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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9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 내 회담장에서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남북 관계와 북러 회담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9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 내 회담장에서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남북 관계와 북러 회담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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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군사적 목적이 아닌 순수 교류협력 사안임에도 비무장지대(DMZ) 및 군사분계선(MDL) 출입을 막아 온 유엔군사령부(유엔사·UNC)의 행태에 대해 "교류협력 목적의 MDL 통과 및 DMZ 출입이라 하더라도 유엔사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시상록구갑)실에 따르면, 통일부는 '2018년 이후 유엔사가 (MDL/DMZ) 통과를 거부한 사례가 정전협정 서언의 취지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통일부 입장을 묻는 전 의원실 질의에 "정부는 유엔사의 권한을 존중함"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정전협정에서는 유엔사의 권한에 대해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유엔사의 남북교류협력사업 관련 DMZ/MDL 통과 거부는 정전협정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통일부의 2020년 유권해석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사는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MDL을 포함한 남쪽의 DMZ를 관할하고 있지만, 정전협정은 서문에서 '이 조건과 규정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사가 비군사적 성격의 교류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지만 그동안 유엔사는 명확한 기준 없이 비군사적인 출입도 제한해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켜왔다.

남북철도 경의선 북쪽 구간 현지조사 통행 불허(2018. 8), 태봉국 철원성터 남쪽지역 현지조사 불허(2019. 6),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고성 GP(감시초소) 방문 불허(2019. 6), 김연철 통일부 장관 대성동마을 방문 기자단 동행 불허(2019. 8), 전국체전 100회 기념 공동경비구역(JSA) 성화 봉송 불허(2019. 10)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유엔사는 불허 조치의 이유로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고성 GP(감시초소) 방문은 "안전상 이유"로, 김연철 통일부 장관 대성동마을 방문 기자단 동행은 "주민 불편"을, 전국체전 100회 기념 공동경비구역(JSA) 성화 봉송은 "나쁜 선례 우려"를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2020년 10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전협정 조항에는 유엔사의 DMZ 출입 및 통과에 대한 허가권은 군사적 성질에 속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면서 비군사적 성격의 방문에 관한 유엔사 허가권의 법적근거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서호 통일부 차관은 독일대표단의 GP방문이 무산된 후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에게 항의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에서는 비군사적 성격의 교류를 불허한 유엔사의 조치가 월권행위라는 문제의식이 확산됐고, 정부 입장도 비교적 명확하게 정리됐다. 그동안 유엔사의 조치에 대해 침묵하던 모습에서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섰던 것이다.

2020년 10월 국방부는 '유엔사의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 권한이 군사적인 것에만 속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전협정 서언에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정전협정 서문에 근거해 '유엔사의 남북교류협력사업 관련 DMZ/ MDL 통과 거부는 정전협정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통일부 유권해석 역시 이런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이를 두고 당시 전해철 의원은 "군사적인 성질에 해당하는 극히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우리 정부의 통지만으로 완료되는 신고제로 운용될 수 있도록 유엔사와 협의하고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엔사의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 권한을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했던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2020년 이전으로 후퇴했다. 이는 유엔사 역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0일 폴 라캐메라 유엔군 사령관을 비롯한 유엔사 주요직위자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북한은 지금도 유엔사를 한반도 적화통일의 최대 걸림돌로 여기고 있으며,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는 별도의 안보리 결의 없이도 유엔사 회원국의 전력을 즉각적이며 자동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북한과 그들을 추종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종전선언과 연계해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해체를 끊임없이 주장한다"라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8.15 경축사, 유엔군 참전의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 2023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 등 주요 자리에서도 유엔사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북한과의 교류 협력보다는 유엔사와 강력한 연대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정전협정 관리업무만 맡고 있었던 유엔사의 역할과 기능이 윤석열 정부에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전해철 의원은 "정전협정에 따라 비군사적 통과는 유엔사의 허가권 대상이 아니며, 통일부가 과거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유엔사의 자의적 권한행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는 전해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최근 5년간 유엔사가 군사적 목적이 아닌 교류협력 목적임에도 DMZ/MDL 출입을 막은 건수는 ▲2018년 11건 ▲2019년 0건 ▲2020년 3건 ▲2021년 5건 ▲2022년 2건이라고 밝혔다. 다만 통일부는 세부적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는 않았다.  

태그:#통일부, #유엔사, #정전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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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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