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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차도로 향하는 경계석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두꺼비의 입장에서 담았다.
 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차도로 향하는 경계석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두꺼비의 입장에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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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 온천천 아기두꺼비들이 도로를 건너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 온천천 아기두꺼비들이 도로를 건너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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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봐라, 이 뭐꼬. 아니 여기에 두꺼비가 산다고예?"  

'폴짝폴짝'이 아닌 '엉금엉금' 모습의 까만 점을 보며 한 부산시민이 말했다. 그러자 주변을 지나던 다른 시민도 말을 거들었다. 언론을 통해 두꺼비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부산 연제구 주민 강아무개(61)씨는 "이 기간엔 그냥 도로를 막으면 좋을 텐데, 통제가 없어서 아쉽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한쪽에선 안타까운 표정의 40대 김아무개씨가 발을 동동 굴렀다. 온천천 생태연못 앞을 바라보던 김씨는 "비가 오니 두꺼비가 이동할 것 같아 나와봤는데, 준비없이 왔더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답답해했다. 온도에 민감한 양서류인 두꺼비의 이동을 돕기 위해선 붓이나 얇은 장갑 등이 필요하다.

그는 "작은 생명이라고 경시해선 안 된다. 열악한 도시 환경에서 이 친구들이 산다는 게 너무나 놀랍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5월이 한창이던 지난 13일, 기상청이 예보한 대로 5~10mm의 비가 내리자 올해도 어김없이 온천천 아기두꺼비가 대이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 여러 마리의 성체가 오염된 작은 연못을 피해 위쪽 큰 연못에 알을 낳고, 이후 올챙이가 부화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지난 5일 1차에 이어 이날 2차 대이동을 선택했다.

연못 앞과 화단을 새까맣게 메운 두꺼비의 숫자는 수만여 마리로 추정된다. 성체 암컷 1마리 낳는 알은 최대 1만여 개. 포식자의 위협이나 연못 오염 등 심각한 변수가 없는 한 상당수가 올챙이로 태어난다. 뒷다리·앞다리가 나고, 꼬리가 사라진 1cm 남짓한 아기두꺼비는 봄비가 땅을 적신 날을 택해 본능적으로 뭍을 향했다.
 
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환경단체 활동가와 연제구청 관계자들이 이들의 이주를 돕고 있다.
 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환경단체 활동가와 연제구청 관계자들이 이들의 이주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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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환경단체 활동가와 연제구청 관계자들이 이들의 이주를 돕고 있다.
 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환경단체 활동가와 연제구청 관계자들이 이들의 이주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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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0여분간 붓으로 구조통으로 옮긴 두꺼비의 숫자다.
 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0여분간 붓으로 구조통으로 옮긴 두꺼비의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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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두꺼비들을 돕는 이들의 구조작전도 바빠졌다. 새벽부터 현장에 나온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두꺼비들의 이주를 지원했다. 이들은 수년째 두꺼비들의 대이동을 돕고 있다. 올해는 구청도 지원에 나섰다. 생태조사를 맡은 연제구 관계자 여러 명도 힘을 보탰다. 무려 10명에 가까운 사람이 아기 두꺼비와 함께했다.

최대현 부산환경회의 대표는 "오전 5시 30분부터 나왔다. 한 명당 1천~2천마리 이상, 대략 1만~2만여 마리 정도는 옮긴 것 같다"라고 두꺼비의 숫자를 세었다. 온천천네트워크 활동가 이아무개씨는 "2021년만큼이나 많다. 온천천의 생물다양성을 상징하는 두꺼비가 안간힘을 다해 이동하는 걸 보면 너무나 경이롭다"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두꺼비들의 로드킬(동물교통사고)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부산시 건설본부가 온천천 오수관로 공사에 나서면서 하천 자전거도로의 차단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우회로가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건 대이동이 이루어졌다.

간신히 화단과 도로를 넘어 건너편 연신초등학교 쪽으로 넘어간 아기두꺼비들을 보며 임진영 생명그물 사무국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재작년과 지난해보단 상황이 낫지만 로드킬을 피하지 못해 죽어가는 두꺼비가 있어 마음이 무겁다. 올해 진행되는 생태용역조사를 토대로 더 나은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만간 연제구청은 성체 두꺼비들을 찾아 초소형 GPS를 부착할 계획이다. 시간은 2개월 간격으로 10여 마리의 두꺼비가 그 대상이다. 산란지 이동, 서식지를 추적해 수년째 반복 중인 두꺼비 로드킬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환경지표종인 두꺼비가 습지와 산이 연결되지 않는 도심 한복판의 하천에서 생존하는 건 전국에서 매우 드문 사례다. 도대체 어디에서 살아가는지, 또 어디로 이동하며 어떻게 알을 낳는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생태조사를 맡은 구청측 관계자는 "내년 3월이면 결과물을 내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 온천천 아기두꺼비가 태어난 큰 생태연못. 뒤로는 온천천 오수관로 정비 등 공사판 상황이다.
 부산 온천천 아기두꺼비가 태어난 큰 생태연못. 뒤로는 온천천 오수관로 정비 등 공사판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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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두꺼비들이 보호용 그물망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두꺼비들이 보호용 그물망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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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 "친구야 같이 건너자" 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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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아기두꺼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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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산 온천천 두꺼비, #대이동, #양서류, #환경지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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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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