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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맛

싸늘한 공기가 내 코끝을 간질인다. 이윽고 엄마가 나에게 주섬주섬 옷을 입힌다. 나는 졸린 눈으로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거제도포로수용소에 가기로 한 날이다. 나는 우리가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어떤 남자분이 인사를 하셨는데 "오늘 여행이 통일을 위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하셨다. 말씀하시는 억양이 신기해 곰곰이 생각하는데 바로 북한말이었다. 나는 북한말을 처음 들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통일을 위한 여행이라... 나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앞으로 펼쳐질 여행을 꽉 채웠다.

집에서 못다 잔 잠을 버스에서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우리는 도착지에 다다랐다. 버스에서 내려 둘러보는데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군대같이 보여 '내가 잘 못 왔나?'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행지를 꾸미려고 일부러 만든 철조망이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거제도포로수용소'이다. 포로수용소? 포로가 뭐지? 엄마에게 물어보니 인질이라고 했다. 죄수를 가두는 감옥처럼 전쟁에서 나쁜 편을 잡아다 가둔다고 했다. 나는 엄마 얘기를 들으면서 어떤 건물에 들어갔는데 포로들이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 놀랐다. 나는 나쁜 사람은 무서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누가 포로이고 누가 우리 편인지 모르게 똑같았다. 나는 비로소 우리나라 사람끼리 싸운 전쟁으로 남한 사람이 북한 사람을 가둔 것이라는 걸 알았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남한으로 쳐들어와 전쟁을 하였다. 다리가 부서지고 부서진 다리를 건너다 떨어진 사람들, 가족을 잃어 우는 아이들, 지게에 짐을 싣고 끝없이 이어진 사람들... 나는 북한과 남한으로 나누어진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에도 북한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사람이 탈출해서 남한으로 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오늘처럼 내 눈으로 직접 보니 이 말이 진짜처럼 느껴졌다.

나는 전쟁관에 갔다. 하늘에서 미사일 떨어지는 소리. 총소리. 대피하라는 명령 소리. 나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정신없는 소리에 몸이 오싹해졌다. 건물들은 모두 무너지고 여기저기 죽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보여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얼음이 되었다. 언니가 나를 끌고 나와 겨우 밖으로 나왔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들만 죽는 줄 알았는데 나도 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우리 가족들과도 정말 영영 못 볼 것만 같았다. 전쟁은 모든 것을 망치는 무서운 것이다.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보았다. 포로들이 남한편 북한편으로 나누어 싸움이 일어났다. 우리 민족끼리 싸워 포로가 되었는데 같은 북한 포로들끼리도 싸움이 나 '전쟁은 모든 것을 싸우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자기편인지 알기 위해 가슴에 표식을 해두었는데 꼭 해리포터에 나오는 머글 표식같이 수치스럽고 잔인해 보였다. 그 사람들은 전쟁으로 평생을 몸에 지니고 살아야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나라다. 북한으로 가고 싶어도 전쟁 중인 나라이기 때문에 3·8선이 가로막고 있다. 언제나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되는 곳이다. 김정은 북한 지도자는 오늘도 우리 남한과 미국, 전 세계를 상대로 미사일 쏠 궁리만 한다. 북한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전쟁 걱정이 없는 통일된 나라를 떠올렸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북한 사람 남한사람 구분 없이 전쟁 걱정 없는 우리 대한민국. 세계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를 떠올렸다. 통일이 되면 하는 상상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포로수용소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은 나올 때와는 달랐다. 나는 지옥과 천국을 맛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평화만 가득한 천국. 한민족이 어우러진 통일된 우리나라. 나는 통일의 또 다른 이름을 천국이라 부르고 싶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통일이 되게 해달라고. 나중에 내가 어른이 돼서 정말 통일이 되고 다시 거제포로수용소를 찾는다면 그때는 천국의 천국을 맛볼 것 같다.

[수상소감]

이렇게 뜻깊은 대회를 열어주시고 평화상이라는 큰 상을 주셔서 고맙니다. 남한에서 살고 계시는 북한분들, 그리고 북한을 그리워하는 남한분들 모두 평화롭기를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태그:#천국의맛, #제5회통열염원글짓기, #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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