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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보호종이 12종이나 목격되는 팔현습지에 환경부가 보도교 공사를 벌이려 하고 있다.
 법정보호종이 12종이나 목격되는 팔현습지에 환경부가 보도교 공사를 벌이려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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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 부지에서 수리부엉이, 담비 등 법정보호종 야생생물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데도, 이 사업 개발 시행주체인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개발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가 궁금했다. 

그 이유를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대략 알 수 있었다. 

이 의원실은 보도자료에서 국가하천의 경우 구간마다 지구지정을 한다며 보전지구, 복원지구, 친수지구로 나눠서 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보전지구는 이용보다는 보전 중심으로 관리하는 지구로, 인공적 정비와 인간의 활동은 최소화하고 자연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고, 친수지구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하여 주민을 위한 휴식‧레저공간 등으로 이용하는 지구를 말한다는 했다. 마지막으로 복원지구는 직강화, 콘크리트호안, 복개 등으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 역사‧문화, 경관의 복원 또는 개선이 중점적으로 필요한 지구임을 뜻한다고 했다.
 
팔현습지 왕버드숲. 이곳은 야생생물들의 마지막 서식 공간인 숨은서식처다
 팔현습지 왕버드숲. 이곳은 야생생물들의 마지막 서식 공간인 숨은서식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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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팔현습지 구간 보전지구에서 친수지구로 변경

이 의원실은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받은 '금호강 하천기본계획(하천 지구지정 변경) 보고서' 및 심의의견서, 심의의견에 대한 조치계획 등을 살펴본 결과 "이 사업부지 일대는 2018년까지만 해도 보전지구로 관리돼 오다, '주변 주민들의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친수지구로 변경됐다"면서 "당시 이 같은 내용의 금호강 하천기본계획 변경을 심의한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보전지구를 친수지구로의 변경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금호강 하천기본계획 변경 과정을 보려면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국가하천인 금호강 일대는 복원 및 보전지구로 지정돼 있어 하천법상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서는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하천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당시는 하천관리를 환경부가 아닌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담당했다. 이후 물관리일원화가 되면서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경 하천관리권이 환경부로 넘어왔다. 그래서 지금은 환경부가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국토교통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대상 토지구역은 주거 밀집지역과 접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활용도가 높으며, 전통적으로 체육활동 등의 친수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하천구역"을 이유로 '금호강 하천기본계획(지구지정)' 일부 변경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총 2,145,085㎡에 달하는 6곳의 금호강 복원‧보전지구를 모두 친수(근린친수)지구로 변경하는 계획이었다.
 
국가하천 지구지정 구분. 보전지구, 복원지구, 친수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국가하천 지구지정 구분. 보전지구, 복원지구, 친수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 이은주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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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지구지정. 6곳 중 음영으로 처리된 곳이 금호강 팔현습지 구간이다.
 금호강 지구지정. 6곳 중 음영으로 처리된 곳이 금호강 팔현습지 구간이다.
ⓒ 이은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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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곳 중 대구 동구와 연결되는 보도교(햇살교)가 설치된 NO.61+080~65+260 구간(263,153㎡)(팔현습지 구간)은 보전지구, 나머지 5개 구간 1,881,932㎡는 복원지구였다. 현재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구간이 바로 2018년 당시 보전지구로 지정돼 있던 곳이다.(표에서 회색으로 음영 처리된 구간)

이에 대해 이은주 의원실은 "해당 계획에 대해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제5분과위원회 심의위원 14명 중 7명이 찬성, 6명이 조건부 찬성을 냈다"라며 "반대의견은 1명이었지만, 보전지구를 친수지구로 바꾸는 것에 대해선 조건부 찬성 의견을 낸 위원들도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팔현습지 구간에서 붉은선으로 표시한 부분만 친수지구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2018년 이전엔 모두 보전지구였다.
 팔현습지 구간에서 붉은선으로 표시한 부분만 친수지구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2018년 이전엔 모두 보전지구였다.
ⓒ 이은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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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위원(조건부 찬성)은 "NO.61+080~65+260 보전지구를 친수지구로의 변경은 재검토 요망"이라는 의견을 냈고, B위원(조건부 찬성)도 "NO.61+080~65+260 하천 둔치가 넓게 형성된 지역은 하천지구 구분에 있어 복원의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요구됨"이라고 밝혔다.

C위원(조건부 찬성)은 "보전지구(NO.61+080~65+260)를 근린친수지구로 변경함에 있어 당초 보전지구 지정 목적을 변경할 만한 사유가 하천의 이용‧관리에 있어서 바람직한지 검토 결정 요망"한다고 했고, D위원(조건부 찬성)은 "기존의 보전지구와 복원지구의 지정기준을 감안하면 하천의 자연성과 생태환경을 고려할 때에, 동일구간을 친수구간으로 변경하는 것은 적정치 않다고 판단됨"이라며 "보전지구의 존치를 검토. 복원지구의 변경근거를 마련"하라고 밝혔다.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E위원은 "기본 계획에서 보전 혹은 복원으로 설정했던 목적 등과 비교하여 현재 여건의 변화가 구간 변경이 타당하다는 면밀한 분석 자료 제시 미흡"하다며 특히 보전지구에 대해 "강의 흐름에 따라 퇴적과 침식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동적구간으로 친수구간 조성보다는 하천환경과 생태적 관점에서 보전이 적절한 구간으로 보전을 전제로 활용하는 계획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나 이러한 검토 내용이 미제시"됐다고 밝혔다. - 이은주 의원실 보도자료 중

이 의원실은 위원들의 우려에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018년 5월 금호강 하천기본계획(지구지정) 일부 변경안을 고시했다면서 "그 결과 특히 금호강 팔현습지 일대 개발 광풍의 서막이 열리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 광풍의 서막이 열린 것 ... 지구지정부터 바로잡아야

실제로 그 이후 이곳 팔현습지에는 27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었고, 이번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과 같은 개발사업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렇게 엉터리로 진행된 지구지정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일의 순서라는 목소리가 드높다. 지역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팔현습지 구간은 친수가 아닌 보전지구로 다시 되돌려야 한다"라며 "대구 3대 습지를 친구지구로 변경한 것은 누가 보더라고 말이 안 되는 이상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산과 강이 연결된 이곳 팔현습지는 생태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공간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마지막 서석처 즉 숨은서식처로 국가가 나나서 보호해야 하는 곳이다. 이곳에 개발사업은 불가한 이유다.
 산과 강이 연결된 이곳 팔현습지는 생태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공간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마지막 서석처 즉 숨은서식처로 국가가 나나서 보호해야 하는 곳이다. 이곳에 개발사업은 불가한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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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하식애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팔현습지의 깃대종이다.
 팔현습지 하식애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팔현습지의 깃대종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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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의원도 해당 보도자료에서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금호강 보전지구를 오로지 개발 이익을 위해 친수지구로 변경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금이라도 금호강 하천기본계획 전반을 재검토해 무분별하게 지정된 친수지구를 보전지구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왕버들 군락, #이은주 의원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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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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