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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7층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간판 앞에 선 허승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 환자들이 있는 병원이라, 기자와 허 책임연구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7층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간판 앞에 선 허승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 환자들이 있는 병원이라, 기자와 허 책임연구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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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전국 어디서나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다. 폐지를 가득 담은 리어카를 끄는 그들은 대부분 고령으로, 근골격계 질환을 앓으며 고강도 육체노동에 종사한다. 이에 녹색병원과 중랑구가 손을 잡았다. 중랑구는 경제적 이유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폐지 수집 어르신들을 발굴하고, 녹색병원은 그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동시에 인체공학적 새 리어카를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이 사업을 진행 중인 허승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을 28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7층에서 만났다. 공학박사를 수료한 그는 2005년 녹색병원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중독 환자들의 직업병 인정투쟁의 성과로 2003년 개원했으며, 산재 피해자들과 노동자들의 동반자가 되는 병원을 표방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노동자 시민들의 보건, 안전에 관한 연구를 위해 병원 설립과 함께 세워졌다.

아래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생계형 폐지 수집 노인 대상 '새로운 형태의 운반구 제작·보급' 사업, 어떻게 시작됐나.

"우리 병원이 있는 중랑구의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에 관해 연구해보자 해서 시작했다. 폐지 수집 어르신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 않나. 중랑구와 협약을 맺어, 어르신들과 연결됐다. 병원 진료와 더불어, 우리 연구소에서는 그분들의 작업 환경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고령에 아프신 곳도 많기에, 그분들이 덜 고생하시며 운반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 폐지 수집 노인들의 건강은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이분들이 연세도 꽤 많으시지 않나. 그럼에도, 아프신 몸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하셔야 하는 분들이다. 비용이 부담돼 치료를 못 받으시는 경우도 많다. 고령이기에 완전히 통증이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 녹색병원에서는 아프신 곳이 더 악화하지 않게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 사업은 중랑구에서만 진행하나. 몇 명 정도를 대상으로 하나.

"현재는 그렇다. 우리가 큰 수익이 있는 병원은 아니지 않나. 우리 역량만으로는 더 확대는 어렵다. 중랑구에는 105명 정도 사업 대상 어르신이 계시는 걸로 파악했다. 근데 사실 처음에는 그중 70~80%의 어르신들이 오실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8분 정도가 오셨다. 포스터도 붙이고 직접 찾아가도 보고 많이 노력했지만, 이런 사업에 참여하는 결정을 하시기가 힘드신 것 같더라. 그래도 일단 현재 모이신 분들 중심으로 윤곽을 잡아가는 상황이다. 어떤 운반구를 쓰시는지 현장 조사도 하고, 무슨 기능이 필요할지 설문도 한다."

"폐지 수집, 사회적 가치 있는 일... 체계적 지원해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사무실 책상에 앉은 허승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사무실 책상에 앉은 허승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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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현재 사업의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 되나.

"우선, 중랑구의 특성을 파악했다. 좁은 골목이 많다. 그리고 골목에 주차가 돼 있는 경우도 많더라. 리어카를 끄시다 차를 긁으면 안 되니까, 가로 폭이 넓지 않은 L자형 운반구를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도 수납공간은 확보해야 하니, 접이식 판을 설치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또 리어카가 상당히 무겁다. 자체만으로 45kg 정도 된다. 그래서 보다 가벼운 재질을 사용한 경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경광등이나 브레이크 기능을 설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 노인들의 인체공학적인 특성도 고려되나.

"그렇다. 그분들의 작업 방식과 신체 특성을 고려해 어떤 부분에 인체공학을 적용할 수 있을까, 그렇게 더 편한 운반구를 만들 수 있을까 연구 중이다. 손잡이를 어느 위치에 달지도, 최적의 위치를 찾기 위해 그분들의 팔꿈치 높이를 조사하는 등 작업을 진행한다. 지금은 손잡이로 인한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그런 일들도 이제 좀 줄었으면 좋겠다."

- 수동으로 끄는 것 말고, 자동으로 된 운반구는 어려울까.

"가능은 하겠지만, 우선 첫째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리고 고장이 났을 때 대처도 문제다. 수리까지 계속 담당하는 업체가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지 않나. 사후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크다. 그래도 경사가 많은 지역에는 전동 기능을 도입해야 하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 중이다. 아직 더 많은 분들을 만나봐야 할 것 같다."

- 새로운 운반구의 기대 효과는 무엇일까.

"사실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사회복지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이분들이 이 일을 하시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그럴 힘은 없지 않나. 그래서 일하며 지금 아픈 정도가 더 심해지지 않는 걸 목표로 한다. 새 운반구를 보급받으면, 그분들의 삶이 좀 더 편해지지 않겠나. 그리고 이들이 하시는 일이 자원 재활용 효과를 분명히 가진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거다. 따라서 이들을 더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더 많은 지원 필요... 기본적인 삶과 안전 보장해야"

- 외국에도 이런 폐지 줍는 노인들이 존재하는지,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모습인지 궁금하다.

"연구하는 사람들은 외국 사례를 가장 먼저 본다. 외국에는 큰 협회가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도 있더라. 우리와 다른 점은, 노인들은 거의 없다. 젊은 사람들이 많고, 기업화가 잘 돼 있다. 그러나 이미 분리수거 체계를 갖춘 우리나라에서 이런 방식이 도입되기는 쉽지 않기는 하다."

- 만나본 어르신들 가운데 특별히 인상 깊었던 사람이 있다면.

"<경향신문> 보도에도 출연하신 분인데, 사업의 취지를 굉장히 잘 이해하시고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다른 분들을 소개해 주시기도 하셔,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참 고마운 분이다."

- 결국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맞다. 사회적으로, 정책적으로, 시스템적으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도 더 전문적인 지원 체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분들의 기본적인 삶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많은 재원이 필요하지도 않을 거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속 연구원(왼쪽)이 서울 중랑구 폐지 수집 어르신을 직접 만나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의 신상 보호를 위해 사진을 블러 처리했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속 연구원(왼쪽)이 서울 중랑구 폐지 수집 어르신을 직접 만나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의 신상 보호를 위해 사진을 블러 처리했다.
ⓒ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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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폐지줍는노인, #폐지수집어르신,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허승무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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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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