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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3일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아래 한미 SCM)이 열렸다. 한미 SCM에서 발표되는 공동성명은 매년 한미 국방장관이 1년 간의 한미동맹의 정책을 평가하고 이후 정책을 담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에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매년 한미 SCM 직후 공개되는 공동성명에 대한 분석을 해오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올 해 발표된 공동성명의 주요한 내용을 소개하고 관련한 언급을 하고자 한다. 

반평화적

이번 55차 한미 SCM은 공동성명과 더불어 한미동맹 70년을 맞아 '한미동맹 국방비전'이라는 향후 30년의 한미동맹의 지향점을 담는 문서가 채택되었다. 4년 전인 2019년 11월 제51차 한미 SCM에서 채택된 '미래 한미동맹 국방비전'의 업그레이드판이라 할 수 있는데 내용적으로 많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이번 '한미동맹 국방비전'은 첫 번째 항목에서 "지속적인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북한을 포함한 역내 적대 행위자들의 공격과 침략을 억제할 것"이라 명시하고 있다. 이는 2019년 '미래 한미동맹 국방비전'이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한미동맹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 점과 차이를 갖는다. 이는 북한과의 관계개선 등을 상황의 변화를 염두에 두었던 이전 버전과 달리 현재의 한미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후 오랜 기간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을 상수로 보고 한미동맹의 미래를 설정하고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나아가 '한미동맹 국방비전'은 북한과 더불어 '역내 적대 행위자들'까지 확장억제의 대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그 대상이 누구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한미동맹 국방비전'의 결론 부분에 "한미동맹이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규칙기반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중요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문장과 연관시키면 적시된 '역내 적대행위자들'의 목록에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주요 대상국인 중국이 포함될 것이라는 추측은 무리한 것이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한미동맹의 30년의 전망을 담은 문서는 북한을 포함한 역내의 적대세력으로 간주되는 국가들과의 지속적인 대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평화적인 문서로 읽힌다.

'한미동맹 국방비전'의 두 번째 항목은 "동맹의 연합방위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능력을 현대화해야 한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한국의 방위능력 증강, 방위산업 협력, 공급망 탄력성 최적화, 방위체계의 상호운용성 및 상호교환성 달성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3축체계 지속적 강화, 한미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 활용 등을 기술하고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한 문제는 이후 한미 SCM 공동성명 본문 분석에서 언급할 것이지만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개념이 담겨있는 3축체계, 여전히 중국과의 안보갈등 사안으로 존재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지속적 강화 등의 내용 역시 북한 및 역내 국가들과의 갈등을 상수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평화적이다.

마지막 세 번째 항목에서 '한미동맹 공동비전'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기여 확대를 지지"하며 "지역협력실무단(RCWG)과 같은 협의체를 통해 양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캠프데이비드 원칙에 따라 "일본과의 3국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2021년 한미 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한 한국의 협력의지가 표명되고 작년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전략이 발표된 이후 한국의 미국 인도태평양전략에의 참여는 기정사실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중국 견제라는 진영적 논리에 기초해 전개된다는 점에서 한 세력에 치우친 동맹전략이 우리의 평화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한미일 군사협력 역시 같은 맥락에서 강화되며 중국의 공개적인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한일 간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성찰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 없이 윤석열 정부가 일방통행 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처럼 변수가 많은 사안을 향후 수십 년간 한미동맹이 추구할 방향이라 설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

전체적으로 이번 '한미동맹 공동비전'은 2019년 '미래 한미동맹 공동비전'이 포괄적인 한미동맹의 지향을 담은데 반해 다소 구체적이고 즉자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었다고 판단된다. (2019년 공동비전의 경우 1. 한반도,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 추구 2.모든 국가의 주권과 독립 존중 3.국제적으로 확립된 법과 규범에 따른 분쟁의 평화적 해결 4.자유로운 접근, 항행과 비행을 포함한 국제규칙과 규범 준수를 주요 항목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향후 수십 년의 지향을 담은 문서로는 적절치 않아 보이며 언급한대로 그 내용 역시 갈등을 전제한 군사적 대응 중심의 내용이라는 점에서 평화지향적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대북 선제타격 개념 강화된 위험한 군사전략

제55차 한미 SCM 공동성명은 10년 만에 '맞춤형억제전략(2023 TDS, Tailored Deterrence Strategy, 아래 2023 TDS)'개정을 승인했다고 밝히며 북한의 핵·WMD 공격에 대비하여 한국의 재래식 능력과 함께 미국의 핵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미국 군사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지침을 반영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2013년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가 공식 승인한 대북공격전략으로 유사시 북한의 핵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그 시설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군사전략이다. 이 전략은 북한의 핵 위협을 위협단계, 사용임박단계, 사용단계로 구분하고 사용임박단계에선 한미 양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 무기를 총 동원해 북한의 주요 시설을 타격한다는 것으로 전형적인 선제타격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동맹의 미사일 대응(4D) 전략'을 포함하는데 4D전략은 '탐지(Detect), 방어(Defense), 교란(Disrupt) 및 파괴(Destroy)'라는 4단계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맞춤형 억제전략이 합의된 이듬해인 2014년 제46차 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에 의해 승인된 작전개념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2019년 4D전략으로 수립되었다.

맞춤형 억제전략과 4D전략의 공통점이자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두 군사전략 모두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개념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사용임박단계'에서 4D전략은 '교란 및 파괴' 단계에서 북한의 지휘부 및 주요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한미 군 당국이 이 전략을 처음 발표할 때에도 그 과도한 공격성으로 문제가 되었던 군사전략이기도 하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군사기밀사안으로 구체적으로 개정된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군 당국이 "고도화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반영하고 미국의 핵 능력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모든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반영됐다"고 밝힌 점에서 볼 때 보다 공세적인 양상으로 개정되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분석②에서 이어집니다.)

* 2018~2023 한미 SCM 공동성명 주요내용 정리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https://docs.google.com/document/d/1vBBs7UbYqTAv1Nl9x46vP2QHkXxs0GZ8VhyodE84HXg/edit?usp=sharing

태그:#한미안보협의회의, #한미동맹, #한미동맹국방비전, #맞춤형억제전략,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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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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