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진행하려하자, 국회 경위들이 이들을 저지하고 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진행하려하자, 국회 경위들이 이들을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민주유공자법이 통과될 때까지 이 자리에 앉아 있겠다. 죽어 나갈 때까지 있겠다."
 

고 장현구 열사의 아버지인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9일 낮, 국회 본청 입구 근처 돌바닥에 결연하게 앉았다. "민주유공자법 제정"이라고 쓰인 피켓을 손에 든 유가협 회원들은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의사당에서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곤란해 하며 잠시 실랑이가 일었지만, 현장에 있던 국회의원들이 중재에 나섰다.

고 박종만 열사의 배우자인 조인식씨는 "우리들이 돈을 달라고 하느냐, 밥을 달라고 하느냐, 집을 달라고 하느냐"라며 "'불순분자들의 자식' '불순분자의 아내'라는 그 멍에를 좀 벗고 싶은 거다. 그거 하나 못 들어주느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칼은 지난 6월 삭발한 뒤 아직 길게 자라지 못한 채였다. 이들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지 1년 5개월째,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는 1년 여에 접어든 시점이다.

"우리 한열이 유공자로 만들지 못해서, 내가 죽어서 어떻게 만나느냐"
 
▲ 우원식 ”국힘에 묻는다, 박종철·이한열은 민주유공자가 아닌가?"
ⓒ 유성호

관련영상보기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원식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총 175명의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민주당의 우상호·우원식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함께했다. 이날 국회 소통관에는 유가협뿐만 아니라 민주유공자법 제정 추진단,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진보연대 등이 힘을 보태기 위해 동참했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우원식 의원은 "우리나라는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어느 나라보다 유래가 없는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그속에서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선진적인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이루는 과정에 정말 희생당한 사람들이 있다"라며 "박종철·이한열·전태일, 이런 사람들이 민주유공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이름을 못 붙이고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뤄냈다고 자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최근에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배은심 여사)께서 돌아가실 때 '우리 한열이 유공자로 만들지 못해서, 내가 죽어서 한열이 어떻게 만나느냐'라던 그 피맺힌 절규를 잊을 수 없다"라며 "지금 여기 계신 가족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더 이상 막지 마시라"라며 "이번만큼은 꼭 협조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라고도 외쳤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역시 "국민의힘에게 묻는다"라며 "박종철·이한열, 이분들이 민주유공자가 아닌가? 박종철·이한열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이 특혜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폭력에 의해 죽거나 다친 사람들을 민주유공자로 예우하는 것이 그 무슨 특혜이고, 그 무슨 불공정이란 말인가?"라고 따져 물은 것이다.

강 의원은 "1909년, 조선 침략의 수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독립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군사독재에 항거에 투쟁한 분들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그 당연한 것에 그 어떤 정치적 유불리가 개입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박종철·이한열 열사와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들게 부끄러운 국회, 부끄러운 정치가 되지 않도록 이 법의 통과를 촉구한다"라고 연대 발언을 마쳤다.

"국민의힘, 민주유공자법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기자회견문 낭독에 나섰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심의위원회가) 활동을 마치고 민주유공자의 대상자들을 확정했지만, 수십 년이 지난 현재도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2021년에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행불자상이자'로 한정하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국회에서는 의미 있는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결국 1997년 법 제정을 위해 벌였던 '422일간의 천막농성'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라며 "당시 50대의 젊은 나이였던 유가족들이 이젠 80~90대의 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째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식을 잃은,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의 외침이 또다시 묻혀야 하는가?"라며 "오죽했으면 거리에 천막을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당한 이들을 외면하는 국가에 대해 성토하고 있겠는가?"라고도 따져 물었다.

화살은 여당인 국민의힘으로 재차 돌아갔다. 이들은 "유가족들의 피맺힌 사연에 그나마 야당의 국회의원들 175명이 민주유공자법을 제정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왜 화답하고 있지 못하는가?"라며 "우리는 이러한 국민의힘 행태에 대해 분노한다"라고 외쳤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유공자법을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라며 "'과도 있지만 공도 있다'며 과거 독재자를 추켜세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과는 없고 오로지 공만 세운 민주유공자'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4.3 제주항쟁 희생자의 보상금 지급 법안과 여순사건 진상규명 사업에 동의하고,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참배 등 이전보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을 언급했다. "지금처럼 계속하여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반대한다면, 그간의 노력은 모두 거짓이며, 국민의 눈초리가 무서워 순간을 모면하려는 잔꾀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우상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와 국민의힘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우상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와 국민의힘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태그:#민주유공자법, #유공자, #민주화운동, #유가협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