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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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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김승희 후보에 이어 세 번째로 지명된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조 후보자는 1988년 공직에 입문해 30여 년간 예산과 재정 업무를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다. 대통령실은 조규홍 후보자가 연금개혁에 적임자이기 때문에 고심 끝에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필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에서 박근혜 정부 정진엽 장관 후보자와 문재인 정부 권덕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를 한 업무경험이 있고, 국정감사 등 복지위 상임위 실무 경험도 있다. 또한 사회복지학 박사로 보건복지부 정책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에 이번 윤석열 정부의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세 가지 차원에서 조 후보자 지명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그리고 복지제도 연계, 가능한가
 
지난 8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수원 세 모녀의 위패가 화장장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수원 세 모녀의 위패가 화장장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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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직 생활 30년 동안 사회복지 제도 개선 경험이 전무한 조 후보자에게 과연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 있는가?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세 모녀의 비극 이어, 2022년 8월 수원 세 모녀 그리고 최근 보호종료아동의 잇따른 자살 등 '복지사각지대' 악순환은 현재 진행형이다. 윤석열 정부가 보호종료아동 자살이나, 세 모녀 사건 등 복지 사각지대로 인한 비극적 사건이 더는 재발되지 않도록 74조4000억 원을 복지 예산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얼핏 복지 사각지대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강해보지만, 정작 해당 제도를
운용하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 수장으로, 30년간 오로지 경제 분야 업무만 해온 정통 경제 관료를 지명했다. 그런 조 후보자에게 사회복지제도 전문성이 없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이런 비판에 대통령실이나 후보자는 다음과 같이 반박할 것이다. 그래도 조 후보자는 현재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조 후보자는 보건복지부 1차관으로 4개월간 근무 중이다. 그게 전부다.

사회복지제도는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차원에 머무르는 비전문적 영역이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법률만 해도 123개에 달한다. 사회복지제도는 매 정부마다 굵직굵직한 개혁안이 단행됐다. 가깝게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아동수당,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제 폐지, 박근혜 정부의 노인기초연금과 연금개혁, 노무현 정부 장기요양보험제도, 김대중 정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국민건강보험제도 하나로 통합 등 무수하다. 과연 조 후보자는 이런 제도의 변천에 보건복지부 실무자로서 또는 학자와 전문가로서 개입하거나, 영향을 준 적이 있는가?

복지국가는 사회보험제도와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축으로 국민 삶의 질과 사회적 질 향상을 도모하는 현대사회의 대표적 국가 형태다. 현재 한국사회는 사회보험제도에 편입되기 어려운 긱노동,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취약계층에 대한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또한 최근 수원 세 모녀 사건 등은 굉장히 복잡한 욕구를 내재한 복지 대상자로서 건강보험제도와 공공부조, 긴급복지지원 및 자활사업 등 고도의 복지제도 연계가 필요한 대상자다.

얼마 전 2명의 보호종료아동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 청년들은 사회보험제도, 공공부조 및 사회서비스 모두 연계돼야 할 만큼 대표적 취약계층인데, 과연 사회보장제도 문외한인 조 후보자가 이런 복합적 욕구를 내재한 사회구성원을 위한 복지제도 개혁 방안을 구상하고 있을까? 필자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조 후보자가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필자의 첫 번째 문제 제기다.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경제적 관점'으로만 접근한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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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국민연금제도는 경제 분야가 아닌, 사회보장제도로서 복지 분야에 더 가깝다. 그런데 과연 조 후보자는 연금개혁을 이끌어가야 할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적합한가?

국민연금법 제1조(목적)는 국민연금제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이 법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 급여는 소득재분배와 소득비례 부분으로 나뉜다. 소득재분배는 국민연금 제도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며 국민연금은 이런 재분배 기능을 통해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민연금의 세대 내 소득재분배 기능의 핵심은 소득에 따라 수익(BCR·Benefit-Cost Ratio)를 상이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내가 낸 만큼 돌려 받는 경제적 구조가 아닌, 소득재분배를 목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하는 복지제도 형태를 띠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방식은 경제 분야이지만, 이러한 방식은 제도의 존속과 지속성을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기에 국민연금제도는 사회보장제도 즉, 사회복지제도다.

그러므로 조 후보자가 국민연금제도 개혁의 적격자라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를 기금운용본부장으로 내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과연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경제 관료가 연금개혁 적임자라는 평가는 국민연금제도를 경제 분야로 한정해서 보겠다는 의미인데, 참으로 우려스럽다. 연금제도의 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거나, 긴축 재정 기조에 기반해 소득대체율을 획기적으로 낮추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연금기금과 제도 운용 외 장애인 판정, 장애인활동지원 인정시간 조사 및 판정 등 장애인 분야 사업을 보건복지부로부터 수탁받아서 수행 중이다. 이처럼 연금개혁을 단행할 때 이를 실행하는 국민연금공단은 단순히 기금 운용만 하는 공공기관이 아니므로 연금개혁만 필요하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이해도가 심히 우려스럽다. 이것이 조 후보자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필자의 두 번째 문제 제기다.

펜데믹 이후와 재난적 의료비, 희귀난치성질환 등에 대한 고민을 했는가
 
지난 8월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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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조 후보자는 넥스트 팬데믹 대응체계 구축, 재난적 의료 환자 지원 방안 및 희귀난치성 질환자 보호체계 등 보건의료 제도 개선 고충을 이해하는가? 또한 이와 관련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가?

WHO(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미래학자 그리고 빌 게이츠 등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은 인간이 예측하기 힘든 팬데믹은 주기적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주기적 팬데믹 예방에 대한 대응 정책이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과학, 전문 방역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정치방역이라고 공세를 펼쳤고,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방역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보건의료제도 수장인 보건복지부장관에 전문성이 없는 조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아이러니다.

또한 우리나라 재난적의료비 발생 가구 비율이 OECD 평균 1.6%를 훌쩍 넘은 4.6%로 나타났는데, 최근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는 재난적 의료비 가구에 속하고, 희귀난치성 질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희귀질환자들은 사각지대에 갇혀 있다. 이들은 장애인 등록도 불가능하고, 약제비, 치료비 지원도 불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가구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로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복지 서비스 대상자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사각지대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1년 6월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원 환자와 보호자 등 456명을 대상으로 장애 판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장애 판정을 받은 비율은 47.8%였다. 

장애등록을 희망한다는 사람이 36.8%였으며, 원하지 않는다는 사람은 18.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보건의료제도 또한 개선하고, 개혁할 부분이 산재해있다. 대상자 또한 절실하게 제도 개혁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과연 넥스트 팬데믹과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 희귀난치성질환 가구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봤는가? 해당 제도에 대한 실무 경험이 있는가? 관련 지식 또한 갖췄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이것이 조 후보자가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필자의 세 번째 문제 제기다.

최소한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장관,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박능후·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 전문가이거나 사회복지학자, 보건복지부 출신 관료로서 보건복지 중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였다.

또한 최근 낙마한 정호영 후보자와 김승희 후보자는 의사이거나 식약처 출신 공무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지명된 조 후보자는 보건복지 어느 한 분야에서 전문적 지식을 갖추거나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도, 경험자도 아닌 것이 문제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보건복지부와 보건복지제도를 하찮게 여기지 말고, 서비스 대상자를 우롱하는 듯한 이번 지명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며, 후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나라와 국민이 살 길이고, 저출생 고령화, 넥스트 팬데믹, 복지사각지대, 연금개혁 등 현안이 산적한 보건복지부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돕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소셜미디어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보건복지부장관후보자, #조규홍, #윤석열, #복지국가, #보건복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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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소박한 삶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복지학자입니다.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숙인 등을 돕는 사회복지현장과 국회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지방의회에서 지방자치 발전과 사회서비스 제도 개선을 설계, 보완하는 정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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