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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보면 맛이 좋다고 싸달라고 하시는 분도 많았고, 술맛이 좋아 일을 안 하시고 술만 계속 드시던 모습이 생각나요."

대전 유일한 전통주 생산업체인 신탄진주조 유석헌 본부장의 어린 시절 기억이다. 큰집에 가면 지하실에서 큰어머니와 할머니께서 술을 담그셨는데, 잔치나 제삿날 등 집안 행사가 있을 때 항상 내놓던 집안 가양주(家釀酒)는 마을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이거를 집안 가양주다 해서 대대손손 물려왔던 술은 아니고요. 집에서 담가 먹던 술을 눈으로 보고 옆에서 도우면서 방법을 계속 배우잖아요. 특히 며느리들이 배워서 또 담그고. 그 방식이 또 며느리한테 가고 그런식으로 전해지던 것을 셋째 며느리인 저희 어머니(노점옥)가 제품화해야겠다 생각하셨고, 양조장을 아버지(유황철, 신탄진주조 현 대표)가 인수하면서 시작됐어요."

지난 14일 오후,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신탄진주조를 찾아 유석헌 본부장과 유황철 대표를 만났다. 100년 전통 가양주를 제품화하고 올해 RE100 우리술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유 본부장에게 들어봤다.

"당장의 이익보단 먼 미래 봐요"
 
이번에 출시 된 RE100 우리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신탄진주조 유석헌 본부장 이번에 출시 된 RE100 우리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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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대덕형 RE100 협약 후 2년 가까이 준비하셔서 진짜 RE100 제품을 생산하게 됐는데요. 처음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나 동기가 궁금합니다.

"TV에서 보면 해양쓰레기 뉴스가 많이 나오잖아요. 고래 배를 가르면 플라스틱 나오고. 저희가 아버님(대표) 손자손녀가 5명이거든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자 하셔서, 저희 회사에서 생산되는 주류의 플라스틱병을 유리병으로 바꾸며 시작됐어요. 유리병은 재생이 가능하니까. 그런 찰나에 대덕구에서 대덕형 RE100 캠페인을 한다고 하더군요. 저희도 태양광 올려서 자가 발전 계획도 있었고요. 그거랑 맞물려서 RE100 1호 기업으로 지정을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양흥모 이사장에게 '우리 지역 (법동주공3단지 내 LH상가 옥상 96kw 시민햇빛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있으니 그걸 활용해 보면 어떻겠냐'라는 말을 들었어요.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기로 결정했어요. 하지만 내년 3~4월까지는 기다려야 되니 우선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구매해서 사용하기로 하고 그렇게 가보자고 해서 한 발, 한 발 오게 된 거죠."


- 금강 물과 인근 논에서 생산한 쌀로 술을 빚으신다고 하던데, 혹시 쌀도 직접 생산하시는 건가요?

"네. 전에는 논농사를 외부에 맡겼었는데 아버지께서 4년 전부터 직접 지으세요. 물은 예전부터 황토지장수를 사용했는데, 식약청에서 상수도를 권하고 있어서 금강 대청호물을 이용해요."        

- 집에서 내려오던 전통 비법으로 가양주를 상품화까지 하셨고 지금은 환경이라는 가치까지 더한 RE100제품을 생산하고 계신데, 신탄진주조의 꿈과 발전 방향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가족회사에요. 외부직원이 별로 없거든요. 이런 결정을 하고 추진하는 데 크게 걸림돌이 없어요. 대표님(아버지)이 '이렇게 한번 추진해보자' 하면 쉽게 추진할 수 있죠. 이런 장점을 가지고 계속 저희 회사만 발전하고 돈을 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대물림해서 제가 앞으로 하게 되고 또 저희 자식들도 하게 되고...

만드는 방법, 내려오던 비법도 전해주겠지만 (환경)가치까지 같이 전해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도 노력하려고 해요. 'RE100도 해보겠다', '플라스틱 병도 유리병으로 전환하겠다' 이런 환경적인 가치까지 같이 동반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은 게 저희의 목표죠. 당장의 소득만 보고 움직이지 않거든요. 멀리 가치를 보고 같이 고생해서 나가는 면이 많이 있죠."


"맛있다는 말 계속 들을 수 있도록 노력"
 
약주인 단상지교는 달달하며 구수한 누룩향이 일품이며, 청주인 하타는 쌉싸름 하며 개운하다.
▲ RE100 우리술 단상지교와 하타 약주인 단상지교는 달달하며 구수한 누룩향이 일품이며, 청주인 하타는 쌉싸름 하며 개운하다.
ⓒ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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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철 대표는 유씨종가 비법을 과학적으로 수치화하고 유색 플라스틱병(막걸리용)을 투명PET로 전환하기 위해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항상 좋은 술을 빚어서 소비자들에게 '신탄진주조는 술을 정성껏 만들어 참 맛있다'는 말을 계속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출시 된 RE100 우리술은 내년 봄부터 법동주공아파트 시민햇빛발전소 재생에너지가 공급되기 시작하면 물과 쌀뿐 아니라 에너지까지 지역에서 모두 공급받아 빚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한종덕 본부장은 "임대주택 유효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고 RE100 우리술로 ESG를 실현하게 돼 기쁘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신탄진주조에서 생산한 RE100 우리술 스페셜 에디션 2종인 하타(청주)와 단상지교(약주)는 미호동 넷제로공판장(대덕구 대청로 515/ 042-933-3400)에서만 판매된다.
 
왼쪽부터 유석환 본부장, 이지영(유석환 본부장 아내), 노점옥(유황철 대표 아내), 유황철 대표로 가족 기업이다.
▲ 신탄진주조 앞에서  왼쪽부터 유석환 본부장, 이지영(유석환 본부장 아내), 노점옥(유황철 대표 아내), 유황철 대표로 가족 기업이다.
ⓒ 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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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RE100, #신탄진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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