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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2월 15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서울 서초구 한 웨딩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웃고 있다. 왼쪽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 2015년 12월 15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서울 서초구 한 웨딩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웃고 있다. 왼쪽은 이명박 전 대통령.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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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 보도를 명분으로 언론보도 검열 체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18일에는 가짜뉴스 민원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통해 신속하게 결론내려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언론계는 정부 비판 보도를 통제하려는 노골적 의도로 보고 있다.

방통위는 18일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적인 내용은 가짜뉴스에 대한 신속심의, 구제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심의는 방심위가 전담한다. 가짜뉴스 신고가 방심위에 접수되면, 방심위가 이를 신속 심의하고 후속 구제 조치도 취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업자와도 협력해, 가짜뉴스 논란이 있는 보도 콘텐츠에 대해선 방심위 심의 중이라고 하더라도 '심의중'임을 알리는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아울러 가짜뉴스의 정의와 기준, 가짜뉴스 퇴출제(원스트라이크아웃) 등을 향후 입법 보완하기로 했다.

배중섭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 직무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환수, 원스트라이크아웃제 처분을 받은 사업자가 다른 매체로 다시 활동하는 이른바 갈아타기 방지까지 가짜뉴스 전 단계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입법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다른 언론사를 차릴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배 직무대행의 발언은 대선 당시 김만배 녹취 보도를 했던 <뉴스타파>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방심위 여당 우위서 비판 언론 잇따라 법정제재

이번 대책은 정부 주도의 언론 보도 검열을 공식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방심위를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창구로 삼겠다는 구상부터가 문제다. 방송사 콘텐츠를 주로 심의하는 방심위는 주요 심의 안건을 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체회의에서 결정한다. 방심위는 민간기구지만, 심의위원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추천(교섭단체 및 상임위 추천)에 따라 임명되고, 방통위 감독도 받는다. 

지금까지 9인의 방통위원은 대통령이 정한 3인, 여당 추천 3인, 야당 추천 3인으로 이뤄졌다. 정부와 여당 측이 수적 우위를 점하는 구조다. 현재 방심위는 정연주 위원장이 중도 해촉되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여당 측 우위(여 4, 야3) 구조로 바뀌었다.

최근 방심위는 '김만배씨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여당 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방심위는 대선 당시 방송사들의 김만배씨 녹취 보도물들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긴급안건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야당 추천 위원 의견은 철저히 묵살했다.

방심위는 지난 11일 KBS 1AM '주진우 라이브',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MBC '뉴스데스크' 등 지상파 안건 6건에 대해 주의 이상의 중징계 결정(법정제재)을 내리기도 했다. 이 결정에서도 '문제가 없'거나, '행정지도해야 한다'는 야당 위원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새 방심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방심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어 류 위원을 새 위원장으로 호선했다고 밝혔다.
▲ 새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류희림 선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새 방심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방심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어 류 위원을 새 위원장으로 호선했다고 밝혔다.
ⓒ 방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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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가짜뉴스 심의가 신청된 보도에 대해 방심위의 객관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방심위가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보도에 섣부르게 정파적 결정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여야 추천 위원들이 정치적 압력으로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고, 그 사람들이 가짜뉴스 기준을 정한다는 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현재 방심위 상황을 볼 때,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는 진실성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가짜뉴스라고 규정을 할 가능성도 크다"라고 말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내용적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가짜뉴스를 굉장히 폭넓게 규정하고,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아닌 진실보도로 밝혀지면 민형사책임 가능성도"

방심위가 '역공'을 당할 가능성도 크다. 명확한 증거 없이 의혹과 정황을 보도한 뉴스라고 하더라도, 사후에 추가적인 물증이나 증거가 나와 보도 가치를 평가받는 경우는 수두룩하다. 게다가 논란이 되는 보도는 해당 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과 지식을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9명의 방심위원들이 사회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성과 지식을 갖췄다고 보기도 힘들다.

만약 방심위가 잘못된 판단으로 '가짜뉴스'라고 결정해 제재조치를 하더라도, 사후 진실 보도로 밝혀진 경우, 방심위원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방심위원들은 앞으로 처리할 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법적 처벌을 받을 위험성까지 떠안게 되는 것이다.

배중섭 방통위 직무대행도 브리핑에서 관련된 질문에 "방심위의 위원들이 모이는 심의위원회에서 (가짜뉴스 심의를) 구체적이고 충분하게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면서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대책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대놓고 드러내면서,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라면서 "언론사에 대한 행정기관의 제재 결정들이 사후 재판 등에서 이 판단이 뒤집힐 경우, 행정 제재 조치를 위한 기관이나 관계자들이 '피고'가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방심위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판단을 내린다는 건 행정기관에 의한 사실상의 검열 행위이고, 전체주의적 사고"라면서 "언론의 기본 사명은 정부를 비판하는 것인데, 언론을 통해 정부를 다르게 볼 가능성을 제거해 버린다는 것도 문제이고, 표현의 자유 역시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헀다. 
 

태그:#언론자유, #방통위, #방심위,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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