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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원래 건강한 편이었다. 그 흔한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았고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적도 거의 없었다. 어쩌다 감기에 걸려도 하루 이틀 약을 복용하면 금방 낫곤 했다. 열이 많다 보니 겨울에도 춥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런 남편이 11월에 독감에 걸렸다. 처음에는 목이 아프다고 했고, 다음에는 콧물이 쉴 새 없이 나와 나와 휴지를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고 괜찮아지는 듯했다. 그럼 그렇지, 건강 체질 남편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남편에게 옮았는지 나까지 감기에 함께 걸렸다.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다. 남편도 다시 목이 아프다고 했다. 둘 다 목이 아파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침이었다. 쉴 새 없이 나오는 내 기침도 그랬지만, 상대방마저 기침하는 소리를 들으면 짜증이 날 정도로 서로 힘들었다.
  
결국 내과와 이비인후과를 번갈아 가며 약 처방을 받아먹었지만, 그렇게 챙겨먹어도 감기가 완전하게 낫지 않았다. 비타민 C 1000mg 알약도 감기에 좋다고 해서 아침저녁으로 챙겨 먹었는데도 말이다.
 
거의 한 달 동안 약을 먹었지만 낫지 않았다. 비타민 C도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하여 아침 저녁으로 챙겨 먹었다.
▲ 처방약과 비타민 C 1,000밀리그램 거의 한 달 동안 약을 먹었지만 낫지 않았다. 비타민 C도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하여 아침 저녁으로 챙겨 먹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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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일흔 살인데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다.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후배가 운영하는 같은 직종인 작은 회사에서 도와주고 있다.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는데 퇴근하면 힘들어했다. 기운이 없어서인지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지하철을 타면 땀 닦느라 손수건이 젖었다.

11월 한 달 동안 감기로 고생하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나는 거의 회복되었는데 남편은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진이 빠졌다는 말이 있다. 남편이 요즘 꼭 그렇다. 이러다가 큰일 날 것 같았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요즘 느낀다.

안 되겠다 싶어서 한약을 지어 먹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같이 지어먹자고 하지만, 난 한약을 싫어해서 짓지 않겠다고 했다. 약을 싫어하는 남편인데 힘들긴 한 것 같다. 대신 약속을 단단히 받았다. 이번에는 끝까지 잘 먹을 거면 지어 주겠다고 했다.

한약을 왜 오랫동안 안 지었냐면  

5년 전 일이다. 남편은 머리가 빨리 희어서 하얀 머리가 많다. 염색하면 훨씬 젊어 보이는데 두피 때문에 염색을 못한다. 지루성 피부염이라고 했다. 피부과에서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처방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 당시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두피 전문 한의원을 찾았다. 목동에 있었는데 예약하고 남편과 방문하였다. 진료받고 바르는 약과 한약을 지었다. 6개월 치를 한 번에 지으면 싸다고 했지만, 먹어보고 효과가 있으면 짓겠다고 3개월 치만 지었다.

살면서 그렇게 비싸게 한약을 지어보긴 처음이었다. 남편에게 큰 마음 먹고 한약을 지어 주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잘 먹더니 어느 순간부터 먹지 않았다. 결국 비싼 한약을 먹지 않고 반은 버려야 했다. 돈을 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그나마 3개월 치 지은 것이 다행이었다. 앞으로 한약은 절대로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고민하다 결국 한의원에 갔다. 남편과 상담한 한의사 왈 기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간 기능도 약하고 저린 손도 치료하자며 한약을 잘 지어주신다고 했다. 나오면서 계산하고 보니 한약값도 전보다 많이 올랐나 보다. 약값이 비쌌지만, 감기도 낫고 기력도 회복되길 바라며 한약을 지었다.
 
감기와 기력 회복을 위해 지은 한 달 치 한약이다.
▲ 남편 한약 감기와 기력 회복을 위해 지은 한 달 치 한약이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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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지은 한약을 월요일 퇴근하며 찾으러 갔다. 약 먹을 때 주의할 점을 듣고 한약을 찾아왔다. 한약이 비싼만큼 굉장히 무거웠다. 하루에 두 번 따뜻하게 데워서 먹으라고 했다. 다행스러운 거은 삼가야 할 음식이 없었다. 잘 먹으라고 한다. 아무래도 오늘부터 한약은 내가 아침저녁으로 챙겨야겠다. 한약 먹고 감기도 완전하게 낫고 기력도 회복될 수 있었으면 싶다.

지금이 중요하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다, 그러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격언이다. 이번에 남편과 함께 감기로 고생하다 보니 건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걸로 입원까진 하지 않았지만,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며 이제 무엇보다 우리 둘의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이 아주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고, 내일의 어제이다. 건강을 챙기는 일도 내일이 아닌 오늘 지금부터 실천해야 한다. 미루지 말고 꾸준하게 운동하고, 식생활에도 신경 써야겠다.

몸 건강뿐만 아니고 마음 건강에도 힘써야겠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절대로 남 탓 같은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남편을 먼저 챙겨 주는 좋은 아내가 되어 보리라 다짐한다.
    
이번 감기로 건강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으니, 남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해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해야겠다. 구석에 넣어두었던 스텝퍼를 꺼냈다. 추워서 저녁에 산책이 어려우니 집에서라도 걸어야겠다 싶어서다. 운동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겨울이라 저녁에 나갈 수 없어서 저녁마다 집에서 스텝퍼로  꾸준하게 운동하려고 한다.
▲ 집에서 걷기 할 수 있는 스텝퍼 겨울이라 저녁에 나갈 수 없어서 저녁마다 집에서 스텝퍼로 꾸준하게 운동하려고 한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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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태그:#독감, #감기, #한약, #남편,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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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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