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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담배 냄새가 옷에 다 배겠네."

걸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길거리 흡연자의 옆을 지나던 한 행인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는 자신의 앞에서 걷던 흡연자가 뿌연 담배 연기를 내뿜자,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더니 턱에 걸쳐져 있던 마스크를 황급히 올렸다. 그리고는 담배 연기의 일부조차도 마시기 싫다는 듯, 마스크의 코 부분을 꾹 누른 채로 흡연자를 앞질러 걸어갔다.

지난 8월 24일 오후 8시께 수원역 7번 출구에서 출발해 10분 정도 길을 걸었을 때, 마주친 흡연자의 수는 총 75명이다. 이는 상가 건물들 사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비롯해 음식점이나 술집 등 가게 바로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거나, 길을 걸으면서 피우는 흡연자들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1시간 동안 수원역에서 길을 걸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의 수를 세어 봤다. 18명이 '보행 흡연'을 했다. 길거리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는 고스란히 그 옆을 지나던 비흡연자들에게로 향했다.
 
수원역의 한 가게 앞, ‘NO Smoking’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입간판 앞에 담배꽁초와 담뱃값이 버려져 있다.
 수원역의 한 가게 앞, ‘NO Smoking’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입간판 앞에 담배꽁초와 담뱃값이 버려져 있다.
ⓒ 최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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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부근의 길가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며 걷고 있다.
 수원역 부근의 길가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며 걷고 있다.
ⓒ 최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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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되면서 길거리 흡연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기 이전에는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있었기 때문에 흡연자들이 길거리에서 흡연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면서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

그중에서도 특히 길을 걸어 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늘어나, 지나가는 비흡연자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최근에야 겨우 마스크를 벗고다니는데...보행흡연 때문에 다시 써야"

비흡연자 A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밖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코를 막고 가거나 숨을 참고 다녔다"라며 "그나마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되면서 이러한 상황이 덜 발생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규제가 완화된 이후, 실외에서는 거의 마스크를 벗고 다닌다는 A씨는 "최근에서야 답답한 마스크를 겨우 벗고 다닐 수 있게 됐는데,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라며 보행 흡연자들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되면서 모든 사람이 실외에서 자율적으로 착용할 수 있게 됐지만, 길거리 흡연자들로 인해 비흡연자들은 이러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비흡연자 B씨도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꼭 한번은 길거리 흡연자를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나는 피지도 않은 담배 연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못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간접흡연이 얼마나 안 좋은지, 담배 냄새가 얼마나 불쾌한지 흡연자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B씨는 "보행 흡연은 특히 비흡연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솔직히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나와 같은 비흡연자들도 담배 연기가 없는 쾌적한 길을 다닐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행 흡연자를 마주쳤을 때 꼭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C씨는 "간접흡연의 영향도 있고, 담배 냄새를 맡을 때 내 몸이 안 좋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행 흡연을 막기 위해, 흡연 부스를 부족하지 않게 설치해야지 않겠냐"라며 "(1차적으로) 길거리 흡연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길거리 흡연, #금연구역, #간접흡연, #담배꽁초, #흡연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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