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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구절초 꽃축제에 다녀왔다. 매년 10월 초에 시작하여 열흘간 열리는 축제는 어느덧 16회를 맞이했다. 축제가 열리는 구절초 테마 공원은 30만 평에 이르는 너른 공간이다. 광활한 면적에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진 정원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야트막한 산과 꽃으로 수놓은 들 그리고 공원을 휘감고 도는 추령천은 낭만 가득한 가을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구절초
 구절초
ⓒ 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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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주인공인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 식물로 9·10월에 담홍색 혹은 백색으로 핀다. 독이 없고 열을 내리며 해독하는 효능이 있어 약제로 쓰이는 귀한 식물이다.

장미의 화려함은 없지만 순박함을 간직한 구절초는 아름답기에 충분하다. 드러내지 않고 올곧이 피어난 구절초는 은근한 정을 간직한 여인의 모습과 흡사하다. 어머니의 사랑, 밝음, 순수라는 꽃말은 백의민족이라는 우리의 정서와 닿아있다.
 
억새
 억새
ⓒ 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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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트막한 언덕에는 구절초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천상의 화원 전망대와 들꽃 조망지를 지나 숲 꽃잠 쉼터와 억새 산책로를 걷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과 억새가 꿈틀대는 생명을 전해준다. 키 큰 코스모스의 하늘거림과 백일홍, 천일홍의 붉은 파도가 넘실댄다.

아름다운 풍경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내의 전속 사진사인 나는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여기서 사진 한 장 찍고 가세.", "자세 좀 잡아봐."
축제장을 찾은 많은 사람도 오늘을 기록하기 바쁘다. "구절~ 구절초"

잔디 광장을 지난다. 반려견 한 마리가 풀밭을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흥겨움이 사람만의 전유물이겠는가? 강아지도 축제의 일원이 되어 함께 즐겁다. 스피커에서는 이문세, 유재하, 김광석 등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가 춤춘다. 바람의 오지랖으로 꽃과 억새도 춤춘다. 내 마음도 '흔들흔들' 춤을 춘다. 노래도 열일을 한다.
  
구절초 꽃열차
 구절초 꽃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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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에는 구절초꽃 열차가 돌아다닌다. 외형은 열차 모습이고 출발과 도착의 신호음으로 기차 소리를 낸다. 엄밀히 말하면 궤도가 없으니, 열차가 아니다. 태연스럽게 '기차 타는 곳'이라는 깃발을 걸어놓고 운행한다. 밉지 않은 억지스러움에 귀엽기까지 하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궤도가 놓인 진짜 열차가 운행될지도 모를 일이다. 축제는 여러모로 즐거운 경험이다.

잔디 광장 상공에는 짚라인이 지나간다. 외줄 하나에 의지한 아슬아슬하고 긴장감 넘치는 경험을 위해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짚라인을 탄 사람에게서 들을 수 있는 무서움 가득한 괴성은 접할 수 없다. 오히려 편안한 모습으로 극한 스포츠를 즐긴다. 어쩌면 유현준 교수의 '높이는 계급이다'를 잠시 잠깐 만끽하듯 높은 곳에서 그들은 여유만만이다.
  
짚라인을 타는 사람
 짚라인을 타는 사람
ⓒ 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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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구절초 향기 박스, 반려 화분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정원 만들기 등 각종 체험 행사 등으로 가득차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축제가 열리는 인근 지역 마을과 업체가 참여한 음식 장터도 열렸다. 모싯잎 칼국수, 소머리 국밥, 인삼 튀김, 구절초 파전, 다슬기탕 등 메뉴도 다양하다. 구절초를 활용한 구절초 꽃차, 구절초 방향제, 구절초 막걸리, 구절초 뻥튀기 등도 판매한다.

많은 업체가 참여한 농산특산물 판매장과 꽃길 퍼레이드와 버스킹 공연, 꽃밭 음악회 등 보고 느끼고 맛보고 즐기는 축제이다. 정읍 구절초 꽃축제는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권 일부는 정원 사랑 상품권으로 환급되어 축제 장내에서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구절초와 숲속 쉼터
 구절초와 숲속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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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구절초 테마 공원은 자그마한 야산에 구절초 꽃밭이 조성돼 있던 정도였고 주차장도 협소했으며 관람객도 많지 않았다. 구절초 축제가 16회 열리는 동안 구절초 꽃밭을 넓히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산허리를 감고 흐르는 추령천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꽃밭과 여러 가지 구조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지역 축제가 되었다.

5주차장까지 갖춘 주차 공간이 주말이면 주차난을 겪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 공간의 긍정적 변화와 발전, 방문객의 엄청난 증가는 지역 주민과 관계 기관의 희생과 노력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축제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즐거움과 진한 감동에 응원과 감사의 말을 전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구절초 지방정원도 그 한가운데 있다. 방문객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위해 다양한 꽃을 식재하고 식당을 유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구절초 꽃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구절초 생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의 장이 상업적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먼 훗날 정읍 구절초 꽃축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감 만족의 축제! 어제의 기억을 오늘의 일로 생생히 재생할 수 있는 추억 공장이 되길 희망해 본다.

태그:#구절초, #축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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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을 정년 퇴직한 후 공공 도서관 및 거주지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도서관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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