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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1일 월요일은 '133주년 세계노동절'이다. 이날은 세계 여러 나라의 노동자들이 모여 미국에서 8시간 노동할 권리를 외치다가 희생당한 노동자들의 정신과 넋을 기리는 데에서 시작해 역사적으로 전 세계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고 연대 의지를 표명하는 노동자 전체의 기념일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이승만 정권하에서 어용 노조인 '대한노총'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기념하다가 그마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하에서는 '근로자의 날'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1994년에 이르러서야 5월 1일을 세계노동절로 기념하게 됐다.

즉 노동절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만든, 법으로 정한 휴일이다. 2019년 모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마저도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노동자가 40%에 이른다고 하니, 오히려 노동절은 쉴 수 있거나 쉬지 못하는 노동자 모두에게 불편한 날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사전 결의대회를 마친 뒤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는 숭례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사전 결의대회를 마친 뒤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는 숭례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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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무력화 시도... '300명 과로사'가 현실인데

윤석열 정권은 최장 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행된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자 가진 자들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주 69시간 또는 주 60시간 노동을 시행하겠다는 제도로 인해 논란이 됐다. 많은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도 제대로 못 사용하는 현실에서 일할 때 한꺼번에 몰아서 하고 남은 시간은 장기 휴가도 떠날 수 있는 삶을 청년 노동자들이 원한다는 이유다. 8시간 노동제를 외치던 노동자들의 현실이 133년이나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세계경제협력기구(OECD) 평균보다 약 300시간, 독일 노동자보다 약 600시간을 더 일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대선 후보 시절, 바쁠 때는 120시간도 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던 퇴행적 노동관의 연장선 속에 대통령의 노동은 머물러 있는 듯하다. 과연 매년 일터에서 노동자 300명이 과로사하는 현실을 윤석열 대통령은 알고 있는가?

오늘날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2022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IMF 사태' 이후 역대 최고치인 5.1%이었지만,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22년 10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 임금 상승률은 3.1%에 그쳐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하락했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률은 2.8%에 그쳤다.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서 1990년 이후 우리나라의 상위 소득 10%의 소득 비율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5%에서 46.5%로 상승했으며, 하위 50%는 21%에서 16%로 하락했고, 부의 측면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58%를, 하위 50%는 6%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어, 한국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159만 9천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불안정하게 간접고용 되어 있는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평등한 현실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나, 한국 헌법에도 보장된 '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협약권'과 같은 노동 3권마저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국가 간 협약으로 비준하게 되어 있는 모든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 3권도 공무원에게는 단결권만이 보장돼 있다. 300만 명이 넘는 배달노동자, 방문판매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일명 '프리랜서'로 불리는 사업주에게 고용된 자영업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21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0.7%밖에 되지 않고, 그마저 2021년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보면, 노동자 30명 미만 고용 사업장은 0.2%밖에 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정책에 맞서, 단체협약에 의해 노동절에 쉴 수 있게 된 노동자들이 이날에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유들이 차고 넘치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평택지역 신문인 평택시민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세계노동절, #노동 3권, #비정규직, #노동조합 가입률, #특수고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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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고 이선호님 산재사망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청소년노동인권교육 강사, 안성의료생협 대의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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