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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내용과 기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문건의 캡처본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내용과 기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문건의 캡처본
ⓒ 디스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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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유출된 문건들이 대부분 위조되었다"고 주장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우선 문서 유출의 근원지로 지목된 미국 국방부의 반응은 한국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유출된 문건이 지난 2월 28일과 3월 1일자 자료라고 확인했다. 해당 문건은 정보 출처로 도·감청을 의미하는 '신호정보(SIGINT·시긴트)'라고 적시되어 있는데, 미국 정부 관계자가 도·감청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기밀자료의 무단 유출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밝힌 로이드 장관은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대응책 마련을 위해 매일 고위 간부들을 소집했고, (진상 파악을 위한) 부처 간 노력에 대해서도 긴급한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로이드 장관은 또 "조사를 하면 알게 되겠지만 지금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문서는 2월 28일과 3월 1일 문서"라며 "현재로선 누가 그 시점에 접근 권한을 가졌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출처와 범위를 찾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문건 대부분이 조작되었다는 김태효 차장 주장과는 사뭇 다른 설명이다. 문건 형식 역시 내부사정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이 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최종건 연세대 교수.
 13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최종건 연세대 교수.
ⓒ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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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외교부 1차관을 지냈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사건을 "미국의 엄청난 보안사고"로 규정하면서 "해당 문건이 미국 합동참모본부(Joint Chiefs of Staff)에서 사용하는 브리핑 자료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에 유출된 한국 관련 문건에는 "TS//SI-G//OC/NF"라는 분류 코드가 적혀 있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SI-G에서 SI(시그널)는 두 당사자 간에 통신을 엿듣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국가수반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는 매우 민감한 통신감청의 경우에는 감마(G)를 붙인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문서) 내용에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래서 감마를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OC(Originator Controlled)는 문서 생산자가 (도청으로 취득한 원래 정보를) 어느 정도 만졌다(는 의미)"면서 "(당사자) 대화를 직접 인용하지 않았고 요약했다. (정보)출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이어 "마지막 'NF(Not releasable to Foreign nationals)'가 중요하다. 이 정보는 미국하고 아무리 친한 다른 정부와도 공유하지 말라는 의미"라면서 NF가 붙은 문건은 한국 관련 문서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즉 미국과 영국을 필두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5개국이 참여하는 정보기관 공동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FVEY)'에도 공유가 금지될 정도로 해당 문건이 극비정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가 지적한 문건은 지난 3월 1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이 나눈 NCS(국가안전보장회의) 관련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문건에는 이 전 비서관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정책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공식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김 전 실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과 무기 지원을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대화가 포함됐다.

최 교수는 "도청은 기본적으로 (국가들이)서로 하는 것, 게임의 룰"이라면서도 "유출된 이상 이것은 정무적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선의', '악의'라는 말이 어떻게 나오느냐, 그것은 아마추어 용어"라면서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도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했던 김태효 1차장의 전날 발언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외교의 최종 소비자는 국민인데, 이것은 결국 국민의 자존감에 관한 것"이라면서 "현 정부 외교안보 담당자들이 그 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국민 의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업데이트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태그:#대통령실 도청, #최종건, #유출 문건, #우크라이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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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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