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활주로 상공에 미승인 드론이 나타나 한때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17일 오후 2시 20분쯤 제주공항 안티드론 시스템에 미확인 기체의 비행이 포착됐다. 서쪽 활주로 끝에서 미확인 드론이 감지되자 활주로가 폐쇄됐고 항공기 7대의 이·착륙이 15분 동안 중단됐다.
공항 관계자와 경찰이 출동했지만 활주로 부근에서 드론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드론의 종류나 비행 동선, 소유자가 누구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제주공항에 드론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지난달 13일 제주공항 활주로 건너편 국내선 청사 지붕 위에서 추락한 드론이 발견됐다.
제주지방항공청은 드론 발견 10여 일이 지나서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수사를 통해 드론 소유자로 60대 남성 관광객을 찾아 조사를 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공항 주변 제주시 도두동의 한 주차장에서 드론으로 비행 연습을 하다 강풍으로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남성이 드론을 날린 장소는 드론 비행 금지구역으로 공항 활주로와 불과 300여 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만약 이 드론이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부딪쳤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비행 금지 구역 불법 드론... 최대 500만 원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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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는 제주공항과 정석비행장 주변이 비행금지 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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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에서는 제주공항과 정석 비행장 주변이 비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제주공항은 국가보안 '가'급 시설로 공항 반경 9.3km 내에서 비행할 경우 '비행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한 공항 반경 3km 내 비행의 경우는 항공청관제과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행금지 구역에서 '비행 승인'을 받지 않고 드론을 띄우다 적발되면 항공법 제127조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1차는 150만 원, 2차 225만 원, 3차는 300만 원이 부과된다. 만약 공항 관제권 내에서 불법으로 드론을 띄워 항공기 이착륙을 지연시키는 등 공항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면 항공안전법 제161조에 따라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도 물 수 있다.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비행금지 구역 미승인 비행으로 적발된 드론은 총 7건으로 모두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2018년 3건, 2019년 1건, 2020년 1건, 2021년 2건, 2022년 0건).
'안티드론 시스템'으로도 막지 못한 이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을 이용한 자폭공격이 효과를 보이면서 드론이 테러 공격의 '핵심병기'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드론을 통한 범죄와 테러를 막기 위해 안티드론 시스템을 2020년에는 인천공항에 2021년에는 제주공항에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제주공항에는 레이더파를 방사해 반사파의 소요시간과 특성으로 드론을 식별해 추적하고 탐지하는 레이더 2식과 드론과 조종자 사이의 통신 프로토콜을 분석해 위치를 탐지하는 RF스캐너 1식을 갖추고 시범 운영 중이다.
안티드론 시스템이 운용 중이지만 지난달에는 드론을 탐지하지 못했고, 이번에는 기체와 동선을 추적하지 못했다.
제주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안티드론 시스템은 크기나 패턴 등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으로 드론을 100%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제주공항은 국내 여객 수송 1위로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미승인 드론 비행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도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드론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소형, 경량화되는 기체의 특성상 안티드론 시스템의 보완 필요성과 함께 공항 보안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허가받지 않은 드론을 운행해 항공기의 운항을 위협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제주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행금지 구역 내 드론 비행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며, 드론 비행 전 스마트폰 어플(Ready to fly)이나 브이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