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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로컬 책 표지
 돈 버는 로컬 책 표지
ⓒ 더가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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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적자였던 마을의 시설에 1년도 채 안 되어 흑자로 돌아선 것도 모자라, 고향을 응원하는 기부금은 2년 만에 750%가 증가했다. 마을의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젊은이가 찾아오고, 주민들은 젊은이들의 방문에 분위기가 들떠있다.

인구 4천  명의 작은 마을 일본 구마모토현 동북부의 아소군에 있는 미나미오구니마치의 이야기다. <돈 버는 로컬> (원제 : 미나미오구니마치의 기적)은 일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작은 마을이 '돈 버는 마을'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소개한 책이다. 

온천 마을 미나미오구니마치, 이 곳의 세 가지 문제

미나미오구니마치는 구마모토현 아소군에 있는 인구 3926명의 작은 마을이다. (2020년 12월 말 기준). 매년 일본의 인기 온천 10에 꼽히는 구로가와 온천이 유명한 곳으로 연간 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지이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어보면 큰 고민이 없을 것 같은데 앞에서 설명한 내용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첫 번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할지라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경우는 중요한 관광업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여는 일본 지역과 마찬가지로 미나미오구니마치도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두 번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온천이 있기 때문에 관광을 중심으로 한 지역 경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구로가와 온천에만 너무 의존해 있다 보니 코로나나 지진 같은 외부 환경에 지역경제가 너무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산업도 활성화해야 할 숙제를 두고 있었다.

세 번째, 일본 전역에 마을마다 있는 지역상품 판매소가 미나미오구니마치에도 있었는데, 설립 이후로 28년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역상품 판매소를 운영하는 운영 인력의 운영 능력도 부족했고 직원 관리에서 부터 상품의 차별화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쌓여 있었다.

세 가지 문제만 놓고 보자면,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도 비슷한 숙제를 안고 있을 것 같다. 이 마을의 영화 같은 성공스토리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마을의 기적을 만들기 위한 관점의 변화

마을의 숙제를 풀기 위해 먼저 과감하게 제안을 한 것은 마을의 공무원이었다. 다카하시 슈지 정장은 구로가와 온천은 마을의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산업을 연결해서 마을에 묻혀있는 다른 자원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마을 만들기'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이 조직을 행정기관에서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외부의 전문가에게 일임해서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다. 

그 첫 출발을 관광지역 만들기를 위한 마케팅과 경영을 위한 법인을 만드는 지역관광추진조직(DMO : Destination Management Organization)이었다. 이 조직은 필두로 해, 마을 사람들은 관광을 중심으로 하되 마치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고 사업개발 관점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공무원의 제안이라고 하더라도, 지역관광추진조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설립 검토를 하는 단계에서부터 '이상적인 마을의 모습'을 찾는 노력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치면서 동시에 주민들의 의견 조사, 정보 수집과 가설 수립, 가설을 제시하고 의견 듣기, 의논하여 가설 결정과 같은 과정을 밟아 나갔는데, 이는 흡사 스타트업이 새 제품·서비스를 출시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관광추진조직, 서서히 마을을 움직이다
 
SMO(Satoyama Management(Marketing) Organization)가 만들어지며 바뀐 마을의 5가지
 SMO(Satoyama Management(Marketing) Organization)가 만들어지며 바뀐 마을의 5가지
ⓒ DHE Corp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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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조직의 핵심 과제를 5가지로 도출하고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세우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것을 '3개의 화살 전략'이라고 불렀다. 제1 화살은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기하는 것이였고, 제2 화살은 상품 제작과 사업 운영을 통해서 재정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제3 화살은 제1, 2 화살 후에 실행하는 전략으로 마을의 킬링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다.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한 전략과 세부 과제들은 외부 경영전문가를 영입해서 진행했는데, 사업을 개선하고 비용 낭비를 줄여 적자를 해소하고자 한 제1 화살의 성과가 가정 먼저 만년 적자의 지역상품 판매소의 흑자 전환으로 나타났고, 고향 납세 기부금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우수한 마을 상품을 발굴하고 정보를 제공해서 발생한 이익을 다시 마을에 투자해서 외지인을 불러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안정적인 제1과 2화살의 성공을 바탕으로 마을 고유의 킬링 콘텐츠를 생각한 제3 화살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는데, 이는 마을의 자원을 활용한 가이드 투어 개발과 구로가와 온천에 료칸을 대상으로 지역에서 나온 재료를 가지고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 서비스를 한 것이다. 
 
SMO(Satoyama Management(Marketing) Organization)의 '3개의 화살 전략'
 SMO(Satoyama Management(Marketing) Organization)의 '3개의 화살 전략'
ⓒ DHE Corp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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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오구니마치의 성공 비결

이 책의 글쓴이는 사업개발 관점을 적용한 것을 가장 주요한 성공의 비결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을 갖는다는 것으로 빠르게 이해하는것 보다는 마을의 현장에서 마을이 가지고 있는 숨은 자원을 발견하려는 노력, 즉 마을의 특징을 담는 마을다움을 찾고 그것을 스토리 텔링과 브랜딩으로 연마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마을과 마을 밖을 연결하고, 마을 내부 사이를 연결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미나미오구나니마치에는 사실 '불씨'가 많았고, 각각의 불씨를 새로운 지역관광추진조직을 매개로 연결하면서 시너지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즉 마을의 이상적인 모습을 설정하고 마을 전체가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며 이를 차근차근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여기에 외지인의 관점과 지혜과 그 몫을 더한 것이다. 

관광지역 만들기를 위한 3단계로 '발견하고, 연마하고, 연결하기'라는 세 단계를 도식으로 놓고 보면 무척 쉽게 보이지만, 단계와 단계 사이에는 시간의 축적과 사람이 필요하다. 이를 뒤로하고 사업만 앞세워서는 외부에 어떤 전문가를 데리고 온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계속 찾는 마을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내용의 글이 양석원 시민기자의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https://brunch.co.kr/@ejang/95


돈 버는 로컬 - DMO 지역관광 마케팅

야나기하라 히데야 (지은이), 윤정구, 조희정 (옮긴이), 더가능연구소(2023)


태그:#일본, #DMO, #지역관광추진조직, #지역관광, #마을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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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만들기 수업을 거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입니다. IT/인터넷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했고, 코워킹 스페이스를 창업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삶을 위한 자유학교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 자유학교 https://www.jayusko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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