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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SOC 예산삭감·갯벌복원 촉구 궐기대회 참여자들이 '새만금 SOC 예산 삭감하고 갯벌복원 예산으로 전환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새만금 SOC 예산삭감·갯벌복원 촉구 궐기대회 참여자들이 '새만금 SOC 예산 삭감하고 갯벌복원 예산으로 전환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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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는 의료의 사회적·공공적 역할에 가치를 두는 의료기관들의 연대 모임으로 환자와 보호자,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한 건강 생태계 조성과 깊어지는 건강 불평등의 원인을 연구하고 교육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활동과 실천을 목적으로 한다. 사의련에는 병원,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약국,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새만금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북 정치인들과 토건 자본의 반발이 이어지고 여야 간 밀실 합의로 다시 예산이 복구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의련에서 새만금 SOC 예산 삭감을 환영하며 갯벌매립 예산을 갯벌 복원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으로 전환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의련은 "갯벌이 태풍, 홍수, 해일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인간 거주지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데, 오히려 기후위기의 시대에 이 갯벌을 파괴하고 있"으며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 기후붕괴의 시대에 취약계층부터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받게" 되어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의료의 공공성 확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정된 정부 예산을 온실가스 감축,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망 구축, 의료의 공공성 확대, 돌봄의 전면적 확장 등에 써야" 하며 "기후붕괴와 생물다양성 붕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귀한 예산이 쓰여야 하는 곳은 위기를 가속하는 새만금 SOC 사업이 아니라 위기를 넘어설 생태계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하는 사의련의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새만금 SOC 예산 삭감 환영한다

새만금사업 중단하고, 갯벌매립 예산을 갯벌복원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으로 전환하라!

농지 확보를 명분으로 시작한 새만금 간척사업이 32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 '세계 최장의 방조제'라는 수식의 새만금사업은 갯벌과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던 수많은 생명들을 학살하고, 지역공동체를 붕괴시켰습니다. 새만금의 맹목적 매립과 SOC 예산은 토건자본의 이윤으로만 돌아갔을 뿐입니다. 8천 년 동안 형성된 갯벌은 미세먼지만 날리는 황무지로 변해갔고, 새만금호는 5등급도 안 되는 최악의 수질로 남게 됐습니다.

​2023년 여름 잼버리 파행으로 새만금 사기극의 진실이 만천하에 밝혀졌습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새만금 SOC사업을 재검토하고,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합니다.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엑스포 같은 대규모 일회용 행사, 공항이나 산업단지 같은 메가프로젝트로 탄소배출과 자본의 이윤축적을 가져오는 사업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빈익빈 부익부를 가져오는 정책은 우리의 미래를 빠르게 좀먹게 됩니다. 

새만금사업은 지역발전과도 무관합니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전북의 1차 어업은 매년 1조원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2, 3차 가공산업과 서비스산업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액은 매년 2조원에 달합니다. 지난 32년간 진행되어 온 새만금사업은 그저 대기업들의 돈잔치와 정치인들의 치적쌓기로 이용되어 왔을 뿐 결코 전북을 발전시키거나 전북도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새만금사업은 오로지 사기업과 공기업들의 이익만을 위해 소중한 혈세를 탕진하고, 갯벌에 기대어 살던 생명들을 말살시켜온 비극입니다.

또한 새만금호 수질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4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근본 문제인 염분성층화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4조원만 낭비하고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오직 해수유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란 것을 정부도 인정했습니다.

우리는 심각한 보건의료 위기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지만, 보수적이고 신중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발표한 IPCC 보고서 내용처럼, 기후위기로 인류가 대절멸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나서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오히려 기후위기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그린벨트 전면 해제, 대규모 토건산업, 국립공원에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전국에 10개의 신공항 건설 등, 기후재난에 불을 지르고 있습니다. 갯벌이 태풍, 홍수, 해일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인간 거주지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데, 오히려 기후위기의 시대에 이 갯벌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 기후붕괴의 시대에 취약계층부터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기후재난으로부터 쪽방촌, 반지하, 요양시설, 비닐하우스 거주자 등을 보호하고 안전한 거주지로 이동시키고 재난대응 교육을 서둘러야 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 자체가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한 자본주의의 생태계 파괴, 야생동물과의 접촉 증가, 과도한 사람과 물자의 이동, 기후변화로 인한 해충 창궐 등으로 더욱 급증하게 되고, 그 피해는 역시 빈곤층, 장애인, 여성, 어린이, 노인, 외국인 등 취약계층부터 받게 됩니다.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의료의 공공성 확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한정된 정부 예산을 온실가스 감축,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망 구축, 의료의 공공성 확대, 돌봄의 전면적 확장 등으로 써야 합니다.

기후붕괴와 생물다양성 붕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귀한 예산이 쓰여야 하는 곳은 위기를 가속하는 새만금 SOC 사업이 아니라 위기를 넘어설 생태계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입니다. 또한 우리의 희망은 갯벌을 죽이는 새만금 SOC가 아니라 갯벌과 바다를 살리는 일입니다. 만경강-동진강 하구의 새만금갯벌의 복원과 보존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전국민에게 이로운 일이며, 나아가 전지구적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데 절실히 요구되는 일입니다. 

새만금사업으로 갯벌을 죽이기 위해 맹목적으로 투하되는 예산을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 예산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강 사회는 갯벌이 회복되고, 갯벌을 삶터로 삼는 생물들이 돌아와 생물다양성이 높아지고, 갯벌의 탄소흡수능력과 자연재해 예방능력으로 인간 거주지가 보호되며, 토건예산 대신 돌봄과 복지 예산이 늘어나는 사회입니다.

2023년 12월 19일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태그:#새만금, #새만금신공항, #기후위기, #기후재난, #사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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