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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교섭단체 회동을 열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교섭단체 회동을 열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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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김진표 국회의장은 2023년도 예산안을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금번 2023년도 예산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과 기조가 반영된 첫 예산인 만큼 여야 대립이 첨예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2023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 예산은 625조9000억여 원으로, 국세수입 400조5000억여 원, 세외수입 25조2000억여 원, 기금수입 200조3000억여 원으로 구성된다.

국세수입 예산안은 전년 본예산 대비 57조1000억여 원(16.6%), 제2회 추경예산 대비 3조8000억여 원(1.0%) 증가했으며, 세외수입 예산안은 전년 본예산 대비 9000억여 원(3.3%), 제2회 추경예산 대비 3조1000억여 원(11.1%) 감소했다. 기금수입 계획안은 전년 대비 16조2000억여 원(8.8%) 증가했다.

부처별 총지출 규모를 보면, 보건복지부가 108조9918억 원으로 가장 크고, 교육부(101조8442억 원), 행정안전부(80조724억 원), 국토교통부(55조8885억 원), 
국방부(41조9186억 원), 고용노동부(34조9923억 원), 기획재정부(34조9724억 원) 순이다.

이와 같이 2023년도 예산은 전년 대비 60조 원 이상 증가했고, 특히 복지 분야 지출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비록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에 무게를 뒀으나, 부모급여 신설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비,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 현금 이전 정책을 강화한 측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 복지제도에서 윤석열 정부가 안고 있는 숙제가 있어, 세 가지로 방향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약자들 세금 부담 줄이고, 복지 늘려야 

첫째, 국민건강보험 제도 개혁에 앞서 저소득층 부담률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8~9월 평균 건강보험료(지역가입자 기준) 비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험료를 최저로 납부한 1분위(납부액 기준) 계층에선 평균 보험료가 8.2%(8760→9480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위는 5.6%(1만3650→1만4410원), 3분위에서는 0.1%(1만5840→1만5860원)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보험료 납부액이 가장 많은 10분위 계층의 평균 납부 보험료는 8월 38만9650원에서 9월 35만170원으로 10.1%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고소득자인 소득 9분위의 보험료는 같은 기간 20만9870원→16만1850원으로 22.9% 감소했으며, 소득 8분위에서는 14만8580원→10만9200원으로 2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보험료액이 인상된 데에서 기인한 결과이며, 이로 인해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3일 서울의 한 쇼핑몰에서 육아 용품을 살펴보는 시민들.
 지난 13일 서울의 한 쇼핑몰에서 육아 용품을 살펴보는 시민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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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저출생 해결을 위해 도입될 부모급여의 성공적 안착과 정책 연계 일환으로 아동수당 증액이 필요하다. 

부모급여는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해 시도될 역점 사업이다. 현행은 만 0세와 1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월 30만 원, 어린이집을 이용하면 보육료 5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영아수당'이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재편해 '부모급여'라는 명칭으로 통합했다. 다만, 아동수당과는 별도의 제도라는 점이 특징이다.

부모급여는 2023년도부터 만 0세 아동에게 월 70만 원을, 만 1세 아동에게는 월 35만 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2024년에는 액수를 늘려 만 0세는 월 100만 원, 만 1세는 월 50만 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부모급여의 신설은 그간 한국 사회 저출산 대응의 취약성으로 지적됐고 OECD 주요국 대비 현저하게 저조했던 현금급여 비중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가족지원 구성의 균형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가정에서 영유아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현금 이전을 통해 그간 '그림자 노동', 즉 가족 돌봄, 사회적 가치 노동에 대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을 국가 차원에서 일정 부분 가치 있는 활동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부모급여가 영아기에만 초점을 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있고, 연계 정책 일환으로 부모급여 수급 시점을 벗어난 가정에 아동수당을 현행보다 더 증액하여 저출생 해소를 위한 촘촘한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게 현금 이전 강화뿐만 아니라, 공동모금회, 지방출자 복지재단 등의 민간복지재원을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지난 21일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취약 아동·청소년 등에 대한 '약자 복지'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현행 대표적 사회복지사업의 기준선인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 512만1080원에서 내년 540만964원으로 5.47% 인상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인상, 기초연금 인상, 장애인연금(장애수당) 인상, 긴급복지지원제도 생계급여 인상,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 질환군 확대 및 한도 증액 등 괄목할 만한 현금 이전 정책 강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금 이전으로만 사회적 지원 계층의 다양한 욕구를 해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최근 지방출자 복지재단 및 공동모금회 지사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런 민간 복지재원(후원금)을 통한 현물 급여 지원 및 개별, 가구별 욕구 파악을 통한 연속적 연계 서비스 지원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행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돈만 지원하면 끝? 다른 방안도 필요하다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동력이 충분하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통해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게 현금 이전 정책으로만은 해소할 수 없는 개별, 가구 단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공적, 민간복지체계를 충분히 유기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수원 세 모녀, 신촌 모녀, 보호종료아동 자살 등 문제는 현금 이전 정책으로 해소할 수 있는 성격의 사건들이 아니다. 고용, 상담, 장기적 정신건강을 비롯한 사례관리, 재무 설계 및 상담 지원 등을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약자복지를 단순히 현금 이전 정책이 필요한 대상으로 한정하기보다는 현금 이전 정책이 기초 지원이 되고, 이런 지원망에 편입된 대상자들에게는 드러나지 않은 내재적 욕구가 있다는 점을 파악해 다양한 복지재원을 연계하는 근본 지원 정책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지는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미 법정 시한을 넘긴 지 오래됐지만, 이제라도 조속히 2023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국민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특히 약자 복지 강화를 위해 대폭 확대된 복지 예산안을 담을 수 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소셜미디어에도 게재합니다.


태그:#2023년예산, #복지국가, #윤석열, #약자복지, #사회복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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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소박한 삶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복지학자입니다.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숙인 등을 돕는 사회복지현장과 국회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지방의회에서 지방자치 발전과 사회서비스 제도 개선을 설계, 보완하는 정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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