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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배민라이더스.
 배달의 민족 배민라이더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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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달의민족'(아래 배민)은 '알뜰배달'이라는 이름의 묶음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며 단건 배달(한 번에 한 주문만 배달)의 최대 약점이었던 부담스러운 배달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요기요'도 월 9900원 구독 서비스 '요기요 패스'를 출시하며 경쟁에 참여했다. 해당 서비스 가입자는 배달비 전액 면제다. 

이에 질세라 배달 플랫폼 시장에 최초의 단건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던 '쿠팡이츠' 또한 모기업 쿠팡의 '쿠팡와우'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들에 한해 배달 음식 가격의 10% 할인을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최근 배달 플랫폼 기업 간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1차 배달 플랫폼 전쟁] 시장을 점령하라
  
먼저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과거 행보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현재 업계 1위인 배민을 비롯한 배달 플랫폼들은 사업 초기 배달 음식점들을 무료로 입점시켰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영업 방식이지만 효과적이었다. 소비자는 어떻게 유혹했을까?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파격 할인'을 시행했다. 이렇게 플랫폼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시장에 뿌렸다.

현재 외식 배달 시장의 화두는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자초한 것이다.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이라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게 시장의 호응을 얻자 배달 대행 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했다.

한 번에 하나의 주문만 배달해야 하니 플랫폼들은 앞다투어 배달 기사 확보에 뛰어들었다. 그 유인책은 배달 수수료였다. 그러자 한때 '배달비 건당 2만 원'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플랫폼 기업들은 적자를 감수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이것이 바로 '1차 배달 플랫폼 전쟁'이었다. 진정한 '쩐의 전쟁'이었고 해당 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영토 전쟁'이었다.

[2차 배달 플랫폼 전쟁] 생존하라
 
배달의 민족이 새로 출시한 '알뜰배달'
 배달의 민족이 새로 출시한 '알뜰배달'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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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이 밑밥을 뿌리는 건 물고기를 먹여 살리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다. 뿌려진 밑밥을 먹으러 다가온 물고기를 잡아서 먹거나 팔기 위함이다. 배달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어마어마한 자금을 뿌렸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 즉, 막대한 수익을 기대한 것이다.

코로나19 특수가 길어지자 플랫폼 기업들은 드디어 본격 수확에 나섰다. 먼저 입점 자영업자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대폭 인상했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할인 행사를 줄였고 배달 대행 기사 수수료도 이런저런 명분을 들어 인하에 나섰다. 대상자 모두는 반발했다.

자영업자들은 너무 높은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비에 죽겠다고 하소연했고 소비자는 할인은 대폭 줄었는데 배달료만 높아졌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여기에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꿈꾸며 들어왔던 배달 기사들은 플랫폼 기업들의 느닷없는 배달료 인하에 강하게 반발하며 이탈했다.

이때만 해도 플랫폼 기업들은 느긋했다. 이들의 반발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의 마지막 몸부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밑밥 주변에 몰린 많은 물고기를 보며 풍어(豐漁)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마주쳤다.

바람 앞의 등불, 배달 음식점

현재 자영업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어둠에서 겨우 벗어나 따스한 햇볕이 비치던 자영업계에 고금리, 고물가, 공공요금 인상에 구인난까지 덮치며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배달 전문이다 보니 코로나 때 큰 타격은 받지 않았어요. 그런데 코로나 재난의 끝 무렵이던 2022년도 초부터 매출이 줄더라고요. 그때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기 시작했으니 사람들이 나들이에 나서서 그런가 했어요. 일시적 현상으로 생각한 거죠. 그런데 올해는 우리 상권에 무슨 일이 생겼나 할 정도로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과장 같겠지만 이전 대비 50% 이상 떨어졌어요.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배달비, 배달 앱 사용 수수료 인상에 치여 힘든 차에 최근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 공공요금 인상까지, 여기에 매출마저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하니 막막합니다. 현재 가게를 싼값에 내놨는데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네요."

서울 영등포 지역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사장 A씨의 말이다. 그는 최근 배달 앱 정책에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요즘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배달 플랫폼들이 자영업자와 고객의 비용을 줄여 주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가입하라고 권유하더군요. 그런데 그거 해도 딱히 나아진 게 없어요."

인천에서 배달 대행업을 하는 B씨도 비슷했다.

"내 아내가 모 배달 전문 떡볶이 가게에서 주방일을 하는데 코로나 때이던 재작년만 해도 평일에만 200~300만 원 매출을 올렸어요. 주말에는 4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요. 그런데 현재 평일 30~40만 원, 주말에는 70~80만 원대로 뚝 떨어졌어요.

전에 배달 전문 피자점을 하다가 배달 대행으로 전업한 지 꽤 됐는데 그 경험으로 보면 현재 상황은 배달 시장 규모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봐요. 코로나 때 음식 배달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죠. 물론 최근 경기 위축과 고물가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단 고객들이 배달 음식에 질렸고 배달 음식점이 난립한 게 더 큰 요인이라고 봅니다.

40~50분 이상 길거리를 돌아다닌 음식이 가게에서 바로 조리된 음식과 맛이 같을 리 없죠. 코로나 때는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죠. 그리고 코로나 때 배달 음식점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후미진 곳에 장기간 공실로 있던 건물 2~3층은 아무리 임대료가 싸도 음식점이 입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도 간판도 없이 플래카드만 걸고 창업한 배달 전문 음식점들이 코로나 때 꽤 생겼죠.

그리고 6월은 전통적으로 비수기입니다. 그러니 코로나 때 창업해 이런 경험이 일천한 배달 음식 전문점 사장들의 체감은 더 심할 겁니다. 지금 지역 배달 대행업도 힘듭니다. 그러니 배민을 비롯한 배달 플랫폼들이 이런저런 자구책을 내놓는 거겠죠."


이들의 주장과 주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지금 외식 배달 플랫폼들의 새로운 서비스 정책은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 이처럼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시장에 등장한 플랫폼 기업들조차 엄혹한 환경에 급격히 생존 우선 전략으로 돌입한 듯하다.

외식업 시장에서도 가장 저자본 창업 시장으로 손꼽히는 배달 음식점의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오늘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태그:#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 #음식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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