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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윤 원내대표, 한동훈 법무부 장관.
▲ 당정협의회 참석한 윤재옥-이철규-한동훈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윤 원내대표, 한동훈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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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종이호랑이가 되었다. 불법적 집회·시위는 엄정 대응할 것을 약속드린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헌법의 집회·시위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에도 당정이 '불법 집회'를 엄단하겠다며, 노동계를 향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올리고 있다. 특히 공권력의 대응 수위 역시 높이기로 방향을 분명히 했는데, 현장 경찰들의 과잉 대응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해도 정부·여당이 '지원'해주겠다는 방침까지 시사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은 모두 경찰 출신이다.

여기에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 제한도 예고했는데, 사실상 민주노총이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심야 시간 집회, 출퇴근 시간대 도로상 집회·시위도 모두 제한하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노동계와 시민사회계의 집단행동에 족쇄를 채우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쌍용차 향한 국가 폭력 인정됐는데도 "원칙대로 법 집행" 운운한 여당

윤재옥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법 집행 인력이 약화된 현장의 모습은 더욱 참담하다"라며 "지난 정권에서 시위를 진압한 경찰에게 책임을 묻는 등으로 불법시위를 방관하게 하는 것이 관행이 되면서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종이호랑이가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능한 입법 조치와 함께 현장의 법 집행력을 강화하여 법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국회와 국가의 책무"라며 "그동안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초래된 잘못된 집회·시위 문화를 바로잡고 과도하게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불법적 집회·시위는 엄정 대응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철규 사무총장 역시 "경찰은 이를(민주노총의 노숙집회) 제지하지도 못한 채 지켜봐야만 했다. 공권력이 무력화된 것"이라며 "공권력이 이렇게 처참하게 붕괴된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친시위대 정책이 빚은 참사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를 연이어 사면시키고 오히려 원칙대로 법을 집행하던 경찰관들에게 불이익을 안겨준 일이 빈번했다"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 중 하나로 "쌍용차 불법 점거 농성 등 집회 투입됐던 경찰관들은 업무상 과실치사 또는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벌금형을 받거나 혹은 징역형을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과 이철규 사무총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과 이철규 사무총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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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22년 11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파업 투쟁을 과잉진압한 과정이 국가 폭력이었음을 인정한 바 있다. 특히 경찰이 헬기까지 동원해 최루액을 투척하거나 헬기의 하강풍을 이용한 진압에 대해서는 "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해 적법한 직무수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고 명시했다.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이 대법원 판례를 무시한 셈이다.

이 사무총장은 "내 편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이렇듯 관대한 분들이 적법하게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라며 "이제 비정상의 공권력을 정상으로 돌려내야 할 때가 되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시위를 빙자하여 폭력을 행사하고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범죄행위는 엄정히 단죄되고 막아져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 당정협의회 참석한 한동훈 법무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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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 또한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께서는 불법 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방치하는 정부와 불법 집회를 단호히 막고 책임을 묻는 정부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셨다"라며 "그것이 우리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 약속이었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한 대처로서 국민들께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2년 전 법사위, 장제원·유상범 등 면책 범위 확대에 "과잉 입법" 우려

여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의 1박2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향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 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라고 비난했다(관련 기사: 윤 대통령 "공공질서 무너뜨린 민주노총 집회, 용납 어려워").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물대포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 집회 못 막는다"라고 발언해 도마 위에 올랐다(관련 기사: '집회 금지' 경찰 지원 나선 국힘 "문재인표 대응 버릴 때"). 백남기 농민 사망 사고 이후 일선 현장에서 사라진 경찰의 '물대포'를 언급해, 사실상 살수차 재도입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야당이었던 시절로 시계를 조금만 돌려 보면, 당 주요 인사들은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2021년 12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으로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올라왔다. 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감경과 면책 사유를 규정하는 게 골자였다. 민생 치안 사건에서 경찰관의 소극적인 현장 대응이 비판 받을 당시로, 오히려 민주당이 경찰의 강경 대응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형법에는 경찰의 정당행위, 정당방위 여기에 명백하게 면책 관련 규정이 있다"라며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너무 포괄적으로 면책을 준다"라며 "사실상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참여연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점을 인용하며 "우리 사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동의가 아직까지 안 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역시 "모든 범죄에 대해서 예방·진압할 때마다 이 면책조항을 적용한다면 그러면 경찰관들이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데모를 진압할 때도 이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딱 보기에 그러면 경찰이 데모 진압하는 데 물대포를 쐈다. 쐈는데 시위대뿐만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사람이 물대포를 맞고 다쳤다, 이 경우에도 그러면 면책이 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윤재옥, 현장 경찰들에 신분상 불이익 없게 하고 '소송 지원' 약속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앞줄 오른쪽부터), 정점식 법사위 간사, 이철규 사무총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 머리 맞댄 윤재옥-정점식-이철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앞줄 오른쪽부터), 정점식 법사위 간사, 이철규 사무총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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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정부에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킨 매뉴얼, 이런 것을 경찰 차원에서 찾아서 개선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공권력 행사로 현장 공직자들이 불이익 받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들 강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에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개정했다"라며 "면책제도와 관련해서 집회·시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은 직접적인 (면책) 적용이 어려운 걸로 보인다. 지난번에 통과된 경찰관 직무집행법으로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공권력 행사를 보호하는 데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면책 범위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게 당시 국민의힘이었는데도 이제 와서 입장이 바뀐 셈이다.

다만, 여러 논란을 의식한 듯 '입법' 과제로까지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그는 "우선은 소송 지원이나 내부적으로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신분상 불이익 준다든지 그런 게 없도록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라며 "일단은 이건 여론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법적 조치(개정)는 조금 더 여론을 들어서 검토하고, 소송 지원이나 신분상 불이익 내려지는 게 없도록 하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하겠다"라고 부연했다.  

태그:#국민의힘, #집회시위, #국가폭력, #공권력, #과잉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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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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