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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소속 콜센터 상담사들이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돌입 결의대회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소속 콜센터 상담사들이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돌입 결의대회를 열었다.
ⓒ 박수림

"저희는 5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기본급이 똑같아요. 작년에 물가 상승률이 꽤 높았는데 임금 인상 3만 원(한 달 기준)은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사 김은정(54)씨

"사실상 화장실 가는 시간이 실적에 포함돼요. 화장실에 다녀오는 10~15분 동안 콜을 못 받으면 '그 시간 동안 뭘 했냐'는 질문을 받아요" - 현대씨앤알 콜센터 상담사 전아무개(31)씨


4일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난 콜센터 상담사들이 국회 건물을 바라보고 하나 둘 자리를 잡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국민은행·하나은행·현대해상 소속 콜센터 상담사 1500여 명은 이날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가 주최한 '금융권 콜센터 총파업 돌입 결의대회'에 참석해 ▲ 근무조건 상향 ▲ 성과급 지급 ▲ 원청의 직접고용 등을 요구했다. 금융권 콜센터 노동자들이 공동파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은 차별이 쌓이고 쌓여 터졌다"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소속 콜센터 상담사들이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돌입 결의대회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소속 콜센터 상담사들이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돌입 결의대회를 열었다.
ⓒ 박수림
 
이들은 결의대회 참가를 위해 "새벽 4~5시에 일어나 지역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부산에서 온 전아무개(31)씨는 현대해상 자회사인 현대씨앤알 소속 9년 차 콜센터 상담사다. 전씨는 "(콜센터 상담사 처우는) 정말 작은 것부터 차별이 심했다"며 "그런 차별이 쌓이고 쌓이다 팡 터져 (서울까지) 올라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현대씨앤알 콜센터 상담사와 청소 용역 노동자를 제외한 직원들이 모두 성과금을 지급받았는데, 저희는 단 1%의 성과금도 못 받았다"며 "휴게시간 또한 점심시간 외엔 1분도 없다. (이번 총파업을 통해) 최소한의 휴게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일하는 2년 차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사 김은정(54)씨는 원청과 도급사가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지적했다. 김씨는 "저희가 인사말을 할 때 '국민은행 소속'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처우는 그렇지 않다)"라며 "국민은행 측은 '도급사에 줄 돈은 다 줬다'고 얘기를 하고 도급사 측은 '(콜센터 상담사들에게) 줄 돈은 다 줬다'고 얘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사장들, 도급업체 뒤에 숨지 말고 책임져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소속 콜센터 상담사들이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돌입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김호경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장.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소속 콜센터 상담사들이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돌입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김호경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장.
ⓒ 박수림
 
결의대회는 그동안 숨진 콜센터 상담사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검은색 상의와 "단결 투쟁", "차별에 저항" 등이 적힌 빨간 조끼를 입은 채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상담사를 존중하고 처우를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곳곳엔 "콜센터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상담사 실질임금 인상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무대에 오른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저희는 투명 인간도 욕받이도 아니다.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고객님들께 최선을 다해 상담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라며 "콜센터 상담사가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회사 내에서도 차별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호경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지부장은 "세계 기업들은 2000년도에 출범한 UN 글로벌콤팩트를 통해 '고용 및 업무에서의 차별을 철폐하고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에 관련된 10대 원칙을 기업이 먼저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에게 20여 년 전에 했던 약속을 상기하도록 차별을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헤드셋을 던져버리고 파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코로나19와 영화 <다음소희> 개봉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폭로됐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그때뿐이었다"며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이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라는 것이 노조법 2조 개정안 내용이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들이 교섭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파업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결의대회에 참석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1년 동안 만들어낸 회사의 성과가 수조 원에 이른다"며 "콜센터 노동자들이 인간 대우를 받지 못하고, 쉬지 못하고, 전화기 끊지 못하고 일해오면서 만들어낸 수익을 저들만 나눠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합원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 '상담사 존중', '처우 개선'이라고 쓰여 있지만, 아무리 외쳐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진짜 사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제 국회와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대답해야 할 차례"라고 외쳤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4대 금융지주(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5조 8506억 원에 이른다. 이자 수익은 39조 67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급증한 바 있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성과급 지급 규모는 1조 3000억 원으로 확인됐고, 보험권 역시 '성과급 잔치' 논란이 일었다.

 

태그:#공공운수노조, #콜센터 상담사, #콜센터 처우, #노조법 개정,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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