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소록도 천사 할매’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지난 29일 오스트리아에서 선종했다. 향년 88.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가 2020년 촬영한 사진.
ⓒ 김연준 신부 제공	관련사진보기

소록도에서 40년간 한센인을 돌보며 헌신했던 '소록도 천사 할매'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선종했다. 향년 88.

30일 천주교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에 따르면 마가렛 간호사는 지난 29일 오후 3시 15분(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수술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깨어나지 못하고 운명했다.

마가렛의 부음은 명절 인사를 위해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던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이사진을 통해 광주로 전해졌다.

폴란드 태생의 오스트리아 국적자인 고인은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뒤 구호단체 다미안재단을 통해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에 파견됐다.

그는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아무 연고도 없던 소록도에 남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한센인들을 돌봤다.

고령 등 이유로 건강이 악화하자 2005년 11월 "소록도에 부담을 주기 싫어 떠난다"는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큰사진보기
▲  마가렛(왼쪽)과 마리안느 간호사.
ⓒ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제공	관련사진보기

1962년부터 2005년까지 소록도에서 함께 봉사한 마리안느 스퇴거(89) 간호사도 이때 조국으로 돌아갔다.

마가렛은 귀국 후 요양원에서 지내며 4∼5년 전부터는 단기 치매 증상을 겪기 시작했으나 소록도에서의 삶과 사람들은 또렷하게 기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최근 넘어져서 대퇴부가 골절돼 수술받던 중 선종했다.

정부는 오랜 세월 보수 한 푼도 받지 않고 한센인들의 간호와 복지 향상에 헌신한 공을 기려 마리안느와 마가렛에게 1972년 국민포장, 1983년 대통령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여했다.

소록도 주민들은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한국을 떠난 후에도 선행을 기렸으며 국립소록도병원은 이들이 살던 집을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집'으로 명명했다.
  

큰사진보기
▲  소록도에 자리한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집. 두 간호사의 젊은 시절 모습.
ⓒ 전라남도	관련사진보기

국립소록도병원은 2016년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이들에 대한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과 방한을 추진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마리안느만 소록도에 올 수 있었다.

당시 소록도성당 주임 신부였던 김연준 신부가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설립하고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윤세영 감독) 제작과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을 함께 추진했다.

선종한 마가렛과 마리안느는 헌신적 사랑으로 환자를 돌보고 검소한 성품을 지녀 소록도 이웃들로부터 '할매'로 불렸다. 1934년 생으로 나이가 한 살 많은 마리안느가 '큰할매', 마가렛 간호사가 '작은 할매'로 불렸다.

마리안느는 고지선, 마가렛은 백수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이들은 2016년 대한민국 명예국민증을 받았으며, 2018년에는 전라남도 명예도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연준 신부는 "고인이 시신을 대학에 해부용으로 기증하겠다고 하셔서 장례 절차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전남에서도 추모 행사를 열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큰사진보기
▲  소록도 천사 할매 마가렛과 마리안느. 마가렛 간호사의 부음 소식을 전한 천주교 광주대교구 소속 김연준 신부는 "마리안느 간호사는 비교적 건강하시다"고 전했다.
ⓒ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누리집 갈무리	관련사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