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포스터

영화 <괴물> 포스터 ⓒ (주)NEW

 
*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바라볼 때, 그 안의 모든 것을 다 고려해서 판단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어떤 다툼이나 논쟁이 벌어졌을 때, 제3자의 입장에서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긴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판단을 한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그리고 지시도 한다. 너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고 또 너는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는 식의 조언들. 하지만 아무리 모든 것을 이해하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우리의 판단에는 빠지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 자체가 삶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모든 전후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오직 그 안에 들어가 있던 당사자만이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제3자적 입장에서는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 한계가 우리가 흔히 오해라고 부르는 판단을 낳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해는 눈덩이 같이 커져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기도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세 번에 걸쳐 묻는다. 과연 누가 괴물인가? 

[첫 번째 감정] 엄마의 걱정
 
 영화 <괴물> 장면

영화 <괴물> 장면 ⓒ (주)NEW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싱글맘이다. 남편의 사고사 이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그는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무척 애쓴다. 초반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은 큰 문제없이 평범해 보인다. 맨 첫 장면에서 멀리 떨어진 한 건물이 불타는 것을 같이 바라보는 사오리와 미나토의 모습에서 어떤 걱정이나 불안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그 장면 이후, 미나토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이 이어진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거나,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동은 엄마 사오리의 걱정을 조금씩 끌어올린다.

사오리의 물음에도 미나토는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씻거나 앉아 있을 뿐이다. 사오리는 더 캐묻지 못하고 마음속의 걱정을 그냥 쌓아둔다. 그러다 어느 날 사오리는 미나토의 학교에 상담차 방문하게 되고 조금은 이상한 학교 교장선생님과 주변 선생님들의 반응에 걱정이 더욱 커진다. 이런 사오리의 걱정은 그 상황을 선생님들, 그중에서도 미나토의 담임 선생님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를 의심하게 만든다.

사오리는 왜 이렇게 걱정을 내려놓지 못할까. 혼자 아이를 키우지만 본인의 아이를 잘 알지 못한다는 조바심이 그 걱정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오리의 걱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있다. 미나토가 다쳐 병원 갔던 날, 병원을 나서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아들을 대하지만, 아들이 별 반응이 없자 갑자기 폭발하듯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사오리의 감정이 가장 폭발하는 장면이자 그가 가지고 있던 마음속의 걱정이 겉으로 온전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사오리는 아들에게 직접 답을 찾지 못하자 학교 선생님에게서 그 답을 찾는다. 그 답은 걱정이라는 감정에서 나온 것이고, 엄마 사오리의 관점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여기서 영화는 첫 번째로 묻는다. 선생님은 괴물이 맞을까? 

[두 번째 감정] 선생님의 답답함
 
 영화 <괴물> 장면

영화 <괴물> 장면 ⓒ (주)NEW

 
미나토의 담임인 호리는 미나토의 학교에 새로 부임한 선생님이다. 그의 시점에서도 시작은 화재가 난 건물 근처다. 그는 꽤 좋은 마음을 가진 선생님이다.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최대한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그의 이야기에 담겨있다. 자신의 반 아이들을 모두 세심하게 챙기지만, 그중에서도 미나토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가 자꾸 그의 눈에 들어온다. 때론 미나토가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요리는 화장실에 갇히기도 한다. 그걸 이해해보려 하지만 아이들은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호리의 시점에서 그는 잘못한 것이 없다. 하지만 미나토와 의도하지 않은 충돌로 그의 엄마 사오리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조금씩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자꾸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미나토를 유심히 관찰하고 주변 아이들에게도 물어보지만 그의 답답함을 풀어줄 학생을 만나지 못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폭력적이고 편향적인 선생님이라는 판단을 받고 학교에서 잠시 떠나는 일이다. 그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못하고, 여자친구도 그를 떠난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답답하게 느껴지는 파트가 선생님 호리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는 이 이야기 속에서 걸스바에 다니는 선생님이라는 나쁜 소문의 주인공이 되고도, 특별한 변명조차 할 기회가 없다.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에게도, 교장선생님에게도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그의 답답함은 풀리지 않는다. 괜히 미나토나 다른 아이를 다그쳐보지만 아이들은 입을 꾹 닫고 있다. 답답한 그가 학교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모습에서 그의 답답한 마음이 무척이나 측은하게 느껴진다. 그가 허탈하고 답답한 표정을 짓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두 번째로 묻는다. 호리를 억울하게 만든 학생 미나토는 괴물이 맞을까? 

[세 번째 감정] 아이들의 사랑
 
 영화 <괴물> 장면

영화 <괴물> 장면 ⓒ (주)NEW

 
마지막 파트의 이야기는 두 아이의 이야기다. 미나토와 요리의 감정이 영화의 후반부를 꽉 채우고 있다. 사오리와 호리의 시점에서는 이 두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의도적으로 감췄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무언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오리는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된 사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호리 역시 자신의 답답함 때문에 진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우리도 진실이 무엇인지 보단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바탕으로 사안을 볼 수밖에 없다.

이야기 속에서 요리는 여자 아이들과는 잘 지내지만, 남자아이들에게는 놀림의 대상이 된다. 자신을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 요리는 집에서도 아버지에게 나쁜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요리는 특별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평온해 보이는 그의 표정이 더욱 미나토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미나토는 어느 순간부터 요리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하고 그 주변에서 맴돌다가 결국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버린다. 두 사람이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마음엔 친구로서 좋아하는 것 이상의 감정이 시작된다. 그건 미나토에게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다.
 
그럼 그걸 보는 관객들은 말할 수 있다. 미나토는 괴물이 아니다. 요리도 괴물이 아니다. 같은 남자인 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사랑한 것뿐이다. 그것이 비정상이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미나토에게 강력한 반발심과 혼란을 가져다준다. 그 소용돌이 안에서 미나토는 모든 감정(걱정, 답답함, 혼란 그리고 사랑)을 홀로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럼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훌륭한 이야기 구조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울림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가 묻는 질문에 답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것이 행복한 결말인지 아니면 상상 속에서만 있는 일인지 보는 관객들의 판단에 달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모든 이야기를 보고 나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 아이들의 마음과 사오리의 마음, 호리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 자체가 행복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총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각 인물을 오해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도 건물의 화재에 대한 소문이나, 선생님 호리에 대한 소문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결국 누구도 그 당사자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쉽게 오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괴물>은 실제로 관객에게 주는 정보를 이야기에서 조금씩 빼면서, 그런 오해와 잘못된 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나쁜 감정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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