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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운데)가 12월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더탐사" 한동훈 아파트 침입 관련 경찰 출석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운데)가 12월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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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고소로 인터넷매체 <더탐사> 기자들의 주거침입 및 스토킹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는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속의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인신구속을 최소화하는 영장제도 원칙을 무시하고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 혐의 등을 받는 <더탐사> 강진구 대표와 최영민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공보실을 통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31일 <더탐사> 관계자 취재 및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피의자 주거지가 일정하고 언론인으로 일하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도주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일부 문제점은 인정하는 사정 등에 비춰 같은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마이뉴스>가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서를 살펴 본 결과, 검찰의 비약적인 논리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특히 영장 발부의 기준인 증거인멸·도주 우려와 관련해 출국금지 상태인 피의자의 출입국 기록을 도주 우려의 근거로 활용하는 모순을 보였다.

무리한 구속 시도... "피의자들 사실 인정, 도주 우려 없어"

검찰은 도주 우려의 이유로 "강진구 대표의 출입국 기록이 여러 차례 존재하고, 유튜브 방송 수익구조 형태로 보아 국외에서 얼마든지 방송활동이 가능하다"며 "차량 압수수색 진행 과정에서 참여 통지를 받고도 나타나지 않고 경찰의 출석 요구를 두 차례 거절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대용 <더탐사> 기자는 31일 통화에서 "(법무부가) 강 대표에 출국금지 조치를 해놓은 상황인데, 이를 모를 리 없는 검찰이 해외 출입국 기록을 도주 우려로 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강 대표 등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고 기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증거인멸에 대해 검찰은 "피의자들은 증거를 은닉하고 있고 증거 영상을 편집하는 등 변경·삭제의 방법으로 증거를 훼손하거나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대표가 압수수색 대상인 휴대폰을 냉장고에 숨겨놔 찾지 못하다가 추후 우연히 발견하는 등 혼선을 겪었다고도 강조했다.

<더탐사> 측은 경찰이 이미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놓고 구속까지 시도했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지난 11월 27일부터 지난 26일(구속영장청구 전날)까지 한 달 동안 총 10차례 압수수색이 단행됐고 이 과정에서 한 장관 자택 CCTV 영상, <더탐사> 측 촬영 영상, 차량 기록 등 주요 증거가 충분히 수집됐다는 것이다.

기자 4명의 휴대전화 수색을 두고 실랑이가 있었으나, 10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부분 경찰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주거침입 증거는 이미 유튜브 공개 영상도 있고, CCTV 등 사실관계를 규명할 만큼 충분히 수집됐다"며 "휴대전화는 제보자 등 취재원 정보가 다 들어있다. 증거인멸이 아니라 취재원 보호였고, 결국 압수수색에 응했지만 과연 이 같은 사건에 휴대전화 압수가 필요했는지 부당성은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탐사> 측은 유튜브 영상으로 확인되는 내용을 악질적인 범죄로 호도한 부분도 여러 군데라고 주장했다. 한 예로 검찰은 이들이 한 장관 자택 앞에서 생중계를 하며 초인종을 눌렀던 때 "현관문을 열기 위해 도어락을 조작하며 면담을 강요했다"고 썼다. 박 기자는 이에 "영장판사에게도 영상을 보여줬는데, 기자가 다른 벨인 줄 알고 실수로 버튼을 눌렀고 지문인식 안내 음성이 나오자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마치 이것을 현관문을 열기 위해 애쓴 것처럼 구속영장에 적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월27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월27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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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나아가 이들의 행위가 보복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빗댔다. 신당역 사건이 스토킹을 시작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보복 범죄로 발전했듯, <더탐사> 기자들이 한 장관 자택 앞에서 그의 가족들을 만났다면 "새로운 법익의 침해(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무부장관이 피해자로서 심각한 2차 가해 피해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더탐사> 채널이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 장관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각종 "2차 가해" 댓글들이 달리고 있는데도 "피의자들은 글의 전파를 방치해 현직 고위 공직자를 조롱 대상으로 삼으며 예민한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한다"고 밝혔다.

'정당한 취재' 여부가 핵심... "사안 가볍지 않아"

주거침입, 스토킹 혐의 등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항후 법원에서 다퉈질 예정이다. <더탐사> 기자들의 행위를 정당한 취재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을 기각한 김 부장판사는 '사안이 가볍지 않고 자택 앞 생중계 행위는 피의자들도 방법적인 부분에서 일부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사권 남용에 대한 비판이 언론계·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 같은 내용의 주거침입죄를 중범죄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데다 주거침입 피의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도 드물다는 것이다. 2021년 경찰청 경찰범죄통계를 보면 주거침입 피의자 1만5394명 중 사전구속영장으로 구속된 사례는 0.15%(23명)에 불과했다. 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19명을 합해도 사례는 0.27%에 불과하다.

<한겨레>는 지난 28일 '한동훈이 고발한 '더탐사' 구속영장, 언론 위축 우려된다'는 사설에서 "언론도 잘못된 취재·보도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하지만, 제재 방식이 과도하면 언론계 전체에 위축 효과를 일으킨다"며 "민주국가들에서 언론에 대한 제재를 손해배상 등 민사적 방식 위주로 하고 형사처벌, 특히 인신 구속은 최대한 배제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신인규 변호사(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는 지난 28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과연 이게 취재인지를 봤을 때 동의하기 매우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구속영장을 치는 게 과연 적당하냐에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본다"며 "한동훈 장관은 법무행정을 책임지는 총책임자인데 무기 평등의 원칙에 비춰 봐도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태그:#더탐사, #구속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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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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