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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시내 한 주택 외벽에 전력량계가 부착돼 있다. 한국전력의 빚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수조원대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통한 적자 해소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작년부터 이미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올라 추가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전기요금 폭탄, 현실화될까.  22일 서울 시내 한 주택 외벽에 전력량계가 부착돼 있다. 한국전력의 빚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수조원대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통한 적자 해소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작년부터 이미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올라 추가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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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을 하는데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있었다. 순간, 가슴이 서늘해졌다. 전기요금... 마치 합격-불합격 통지서를 열어보듯 조심스럽게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열어봤다.

확실히 지난달보다 전기를 많이 썼다. 6월에 127(kwh, 킬로와트 시)를 썼다면 7월에는 201(kwh)를 썼다. 약 60% 가량 더 쓴 셈이었다. 작년 7월에 161(kwh)을 썼으니까 작년보다도 25%를 더 썼다. 전기사용량이, 여기에 전기요금 단가 인상까지... 결국 세대전기료와 공동전기료 합쳐 6만6100원이 나왔다. 같은 면적 다른 집에 비해 58% 적게 썼는데도 말이다.

21일 <국민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번주에 받게될 7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지난 4월에서 6월까지 낸 전기요금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전력수요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기요금도 올랐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 기준 최대 전력 수요는 93.6기가와트(GW)를 기록했다. 여름철 기준 사상 최대다. 이미 7월부터 전국 평균기온이 30도 중반을 웃돌면서 전력 소비량은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도 국민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이후 전기요금을 세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h)당 28.5원 올렸다. 이 기간 인상률은 약 30%에 달한다. - (국민일보, 2023년 8월21일)

이렇다보니 지난해 여름철, 즉 7~8월 사이 4인 가구의 월 전기요금은 평균 6만6690원 가량이었다고 하는데, 올해에는 지난해와 같은 양의 전기를 썼다고 해도 8만530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여름보다 적게 썼거나 비슷하게 쓴 가구가 얼마나 될까?

MBC는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을 보도했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준영씨. 많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고지서에 찍힌 요금은 예상치를 훌쩍 넘겼습니다. "보통 한 250만 원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지금 300만 원이 넘게, 거의 한 80만 원이 넘어서 340만 원 정도 고지서가 날아왔더라고요." 8월 하순까지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냉방기기를 멈출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직원 8명 중 4명을 내보냈습니다. - (MBC, 2023년 8월21일)
 

8월 요금 나오는 다음 달에는 원유값 인상으로 또...

문제는 7월보다 더 더운 8월의 전기요금이다. 다음 달에 나오는데, 벌써부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원유와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6월 초 배럴 당 60달러대까지 내렸던 서부텍사스유는 8월 들어 다시 80달러대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8조 5천억 원의 영업 손실을 봤습니다. 적자 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2021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적자, 누적 적자는 약 47조 5천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 (MBC, 2023년 8월21일)
 

이런 가운데 4분기 전기요금은 9월 말에 결정된다. 선거를 앞두고 추가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그런 만큼 한전의 적자폭은 깊어질 전망이다.

국내 소식은 여기까지. 이런 뉴스가 나올 때면 늘 나오는 말이 '전기 아껴쓰자', '아끼면 되돌려주는 할인시스템 만들자'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국제뉴스를 살펴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전기 아껴쓰기' 뿐 아니라 또 다른 해법마련에 전력질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미국 "2030년까지 전기요금 8~9% 떨어뜨릴 것"
 
8월 2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7월 26∼31일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0%, 선풍기 매출은 35%가량 늘었다. 장마가 물러가고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자 뒤늦게 냉방 가전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롯데하이마트 매장에 진열된 에어컨.
▲ 역대급 폭염에 에어컨 "불티" 8월 2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7월 26∼31일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0%, 선풍기 매출은 35%가량 늘었다. 장마가 물러가고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자 뒤늦게 냉방 가전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롯데하이마트 매장에 진열된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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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 싱크탱크인 IEEFA는 미국의 에너지부가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력의 81%를 공급하는 게 가능하며 이럴 경우 2030년까지 미국 전기 요금은 8~9%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16일 IRA, 인플레이션 억제법 제정 1주년을 맞아 발표한 미국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인플레이션 저감법(IRA)과 2021년 초당적 인프라 법안으로 인한 미국내 태양광, 풍력발전 신규 투자는 미국에서 무탄소 자원으로 생산되는 전력의 비율을 2022년 42%에서 2030년 72%에서 81%까지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언급했듯 향후 7년간 725기가와트(GW)의 태양광, 풍력발전 신규설비가 가동됨에 따라 2022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전기 요금이 8~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럴 경우 2022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가정은 최대 380억 달러의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고, 기업의 전기 요금은 13%에서 15%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혁신적인 투자는 미국의 에너지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향후 수년간 강력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IRA 등 초당적 기후대응법에 의해 가능해진 수십억 달러의 세금 공제 및 기타 인센티브는 2030년까지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2005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기준 35~41% 감소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법이 없었다면 배출량은 약 27% 감소했을 것이라 분석이다.

새는 좌우의 두 날개로 창공을 날아오른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 등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할까? '전기 덜 쓰자'만으로는 안된다. 전기를 덜 쓰면서도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바꿔가는 양날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달 8월 전기요금 고지서 나올 때는 일본의 재생에너지 전략과도 비교해 짚어봐야겠다. 


[참고자료]
- 박세환, [30% 올랐는데 폭염까지… '전기요금 폭탄' 공포], (국민일보, 2023년 8월21일)
- 문다영, [요금 인상에 폭염까지‥'악'소리 나는 전기요금], (MBC, 2023년 8월21일)
- [U.S. Department of Energy: Renewables could provide 81% of power by 2030], (IEEFA, 2023년 8월18일)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되고 있는 OBS 라디오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


태그:#전기요금, #기후변화, #미국IRA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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