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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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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주의에 일차적인 관심을 두지만 사회·경제·계층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신체능력차별주의, 연령차별주의, 자민족중심주의, 이성애주의 등 인간에 대한 모든 차별과 억압을 극복하려 하고 차별과 배타가 없는 평등하고 평화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인간해방철학."

필자가 부산시 감사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진행한 유튜브 '북위드유 페니니즘을 읽다'에서 인용한 페미니즘에 대한 여성주의 상담가 김민예숙의 정의다.

18회에 소개한 <비혼이고요 비건입니다>의 공저자인 전범선은 동물해방을 말하면서 인간의 해방을 말하지 않을 수 없고, 비건이라면 페미니스트이자 생태주의자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관련 기사: 이 커플의 혁명은 밥상에서 시작된다 http://omn.kr/2116y)

그 말이 사실이라면 페미니스트는 인간 여성만이 아닌 모든 억압받는 인간/비인간동물의 해방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를 자주 본다. 비록 과대 포장되고 자극적으로 보도되었다 하더라도 제주 예멘 난민이나 국내 성소수자에 대한 공개적이고 극한 혐오를 가장 강하게 표출하는 집단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도 아픈 기억이 있다. 북위드유를 진행하면서 한국성소자연구회의 일원으로 <무지개는 더 많을 빛깔을 원한다>라는 책의 공저자인 트랜스젠더 박한희 변호사를 초청해 대담을 한 적이 있다. 그 직전까지 북위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 찬 악플 사태를 겪고 난 후, 악플을 모조리 덮어버리고도 남을 구독자가 몰려와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런데 박한희 변호사와의 대담이 게시되자마자 페미니즘이 성소수자와 무슨 상관이냐는 항의와 성소수자를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글들로 댓글이 뒤덮이기 시작했고,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실로 충격이었다.

오직 '생물학적 여성'만이 페미니즘의 주체일 수 있다는 편협한 사고에 갇힌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여성의 안전과 남성과 동등한 권리 보장을 위한 이론일뿐 그 이상은 될 수 없었다. 김민예숙의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에서도 인간이 아닌 존재의 해방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17회에 소개한 <짐을 끄는 짐승들 -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의 저자 수나우라 테일러는 페미니스트이자 동물운동가이자 장애운동가로서 페미니즘적 돌봄윤리를 통해 동물운동에 깃든 비장애중심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페미니즘이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을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관련 기사: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은 어떻게 만나는가 http://omn.kr/20pks)
 
캐럴 J. 아담스 < 인간도 짐승도 아닌 - 동물해방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
 캐럴 J. 아담스 < 인간도 짐승도 아닌 - 동물해방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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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비건 채식주의자 활동가이며 독립 연구자인 캐럴 J. 애덤스는 <인간도 짐승도 아닌 - 동물해방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책에서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의 지배적 문화, 가치, 제도 아래에서 비백인, 여성, 동물이 어떻게 짐승화되어 왔는지를 분석하고 페미니즘과 동물옹호의 관계 맺기를 고찰한다.

동물을 대상화하고 지배와 착취를 정당화한 이론은 그대로 여성에게도 적용돼 여성은 동물처럼 비이성적이고, 주체성이 없고, 의존적이며, 취약한 존재로 취급된다. 위계적인 사회질서 속에서 어떤 집단이 동물과 결부된다는 것은 해당 집단의 무력함, 경제·사회적 착취 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페미니즘 철학이 동물 학대와 여성 학대 간의 연관성을 인식해야 할 이유이다.

애덤스는 동물에 대한 억압과 여성에 대한 억압이 상호교차한다는 것을 부재 지시 대상(absent referen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살아있는 동물은 식품(고기)으로 변형되어 개성도, 유일성도, 특수성도, 특이성도 없는 부재 지시 대상이 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도 부재 지시 대상이 된다. 자연훼손을 '지구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으로 비유할 때 여성에 대한 성폭행은 부재 지시 대상이 된다. 강간 피해자가 된 여성이 "마치 고깃덩이가 된 것 같다"고 말할 때 동물에 대한 폭력은 여성폭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사용되어 부재 지시 대상이 된다. 여성의 동물화, 고기의 성애화는 부재 지시 대상을 통해 중첩되고 강화된다.

페미니즘의 시작은, 아마도 지금도 일부는 이런 교차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입장은 남성 지배적 주류 문화가 동물에게 내비치는 경멸을 페미니즘 이론 내부로 흡수한 것으로, 그에 따라 인간과 비인간동물의 경계는 공고하게 남은 채 여성은 그 경계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고 비판한다.

페미니즘의 대안적인 관점은 인간이란 개념이 포괄적이지 않고, 포괄적일 수도 없으므로 우리는 인간이 아니며, 짐승이란 개념이 대체로 인간 행동을 은유하고 인간 자신을 판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적 동물 옹호의 목표는 인간다움이 유럽/미국 남성 지배적 주류를 지향하는 성격을 벗어 인간과 동물 사이의 궁극적 차이를 확정하려는 종차별주의와 수직적 위계질서를 거부하는 것에 있다.

이 책에는 젠더 억압과 동물 억압을 교차해 사유하는 작품과 작가들의 해설이 몇 편 실려 있는데, 흥미롭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수나우라 테일러의 작품 두 점과 작가의 말도 소개되어 있다. 작가의 말에서 테일러는 동물과 장애인을 비하하고 가치를 깍아내리는 억압체계의 맞물림을 폭로하는 것과 함께, 취약성, 의존성, 상호의존성이라는 공간들을 통해 구축하는 동맹 관계들에도 주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중심주의와 가부장제는 이성, 경쟁, 효율성, 생산성, 자립에 가치를 두고 협력, 공유, 돌봄, 상호의존을 폄하하는 이분법을 만들어냈다. 이분법을 넘어 인간 상호간, 인간과 비인간 동물 상호간, 그리고 자연을 아우르는 공존의 윤리, 보살핌의 정의가 절실하다.

여성만이 아닌 억압받는 모든 인간, 인간만이 아닌 억압받는 모든 존재를 위한 페미니즘, 동물해방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라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인간도 짐승도 아닌 - 동물해방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캐럴 J. 아담스 (지은이), 김현지 (옮긴이), 현실문화(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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