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준만 수원시 공항협력국장이 기자들에게 경기국제공항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홍보 자료 표지에 '화성 경기국제공항 건설'이라고 적혀 있다.
 지준만 수원시 공항협력국장이 기자들에게 경기국제공항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홍보 자료 표지에 '화성 경기국제공항 건설'이라고 적혀 있다.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1일 지준만 수원시 공항협력국장의 기사를 보도한 <경기경제신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 1일 지준만 수원시 공항협력국장의 기사를 보도한 <경기경제신문> 홈페이지 화면 캡처
ⓒ 경기경제신문화면캡처

관련사진보기

 
수원 군공항 이전 업무를 담당하는 수원시 공무원이 최근 기자들에게 경기국제공항을 화성시에 건설해야 한다는 취지로 홍보했다가 "왜곡된 사실을 근거로 여론을 조장해 화성시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반발을 샀다. 화성시는 즉각 수원시에 항의 공문을 보내고, 해당 공무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경기국제공항이 건설되면 소음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수원 군공항도 함께 이전될 가능성이 높은데, 화성시는 수원 군공항의 화성 이전을 오랫동안 반대해 왔다.
 
수원시 해당 공무원은 "기자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가 기사화됐다"고 해명했지만, 화성시는 "고위공무원으로서 본분을 벗어나 인접 시 정책을 간섭하고, 편향된 정보를 확산시켜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사전에 의도하고 기획한 인터뷰(기사)"라고 비판했다. 화성시는 수원시의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수원시 공무원이 "화성시장님, 정말 잘 대응해주고 계신다"
 
<경기경제신문> 등은 지난 1일 <지준만 수원시 공항협력국장, "경기국제공항 대한민국 경제 활성화 마중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원시 공학협력국장으로 경기국제공항 건설의 최일선에 서 있는 지준만 국장을 만나 추진 배경에 대해 들어 봤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준만 공항협력국장은 "경기도에는 공항이 없기 때문에, 특히 경기 남부권에는 (화성시) 화옹지구에 공항이 생긴다면 최소한 30분 이내에 다 도달 가능하다. 웬만한 도시에서는 이용 편의가 해소된다"며 화성 화옹지구 일대에 경기국제공항이 건설될 경우의 이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수원시 공무원이 기자를 상대로 '화성국제공항'을 홍보한 셈이다.
 
지준만 국장은 또 "화성 서부지역 주민들은 너무 모르고 계신다. (과거) 민선 6기, 7기 화성시장님들께서 왜곡된 정보를 주민들에게 심어주셨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화옹지구가 있는 화성 서부지역 주민들의 군공항 이전 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명근 화성시장이 2022년 9월 5일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열린 '수원 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결의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명근 화성시장이 2022년 9월 5일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열린 '수원 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결의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화성시

관련사진보기

 
특히 이 신문에 따르면 지 국장은 민선 8기인 정명근 화성시장이 수원 군공항의 화성 이전 문제에 대해 이전 시장과 다른 입장을 취한 것처럼 설명했다. 다음은 이 신문에 보도된 지 국장의 "문제 발언들"이다.
 
"(정명근) 화성시장님이 지금 정말 잘 대응을 해주고 계신다."
"궁평항 일대에서 해마다 해오던 3억짜리 군공항 이전 반대 행사를 최소 시켰다. 금년부터 예산을 아예 10원도 안 세웠다."
"(화성시) 군공항 이전 대응담당관을 조직 개편을 통해 부시장 직속에서 기획조정실로 옮겼다. (명칭을) 담당관에서 군공항대응과로 (바꾸고), 4개 팀에서 3개 팀으로 축소했다."
"정명근 시장께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국제공항 건설 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화옹지구 등에 대한) 람사르 습지보호구역 지정 추진도 중단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화성시민 찬성 여론이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수원시 공항협력국장, 직위 남용해 화성시 행정에 개입"
 
화성시는 당장 "지준만 국장이 왜곡된 사실을 근거로 여론을 조장했다"며 반발했다. 화성시는 지난 7일 수원시에 공문을 보내 "수원시 공항협력국장으로서의 직위를 남용하여 화성시의 행정에 개입하고 평가함으로써 화성시민과 화성시장 및 공무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항의했다.
 
화성시는 "경기국제공항과 관련해 (정부에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인데, (마치 화성시에 건설하는 것처럼) 사안을 왜곡했다"며 "민선 6기, 7기 화성시장의 발언을 왜곡하여 시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평가하는 등 전임 시장의 명예와 업적을 평가 절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화성시장이 발언한 적 없는 습지 관련 내용을 날조하고, 국제공항에 동의하지 않는 화성시민이 너무 모른다고 비하했다"고 지적했다.
 
화성시는 특히 "국제공항 추진은 수원시 공항협력국의 업무가 아닌 국가사업"이라며 "최근 경기도에서 공식적으로 백지상태에서 국제공항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수원시는 '화성시 화옹지구 국제공항 건립'이라는 권한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화성시는 공문을 통해 ▲공항협력국장 개인 입장인지, 수원의 공식 입장인지 여부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과 공식적 사과문, 언론사 정정보도 게시 ▲수원시의 지원으로 추진되는 국제공항에 대한 화성시 내 홍보활동 일체 즉시 중단 등을 수원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수원시가 화성시에 보내온 회신에는 이러한 요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이문환 화성시 군공항대응과장은 "(수원시) 공항협력국장 명의로 (회신이) 왔는데, (기자들과) 비공식적인 차담 자리에서 말한 것이고, 화성시민과 화성시에 불편함을 드린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문환 과장은 이어 "회신 내용을 보면 실제 (언론과) 인터뷰한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 것일 뿐, 진정한 사과나 정정보도는 전혀 없었다"며 "이후 대응과 관련 모든 상황을 감안해서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법적인 조치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성시는 지준만 국장의 "비공식적인 차담 자리였다"는 해명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에 보도된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지 국장이 3개 매체 소속 기자들을 앞에 두고 브리핑하듯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 국장 뒤편 TV 모니터에는 표지에 '화성 경기국제공항 건설'이라고 적힌 PPT 자료가 띄워져 있었다.
 
"람사르 습지보호구역 등재 추진 예정... '중단했다'는 말은 월권"
 
화성시가 2021년 1월 29 ~ 2월 1일 화성시민 1,5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민인식도 조사 결과
 화성시가 2021년 1월 29 ~ 2월 1일 화성시민 1,5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민인식도 조사 결과
ⓒ 화성시

관련사진보기

 
화성시가 언론에 보도된 지준만 국장의 발언 중 가장 심각하게 문제 삼는 것은 화성 서부지역의 여론이 국제공항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화성시는 2021년 1월 29 ~ 2월 1일 화성시민 1,5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민인식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49%p) 결과를 근거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당시 조사에서 수원 전투비행장(수원 군공항)을 화옹지구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서부지역은 90.3%, 화성시 전체는 77.4%였다. 민군통합공항(경기국제공항)에 대해서도 화성시 전체 반대 응답이 80.6%로 찬성 응답 15.6%보다 월등히 우세했다. 화성시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진행한 경기국제공항 여론조사는 질문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화성시는 지난해 군공항 이전 반대 행사를 취소하고, 올해 관련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거나 담당 조직을 축소했다는 지 국장의 발언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화성시 조직과 예산 편성 배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마치 화성시장이 국제공항을 찬성하는 것으로 둔갑시켜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화성시 군공항대응과 관계자는 "2023년에는 일회성 행사 예산 대신 군공항 관련 콘텐츠 제작 지원, SNS 운영 등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 예산 위주로 편성했다"며 "예산과는 별개로 군공항에 대한 화성시의 대응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군공항 대응 부서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군 비행장 소음 피해 보상 업무를 포괄해 군공항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고, 기존 주민 소통 및 미디어 홍보 업무를 통합해 업무 효율을 배가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군공항 대응 사업 감소를 위한 조직 축소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자의적인 왜곡과 억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람사르 습지보호구역 지정 추진을 중단했다"는 지준만 국장의 발언도 "명백한 사실무근이며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화성시는 그동안 해양생태자원을 연계해 '국제테마파크'를 조성하고, 화성습지를 람사르 습지에 등재해 '국제적인 생태 보존지역'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촘촘히 추진해 왔다.
 
이와 관련해 화성시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화성습지의 체계적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해 1단계로 연안습지인 매향리 갯벌을 21년 7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고, 2단계로 내륙습지인 화성호 습지에 대한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연안과 내륙의 생태계가 연계된 화성습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이 완료되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람사르 습지 등록 추진을 중단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화성시장님도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수원시 공항협력국장의 발언은 월권행위"라고 반박했다.
 
정명근 화성시장의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명근 시장이 '국제공항 건설 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정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당선인 시절부터 수원 군공항 화성 이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정명근 시장은 지난해 6월 화성시 군공항 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군공항 화성 이전은 화성시의 자존심과 정체성 문제"라며 "100조 원을 줘도 안 된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지난해 9월 <경기도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국제공항을 빌미로 (군공항) 이전을 요구하는 것은 안 되며, 수원 군공항은 폐쇄가 정답"이라면서 "만약 정부에서 경기 남부권에 (국제공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그때 가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준만 국장 "사석에서 나름대로 해석한 얘기, 언론이 활자화"

이에 대해 지준만 국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고 (기자들과의) 사석에서 제 나름대로 해석한 얘기였다"며 "언론에서 그것을 활자화해서 (기사로) 쓰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화성시가 항의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지 국장은 "(언론이) 제가 화성시장님 입장을 괜히 대변하는 듯하게 보도해서 화성시장님한테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제가 뭐 화성시장님 욕을 한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브리핑이 아닌데, (언론이) 그것을 활자화해버리면 저희로서는 어떤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태그:#화성시, #수원시, #경기국제공항, #수원군공항, #경기남부민간공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