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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칼국수 한 끼의 맛은 그야말로 포만감을 주었다.
▲ 칼국수 한 끼의 맛 봄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칼국수 한 끼의 맛은 그야말로 포만감을 주었다.
ⓒ 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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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를 좋아한다. 시골에서 새참으로 나온 칼국수는 어머니의 단골 메뉴였다.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 쫄깃한 반죽을 썰어 호박과 파를 넣고 끊어먹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여름에는 호박을 넣었고 가을이면 송이를 넣었다. 겨울이면 달래를, 봄이면 냉이를 넣어 맛을 더했다. 오래 입 속에 맴도는 맛이다. 어려운 시절 그리움의 맛이기도 하다.

칼국수를 한 솥 끓어 새참으로 대접했던 어머니의 손은 어느새 야위어 갔다. 그때의 맛을 잊지 못해 요즘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촌칼국수 가게를 찾아 한 끼 해결하곤 했다. 맛은 달라도 가게마다 특유한 맛이 좋았다. 걸쭉한 맛을 음미하다 보면 어머니의 맛들이 뒤섞이는 듯하다. 매운맛은 입 속에 오래 남았고 만두와 궁합이 맞는 칼국수에는 약간의 포만감을 느끼곤 했다.

시골마다 칼국수 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일지 모른다. 어머니의 맛을 잊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시절 칼국수의 한 끼는 배불리 먹을 정도로 몸의 기운을 북돋아주기도 했다. 칼국수는 먹자골목의 단연 인기메뉴다. 시장에도 허름한 곳에도 칼국수 집은 늘 존재해 왔었다. 면발이 부드러워 입 속을 자극했다.

어릴 적 기억하면 비가 내린 장마철이나 한없이 하얀 설경이 일렁거릴 때에 어머니의 별미가 생각난다. 식당보다 그 화려한 비법이 감춰지지 않는 평범한 맛이다. 그 맛은 따뜻한 몸을 데워주었고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어려웠던 시절 함께 나누어 먹던 칼국수는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한 맛이었다. 손국시라는 사투리도 고향의, 어머니의 정이 한가득 피었다. 어느 날 찾아간 허름한 손칼국수 가게는 김치 하나에 칼국수가 한가득 있었다. 시원한 국물 맛과 면발이 입 안에서 착 감기는 오동통함이 감칠맛 이상으로 속을 데웠다. 주인장의 포근한 인상과 닮아 오래 향을 남겼다.

진달래가 필 때 다시 한번 오고 싶어 진다. 산에 핀 봄의 향과 칼국수의 맛은 어떨까? 계절마다 먹는 것도 많지만 겨울이면 칼국수는 나의 단골 메뉴다. 산을 오르고 내려올 때 그 지역의 칼국수집을 찾는다. 가게문을 들어서기 전 구수한 칼국수 특유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얼큰한 맛을 즐길 때도 있고 심심한 맛을 즐길 때도 있다.

심심할 때는 양념장을 넣는다. 깍두기와 칼국수의 조합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먹고 나면 산에 오른 기운이 더해진다. 여기에 막걸리 한 잔으로 몸을 풀었다. 칼국수 한 입과 막걸리와의 궁합도 좋았다. 국시에는 사람냄새, 어머니의 삶이 일렁거렸다. 생각이 날 때 시골로 향했다. 가는 곳마다 그 시절이 그리웠다. 어려웠지만 행복했던 시간들이 생생하게 들린다.

기력이 없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나를 아직 어린이처럼 보았다. 칼국수 한 마디에 할 이야기가 많아졌고 그때의 추억은 다시 돌릴 수 없지만 간직하는 것만이라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오늘도 산책하다 칼국수집을 발견했다. 하지만 새로 들어온 가게보다는 허름하지만 오래된 곳을 선택했다. 그곳에는 정이 있고 인심이 있으며 넉넉한 어머니의 맛과 고향의 맛이 입속을 달달하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나에게 칼국시는 봄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그런 음식이다.

태그:#칼국수, #국시, #봄의기운, #한끼, #어머니의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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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입니다. 학교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아이와의 공감시간을 좋아합니다. 도서관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를 알리고자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때론 삶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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