의해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공개수배 17일만이었다. 박 검사는 "이은해와 조현수가 체포된 당일도 새벽까지 근무하다 퇴근했다"면서 "너무 힘들다 보니 '정말 못해먹겠다'는 마음까지 들었는데 낮에 체포됐다는 연락 받고 수사팀이 모두 모여 기뻐했던 순간이 지금도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7월 26일 대검찰청은 '계곡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도 공판검사로 참여한 박세혁 인천지검 형사2부 검사를 올해 2분기 형사부 우수 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2021년 2월 인천지검 검사로 발령 난 뒤 '계곡살인 사건' 수사를 통해 주범 이은해와 조현수 등이 저지른 살인미수 2건을 추가로 밝혀냈고 두 사람을 직접 구속기소했다. 또한 2021년 11월 층간소음을 이유로 일가족 3명을 크게 다치게 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도 수사했다.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으로 박 검사는 공판에도 직접 참여했다.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징역 2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는 이른바 '인천 연쇄 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살인범 권재찬에 대한 사건 수사도 맡았다. 지난 6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2019년 '안인득 사건' 이후 3년 만에 권재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아래는 박 검사와 나눈 대화 주요 문답이다. 

"큰 사건과 인연이 닿았던 것"

- 형사부 우수 검사 선정, 스스로 생각한 선정 사유는?

"계곡살인 사건이나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권재찬 연쇄강도 살인사건 등 이슈가 많이 된 사건들을 의도치 않게 연이어 맡게 돼서 선정된 거 같다. 사실 대다수 검사들이 검사 생활하며 살인 사건은 한 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데 오래 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일단 살인 사건 피해자 시신을 봐야 하고 조사과정에서 유족도 만나야 한다.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 보니 연달아 하게 됐고 대검에서 이를 좋게 봐준 거 같다. 물론 (인천지검) 검사장님 비롯해 차장님 이하 간부들, 수사관들, 실무관들이 모두 고생했기 때문에 '계곡살인 사건' 같은 큰 건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분들한테 감사한 마음이다."

- '계곡살인 사건', 부담은 없었나?

"엄청 컸다. 전담수사팀이 편성됐고 당시 2개 검사실이 투입됐다. 무엇보다 3년 만에 재개되는 워낙 특이한 사건이라서 수사 초창기에는 과연 이게 될까도 싶었다. 하지만 수사팀이 종합적으로 논의한 결과, '이은해, 조현수에 의한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때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했다. 그러다 '복어독 살인미수'와 같은 중요한 단서(텔레그램 메시지)를 밝혀낸 거다. 하지만 살인미수가 밝혀져 이은해와 조현수에 대한 신병처리를 하겠다 마음먹은 상태에서 갑자기 두 사람이 (2021년 12월)잠적해 버렸다. 그때부터 정말로 어려웠다. 아마 앞으로도 이 이상 어려운 사건은 맡기 어려울 것 같다."

- 이은해와 조현수의 잠적 후 언론 관심이 더 커졌다. 결과적으로 공개수배 후 검거하긴 했지만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같다.

"(2022년 3월 30일) 공개 수배로 전환한 뒤 전국에서 제보 전화가 왔다. '이은해 같은 사람이 있으니 한번 확인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문제는 코로나 때문에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식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들께서 제보 전화를 주신 것이니 하나하나 진위 여부를 따졌다. 제보가 온 해당 지구대에 연락해 협조를 구하고 확인했다. 그러다 보니 수사팀이 거의 밤낮없이 제보 전화받고 확인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다들 지쳐갔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체포된 당일도 다르지 않았다. 새벽까지 근무하다 퇴근했다. 너무 힘들다 보니 '정말 못해먹겠다'는 마음까지 들더라. 그런데 그날 체포됐다는 연락을 받은 거다. 수사팀이 다 같이 모여 모두 기뻐했던 순간이 지금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꿈에서 만난 남편 윤씨, 쓸쓸한 모습 그대로였다"  
 
대검찰청 올해 2분기 형사부 우수 검사로 선정된 박세혁 인천지방검찰청 형사2부 검사는 “나쁜 놈을 잡아야겠다는 분노보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지를 더 많이 생각한다"며 "그런 책임감을 갖고 사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올해 2분기 형사부 우수 검사로 선정된 박세혁 인천지방검찰청 형사2부 검사는 “나쁜 놈을 잡아야겠다는 분노보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지를 더 많이 생각한다"며 "그런 책임감을 갖고 사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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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대신 '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해 기소했다.

"계좌 추적을 통해 피해 남편 윤씨가 이은해와 주변 인물들에게 장기간 수억 원에 달하는 돈을 완전히 뜯긴 상태임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주요 참고인들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현찰로 준 돈이 더 많다고 하더라. 피해 남편은 사망하기 전에는 단돈 몇 천 원이 없어 친구한테 돈을 빌리는 상태까지 됐다. 물론 이은해와 조현수는 피해 남편에게 받는 돈 이외에 특별한 수입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의 생명보험만큼은 적은 금액이 아님에도 꾸역꾸역 유지를 해왔다.

그런데도 피해 남편은 마지막까지 이은해를 포기하지 않았다.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와이프 이은해가 내연남 조현수가 보는 앞에서 남편 윤씨에게 '남자가 왜 다이빙도 못해'라는 말을 했다. 이에 남편인 윤씨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계곡으로 다이빙을 하게 돼 사망까지 이르게 된 거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대신 '작위에 의한 살인'이라 판단한 이유다. 물론 압수수색을 통해 이은해와 조현수 집에서 휴대폰을 20대 이상 확보했고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텔레그램에서 '복어독 이만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는 내용 역시 확인했다." 

인천지검은 이은해와 조현수가 수영할 줄 모르는 남편 윤씨에게 4m 높이의 용소계곡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안전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 대신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한 이유다. 통상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인 남편 윤씨를 꿈에서 만났다고 했는데. 

"(2021년 12월) 이은해와 조현수를 구속하기 직전 두 사람이 갑자기 잠적을 해버렸다. 그 순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에 많이 시달렸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상황을 우리의 무능함 때문에 저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힘들었다. 매일 야근하고 어떻게 하면 둘을 잡을 수 있을지 생각하며 퇴근 후 바로 잠드는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꿈에서 피해자 남편분이 나오더라."

- 남편 윤씨, 어떤 모습이었나? 무슨 말을 했나?

"피해자인 남편분이 특별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냥 방송에 나왔던 쓸쓸한 그 모습 그대로더라.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나니 결과적으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수사팀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실은 그때 당시 저희도 너무 답답한 마음에 설날이 됐을 때 남편 윤씨가 잠든 묘지에 가서 성묘를 하려고 했다. 코로나로 직접 성묘가 제한된다고 해서 온라인 성묘를 드렸다. 그래서 더 사건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던 거 같다."

- 끝까지 책임을 다해 성과를 냈다.

"지금도 사실은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 재판에 들어갔고,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이은해와 조현수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제출된 증거 역시 대부분 동의하지 않고 있다. 검찰에서 증인만 40여 명을 신청한 이유다. 그러니 부디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이은해와 조현수가 엄벌을 받을 수 있도록 증인으로 출석한 분들이 최대한 증인신문에 협조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날 박 검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검사 생활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그는 "내 위치에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살인사건 전담 검사치고는 마음이 약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나쁜 놈을 잡아야지'라는 분노보다 어떻게 하면 '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런 책임감을 갖고 사건에 임하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일선에 있는 검사와 수사관, 실무관 등이 모두 정말로 힘든 환경에서 이런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점을 우리 국민들께서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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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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