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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9층 아카데미홀에서 열린 '불합리한 노동관행 법제도 개선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9층 아카데미홀에서 열린 '불합리한 노동관행 법제도 개선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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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아래 자문회의)'를 개최해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행위 사례를 보고하고, 부조리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했다. 고용노동부는 논의 내용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내용을 보면 노동조합 탓만 하고 사용자들의 불법행위는 보지도 않는 편향된 시각을 볼 수 있다.

보도자료에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행위의 사례로 상세히 기술한 것은 노동조합 위원장의 비리, 파업 및 집회 강제동원, 조합비 사용내역 미공개 세 가지였다. 이런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한달동안 301건의 불법·부당행위 신고가 접수됐다고 알렸다. 여기까지만 보면 노동조합의 불법행위가 마치 하루에 10건씩 접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 <집단노사관계 관련, 총 51건> 횡령 등 노조 재정 부정 사용, 조합원 폭행·협박· 괴롭힘, 노조 가입·탈퇴 방해, 회계감사 미실시·감사결과 미공개, 노조 회계자료 미비치·미공개, 조합비 부당집행,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등
* <개별근로관계 관련, 총 250건> 공짜 야근 등 포괄임금 오남용,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52시간 초과근로 위반, 연차 휴가 사용 강요, 4대 보험 미가입, 최저임금 위반, 급여명세서 미교부 등


한 달 동안 301건 접수된 불법·부당행위 중에 '개별근로관계'에서의 사용자 불법행위가 5배가량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고하면서 정작 보도자료의 도입부 예시는 노동조합에 대한 50건의 신고에서만 뽑아낸 것이다. 어떻게든 사용자의 불법행위는 눈감아주고 노동조합의 잘못은 부풀리고 싶은 고용노동부의 편향된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예시의 추출에서만 편향된 시각이 드러난 것이 아니다. 이 내용을 보고받고 진행된 자문회의의 법 제도 개선 논의 결과를 보면 그저 '가관이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자문회의 결과를 살펴보면 법 제도 개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 노조 회계 공시 활성화
- 회계감사원 전문성·독립성 확보
- 조합원 정보요구권 강화
- 회계감사 실시 사유 확대

* 불법.부당행위 규율
- 노동조합이 다른 노조 및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행위 금지
- 협박, 강요 등을 통해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금지


신고가 250건 접수된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조차 없이 50건 접수된 사안에 대해서만 법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어떻게든 사용자의 불법행위는 보지 않고 노동조합의 잘못만 강조하고 싶은 고용노동부의 편향성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럴거면 애초에 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라고 이름붙였는지 의문이다.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기사화되자 고용노동부에서는 언론보도에 대한 추가 설명자료를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지금까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왔기 때문에 이번 개선방안에서는 그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면 하루에 8건꼴로 사용자의 불법행위가 접수된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대응이 명백히 엄정하지 못했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대응했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의 침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여 제대로 처벌했다면 그런 사건이 하루에 8건꼴로 접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개선방안이 나왔어야 하는 부분은 알바 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불안정노동자들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명백히 편향된 시각을 가진 고용노동부는 이번 논의 결과에 기반하여 3월에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가 본인들이 제시한 청사진대로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조성하고 싶다면 한달동안 무려 250건, 하루에 8건씩 신고 접수된 사용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을 노조법 개정안을 준비하는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여 준비해야 할 것이다.

태그:#알바연대, #윤석열, #근로기준법,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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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연대는 알바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저임금의 인상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한편, 알바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들에 대한 상담, 교육,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시로 실태조사를 통해 알바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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